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채용비리 근절 대안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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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채용비리 근절 대안 될 수 있을까?
  • 장영준 기자
  • 승인 2018.03.2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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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단축·평가의 공정성 등 장점…오차 또는 조작 가능성 상존
<픽사베이 제공>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이 채용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대기업이 신입사원 공채에 AI를 적용하기로 했고, 2020년에는 국내 10대 기업에서 AI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AI를 채용전형 과정에 도입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관심을 끄는 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채용비리'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찾아내는 AI가 과연 채용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관행처럼 굳어진 뿌리깊은 채용비리 실태

지난해부터 추진된 정부합동 점검에서는 330개 공공기관, 824개 지방공공기관, 272개의 기타 공직유관단체 등에 대한 대대적인 채용비리 특별 조사가 실시됐다. 각 해당 기관들의 과거 5년간에 걸친 정규·비정규직 및 전환직 등 채용 전반에 대한 부정 채용청탁·지시 및 채용업무 부적정 처리 여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채용비리 혐의 및 개연성이 있는 수사의뢰 및 징계 대상자는 모두 84명이었다. 그 중 현직자는 77명이었고, 실질적인 수사의뢰 대상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또 이 과정에서 적발된 부정합격자들은 모두 면직처리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 구제 및 손해배상도 청구하기로 했다.

수사의뢰된 단체들의 주요 혐의 내용을 보면 갖가지 방법들이 동원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서는 채용시험 미지원자에게 최종면접 응시기회를 부여했고,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허위경력의 경력직 연구원을 채용했다. 군인공제회는 이사장 운전기사를 신규경력직으로 채용하면서 채용조건 등을 확대해 채용될 수 있도록 특혜를 부여했고,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센터장의 지시로 전 직장 출신이 특혜채용됐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채용비리는 공공기관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민간부문, 그 중에서도 특히 금융권의 채용비리는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은 채용비리 혐의가 확인된 KB국민·KEB하나·JB광주·BNK부산·DGB대구은행 등 은행 5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채용비리로 행장이 사퇴한 우리 은행은 올해 공채과정을 전면 외주화하고 필기시험도 다시 부활시키기로 했다.

■ AI 도입으로 진화하는 채용 시장

2018 롯데그룹 신입사원 공채 모집 포스터. <롯데 제공>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연 상반기 대기업 공채시장에서 최고의 화두는 AI이다. AI를 이용한 평가시스템이 최초로 도입되는 해이기에 관련 업계는 물론, 취준생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공개채용에서 서류전형에 AI를 활용해 평가에 나선다. 이미 지난해 12월 전 계열사가 참석한 채용담당자 워크샵과 1월 인사팀장 워크샵을 통해 AI 도입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그 결과 롯데정보통신과 국내 언어처리 전문기업과 함께 개발한 AI시스템을 이번 공채부터 도입할 수 있었다.

롯데가 도입한 AI는 서류전형에서 '인재상에 대한 부합도' '직무적합도' '표절여부'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지원자가 조직과 직무에 어울리는 우수 인재인지를 판별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SK C&C는 지난 1월 왓슨 기반 AI플랫폼 '에이브릴(Aibril)'을 활용해 SK하이닉스의 서류전형 평가 파일럿 테스트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서류 평가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고, 동시에 평가의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AI가 면접을 보기도 한다. 일본 채용컨설팅업체 '탤런트앤어세스먼트'는 소프트뱅크의 안드로이드 인간형 로봇 '페퍼'를 활용해 AI가 면접을 진행하는 '샤인(SHaiN)'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일본 대형 식품업체 12개사가 도입해 사용 중이다.

■ 오차, 조작 가능성 등…한계는 '여전'

롯데는 이번 공채에서 AI 도입 초기임을 고려해 백화점, 마트 등 주요 계열사에 우선 시범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 서류전형 평가방법도 병행한다. 롯데는 AI의 서류 검토 결과를 실제 채용에서는 참고자료로만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AI의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서류전형이나 일부 면접 과정을 AI에게 맡긴다고 해도 결국 최종 결정은 사람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한계점을 지닌다. 결국 AI 도입 뿐만이 아니라 채용과정에 있어서의 대대적인 혁신이 없다면 채용비리는 근절될 수 없다는 말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쌓인 뒤 학습이 이뤄지면 AI가 채용과정을 주관했을 때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도입 초기인데다 오류나 프로그램 조작이 있을 수 있어 완전한 신뢰를 보내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장영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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