메가박스, 임대료 6억짜리 'CGV상암'에 33억 베팅....'승자의 저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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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임대료 6억짜리 'CGV상암'에 33억 베팅....'승자의 저주' 될까
  • 이종화 기자
  • 승인 2018.04.1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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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부담에 롯데면세점 '사업권 반납' 반면교사 삼아야...가격인상 통해 수익보전 계획

CJ CGV가 15년간 운영해 온 상암CGV(서울월드컵경기장 영상관)가 33억원에 육박하는 입찰금을 써낸 메가박스에 넘어간다. 하지만 흑자운영이 쉽지 않아 승자의 저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3일 종료한 서울월드컵경기장 영상관 운영사업자 입찰에 기존 대관 사업자인 CJ CGV를 비롯해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총 3곳이 참여했다. 4일 개찰결과 총 32억7500만원을 써낸 메가박스가 영화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는 예정가격이자 최저입찰가인 21억2570만 원보다 무려 54%나 높은 금액이다.

CJ CGV는 그동안 연간 6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지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박스는 CJ CGV가 냈던 임대료보다 무려 5배 이상의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최저 입찰가인 21억도 상당히 높은 가격이었는데, 메가박스가 무려 30억 이상으로 낙찰받았다는 얘기에 당혹스러웠다"며 "상암 월드컵경기장 영화관을 반드시 낙찰받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가격을 써낸 것같다"고 분석했다.

상암CGV의 연간 관람객 규모인 100만명 정도가 1만원을 내고 영화를 봤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매출은 100억원 규모. 이 중 세금과 영화발전기금 13%를 제하고 나머지 금액의 절반 가량은 영화제작사와 영화관계사에게 배분하는 시스템을 감안하면 영화관 운영업체가 가져가는 매출은 40억원 남짓. 결국 매출 40억원 규모의 영화관에 임대료만 33억원을 낼 경우 인건비등의 고정비용을 감안할때 흑자구조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가박스 영화관

롯데그룹이 힘겹게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고도, 높은 임대료 부담과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 3개를 반납한 것이 좋은 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은 입찰 당시 매년 50% 이상 신장하는 중국인 관광객 매출 성장세 등에 맞춰 임대료를 높게 산정해 입찰에 응해 사업권을 따냈지만, 결국 본인들이 써낸 임대료에 부담을 느껴 사업권을 포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도 17일 CJ CGV, 롯데시네마에 이어 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다. 그래서 가격인상을 염두엔 둔 전략적 베팅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격인상계획을 미리 염두에 두고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하에 공격적으로 입찰가격을 써냈다는 것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가격인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준비작업을 거쳐 운영비용, 물가인상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업체간 담합, 1위기업 따라가기는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과도한 금액낙찰이라는 지적에 대해  "멀티플렉스의 개념도, 기준점도 없는 초창기에 CJ CGV는 6억 원이란 적은 비용으로 운영하면서 많은 이윤을 본 것이 사실"이라며 "당연히 수익이 날 것으로 판단했으며, 아울러 지리적 상징성도 고려해 세게 베팅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산출된 가격이며 최저입찰가격은 사업지를 운영하기위한 최소의 금액"이라며 "낙찰 받은 기업은 충분히 수익이 날 것으로 판단해 참여했을 것이고, 최저입찰금액에서 추가로 발생한 11억 원 가량의 수익은 서울시에 귀속된다"고 해명했다.

CJ CGV 관계자는 "아쉽지만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인 입찰절차에 따라 이뤄진 결과"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복합상영관 운영기업 빅3의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CJ CGV는 매출 1조7144억 원, 영업이익 862억 원을 거뒀다.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가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681억 원, 270억 원이다.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제이콘텐트리는 영화사업에서 매출 2909억 원, 영업이익 247억 원을 일궜다.

홍세종,구현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메가박스의 2018년 영업이익 추정을 기존 287억 원에서 304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면서 "티켓 가격 인상은 이익단에서 약 100억 원의 증가 효과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CGV상암 영화관은 1691석 규모로 서울 지역 CGV 가운데 네번째로 크다. 이번 입찰결과에 따라 이르면 6월부터 메가박스 상암점이 들어설 예정이며, 메가박스는 향후 15년간 사용하게 된다.

이종화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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