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석 산림청 남부지방산림청장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색(色, color)은 무엇인가? 흰색, 녹색, 파란색, 빨간색 등등. 아마 저마다의 이유로 대답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이는 자라온 주변 환경,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과 학교의 건물색 등 각자에게 친숙한 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 잠들 때까지 이러한 색들의 깊은 영향을 받고 있다.
한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학습 후 습득한 내용은 1시간 내에 60%를, 24시간 후에는 75%를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 동안 우리를 스쳐지나간 수많은 색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이전에 즉각 감성적으로 반응하여 기억에 남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감정을 바꾸며, 곧 일상생활로 이어지게 된다.
그 가운데, 인간이 가장 본능적으로 좋아하고 편안해하는 색은 무엇일까? 반문의 여지없이 ‘녹색’일 것이다. 울창한 숲 속 한 가운데에서 산림욕을 하면서 자연 치유를 받는 것처럼 마음을 안정시키는 시각적인 효과가 있는 녹색은, 신호등, 수술복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안전과 보호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녹색’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 아닐까 싶다. 국토의 64%가 숲이고 회색 건물이 가득한 도시 주변에도 크고 작은 도시숲이 있으며, 전국 각지의 숲이 둘레길, 올레길, 숲길 이라는 이름으로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나라.
불과 30~40년 전만해도 황폐화 되고 헐벗었던 민둥산에 심은 110억 그루의 나무가 이룬 경이로운 녹색 숲은 저마다 연둣빛 자태를 뽐내며 기지개를 켜기 시작해 매년 이맘 때 절정을 이룬다. 바꿔 말하면 7~8월이 답답한 사무실에서 매일같이 치르는 더위와 컴퓨터와의 씨름에서 벗어나 잠시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기 가장 좋은 계절인 것이다.
이에 여름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현 시점에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남부지방산림청 관내에 가장 대표적인 녹색 숲 하나를 추천할까 한다.
소개할 곳은 바로 경북 울진 소광리에 위치한 ‘금강소나무 숲’이다. 100년 이상 수령을 가진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우리나라의 대표 금강소나무 원시림 보전지역인 이 일원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군집을 이룬 나무들과 주변 전경이 어우러져 감탄사를 저절로 자아내는 녹색 보물 숲이다.
숲이 워낙 좋아 조선시대 때부터 봉산(封山)으로 지정하여 임금의 관, 궁궐 등 국가의 중요한 용도에만 사용하기 위해 벌채를 금지했으며, 지금도 노랑무늬붓꽃 등 희귀식물과 한반도 고유식물, 산양 등 천연기념물과 원시림의 자연생태계를 엄격히 보전하기 위해 현재 산림청에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3년 전 보전 위주였던 이 지역 숲의 다양한 기능을 국민들에게 환원코자 산림훼손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금강소나무 숲길 조성을 시작해 현재 총 2개 구간 30여km가 개방되어 있는 이곳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오붓이 눈부신 ‘신록’을 만끽할 수 있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숲 중 하나이다.
서두에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울창한 금강소나무들이 이루는 향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보는 ‘녹색’은 늘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야기될 수 있는 불안, 초조함 등을 줄여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일종의 ‘비타민’이다.
아울러 지난 해 국립산림과학원과 충북대학교에서 연구한 결과에서도 숲길을 걸은 집단의 인지능력이 걷기 전 보다 약 20% 이상 향상되고 우울감, 적대감 등의 감정과 정서가 훨씬 긍정적으로 변한다고 하니, 녹색을 만끽하는 동안 얻는 유익한 효과는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올 여름 휴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금강소나무 숲으로 ‘녹색’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자연 그대로의 色으로 떠나는 色다른 여행이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출처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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