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혼합판매, 문제가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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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혼합판매, 문제가 되는 이유는?
  • 편집부
  • 승인 2012.08.0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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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한 주유소에서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파는 유류 혼합판매가 시행된다고 한다. 취지는 정유사들의 공급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 제품만 판매하던 주유소의 경우 타사 기름의 비용이 저렴하여도 판매할 수 없던 한계를 극복하고 혼합 판매를 통하여 독점 구조를 깨고 기름값 인하를 노리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실질적인 이득이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에게 기름값 인하를 통한 이득을 주겠다는 취지가 과연 발생할 수 있을까. 정부에서는 지금의 기름값 구조가 독과점 체제로 되어 있어 각종 방법을 통하여 기름값 인하는 추구하여 왔다. 예전 대통령 발언을 통하여 근본적인 기름값 구조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기름의 도매 구매를 통한 알뜰 주유소를 운영하여 소비자에게 저렴한 기름을 제공하겠다고 하여 시행 중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산 유류 수입도 생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번에 혼합 판매에 이르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러한 시행에 대하여 피부로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도리어 혼란을 부추기고 정유사가 독과점을 통한 과대한 이윤을 추구한다는 부도덕한 모양만 부각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창출하였다고 할 수 있다. 독과점이 있다면 철저하게 공정위 등 정부 기관을 통한 조사가 가장 신뢰성이 높다고 할 수 있고 굳이 소비자를 위한 기름값 인하를 추구한다면 기름값의 과반을 차지하는 세금을 낮추는 방법이 더욱 확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수는 유지하면서 애꿎은 정유사를 너무 몰아세운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독과점은 사회 곳곳에 있는 과정이다. 국내 시장의 약 75~80% 점유하는 현대차 그룹을 조사할 것인가?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그 과정을 들여다보고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조사하는 전문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정위 같은 기관이 있는 것이다. 지금 시행하려고 하는 유류 혼합 판매는 기름값 인하 여부를 떠나 심각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시장 경쟁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각 제품마다 특화된 모습이 있고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가 달라지고 일반 상품과 프리미엄 상품으로 나누어질 수 있을 것이다. 상품 브랜드도 있고 지자체 브랜드도 있고 국가 브랜드도 있다. 최근에 강조하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논하는 이유도 바로 선진 브랜드 강화전략이다.

유류도 다르지 않다. 우리의 정유사의 정제 기술과 수준은 세계 최상급이고 수출 품목 1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을 거듭하였다. 얼만 전 시행하려고 하였던 일본산 유류의 수입의 경우도 황 등 우리보다 낮은 수준의 환경 기준으로 포기할 만큼 우리의 환경 기준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나타난 4개 정유사의 기름이 바로 지금의 상태다.

각 사마다 자신의 상표를 선전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비용을 사용하면서 홍보와 캠페인 활동을 통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정제방법도 조금씩은 달라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심어있고 심지어 기름의 옥탄가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각 제품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책은 이 고유의 색깔을 지우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제품으로 섞어 판매하겠다는 논리이다. 무엇하러 간판에는 특정 정유사 표지를 유지하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내가 먹고 싶은 소주는 병에는 해당 브랜드가 붙어있지만 내용물은 전국의 모든 소주를 섞어서 판매한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세계는 브랜드의 시대이다. 모든 상품과 국가를 내세우고 특화시키기 위하여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판에 이러한 전략은 어디서 출발하였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나중에 이 문제가 불거져 되돌아오기 어려울 경우가 되었을 때‘아니면 말고’식으로 관행대로 처리할 것이지도 묻고 싶다. 역시 그때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은 망가져 있을 것이다. 설사 회복을 하여도 비용과 시간, 신뢰성은 물론이고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떨어져 있을 것이다. 굳이 그렇게도 기름에 문제가 있다면 중국 시노팩(중국석유공사)과 같이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관리, 판매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둘째로 사람마다 자신의 차량에 사용하는 유류가 있게 마련이다. 기호도가 다른 것이다. 공학자인 필자의 입장에서도 차량에는 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무리도 없고 중장기적으로 차량에도 좋다고 권장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듯이 차량도 처음부터 사용하던 기름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연구영역결과 정품을 혼합한 연료를 차량에 사용하여 이상이 전혀 없다고 하였는데 당연히 결과는 이상이 없을 것이다.

괜찮은 음식을 여러 가지 함께 먹어도 이상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평상 시에 먹던 음식에 괜찮은 음식을 함께 한다고 이상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이상이 없는 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신하지 못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밥을 먹으면서 누구나 모두 같은 비빔밥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반찬 중 내가 선호하고 좋아하는 반찬에 손이 가게 마련이고 이것은 살아가면서 하나의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기름도 마찬가지다. 강제로 비빔밥을 만들지 말고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선택은 정부가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선택하는 권리인 것이다.

정부가 얘기하는대로 혹시나 조금이라도 기름값이 내려간다 하더라도 절대로 이렇게 기름을 모두 섞어서 혼합 판매하는 방법은 좋지 않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 선택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하는 것이다. 최소한 소비자가 섞어 파는 기름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복수 상품 자율판매업소’라는 소비자가 혼동하는 용어가 아니라 아예‘혼합 연료 판매업소’라고 정확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셋째 최근 우리나라는 가짜 유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짜 유류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가짜 유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 단속만 제대로 하여도 조 단위의 금액에 대한 세금이 걷힐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쟁 중에 혼합 판매는 문제의 소지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혼합된 기름에 불법으로 이물질을 혼합할 경우 파악 자체도 고민이 되거니와 책임소재에 대한 부분도 불확실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원료에 대한 책임을 따질 때 어느 정유사 제품을 따질 지도 의문이다. 특히 혼합하게 되면 옥탄가 등을 법적인 하한선에 맞추어 전체적인 질적 저하를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옥탄가를 높이는 등 질적 상승을 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적당히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혼판 판매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리고 후에는 책임도 없고 되돌리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넷째로 기름값 인하로 얻는 실질적인 소비자 이득이 얼마나 될 것인가이다. 리터당 10~20원의 절약은 크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다른 낭비로 없애는 문화가 우리 주변에는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더욱 에너지 절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기름값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에너지 절약이 되는 에코드라이브 같은 친환경 경제운전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누구나 밥 먹듯이 3급인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를 하는 상황에서 기름값으로 절약된 비용은 두세 번의 급출발 등으로 상쇄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급하고 거친 운전방법을 개선시키도록 지속적이고 길게 보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에코드라이브 같은 정책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시행될 경우 기름값으로 얻는 이윤보다 수십 배 높은 이득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정책은 길게 보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법규나 규정이 만들어지면 그 후유증은 엄청나며 모두가 국민이 받는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제는‘아니면 말고’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길게 보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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