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녹색성장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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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녹색성장의 길
  • 편집부
  • 승인 2012.06.1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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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1.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의 비극-비전으로서의 녹색성장과 정책으로서의 녹색성장 간의 괴리

홍종호 교수
‘녹색성장’을 국정 운영의 전면에 내걸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부사에서 최초이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 금융위기와 기후변화 위기를 녹색성장을 통해 동시에 극복하자, 친환경 성장동력의 창출과 저탄소 사회경제의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발상은 미래지향적 지속가능한 발전전략과도 부합한다.

그렇기 때문에 OECD와 UNEP가 각각 녹색성장과 녹색경제를 차세대 발전전략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녹색성장을 명분으로 추진한 구체적인 정책들은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 비전과는 공존하기 힘들다.

사실 녹색성장은 좁은 의미의 경제정책을 넘어 넓게는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환경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문명사적 전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경로는 압축성장, 중화학ㆍ에너지 집약적산업구조, 국책사업을 통한 SOC 투자와 국토개조, 물/전력 등 ‘퍼블릭 유틸리티’(public utility)에 대한 방만한 소비행태의 특성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를 단기간에 ‘녹색’ 생산 및 소비방식으로 전환하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녹색성장은 마땅히 긴 호흡을 갖고 전략과 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꾸준히 실천해가야 하는 사안이다.

2. 학계에서 정의한 녹색성장은 ‘녹색’에 방점이 있음

영국의 Paul Ekins 교수가 녹색성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을 때 이를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 및 삶의 질을 유지, 혹은 강화시키는 방식의 GDP의 증가”로 정의했다. ‘녹색’과 ‘성장’의 상생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생태계의 훼손을 동반하는 GDP 증가는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3. 이명박 정부는 주요 녹색성장 저책에 있어 역대 가장 높은 사회적 할인율을 강제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임

높은 할인율의 창을 통해 국정 운영을 하다 보니 단기사업만이 중요하고 생태계의 보전과 후손의 삶의 질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없다. 오직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성과에 모입하게 될 따름이다.

세대 간 자원배분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녹색성장의 관점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의 불행은 정책을 목표로 달성하기 위한 점진적인 과정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임기 내에 끝내야 할 사업수단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어 Arrow 교수(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주창한 ‘준옵션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강이라고 하는 자연생태공간을 극단적 형태의 인공적인 개발과 개조의 대상으로 간주해 버렸다.

4. 4대강 사업을 통해 환경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된 것 이상으로, 이 사업은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임.

3년 간 약 22조원을 생태적으로 민감한 하천 정비에 쏟아부은 예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총 사업비 8조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기는 편법을 동원했고, 이를 수자원공사로 하여금 회수하게 하기 위해 하천수질 보전과는 모순되는 친수구역개발법을 통과시켰다.

결과적으로 수공의 부채비율은 급속히 악화됐고 8조원에 대한 뾰족한 원금 회수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매년 발생하는 이자부담 4,000억원은 고스란히 국민세금을 통해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2007년 249조언이던 공공기관 부채가 이명박 정부 4년 간 86% 증가해(증가액 214조원) 총 463조원으로 늘어났으며 부채가 증가한 대표적인 기관으로 수공 역시 포함되어 있다. 임기 내 완공만을 목표로 급조된 사업체, 급조된 재원조달방안이 초래한 암담한 결과이다.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5. 반면 저탄소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경제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개혁을 위한 정책노력은 미미했음.

현재 정부는 2024년까지 전력소비가 매년 기준수요 3.1%, 목표수요 1.9% 증가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매년 전력소비가 3.1%씩 증가한다면 앞으로 23년이 채 못되어 국가 전력소비가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현 정부의 대안은 원전확대이다. 현재 전체 전력 발전량의 34%를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량을 2030년까지 59%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원전의 경제성 및 안전성은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절대적인 공급위주 전력정책이 과연 녹색성장 비전에 부합되는 것인가? 이러한 여건 하에서 어떻게 자원 효율성을 제고하는 장기적인 산업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인가?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원전을 클린에너지, 녹색에너지, 저탄소에너지로 홍보하고 향후 20년 동안 약 20기를 더 건설하겠다는 것은 녹색성장 비전과 모순된다.

현 정부가 녹색성장 비전에 충실하고자 했다면 지난 30년 동안 전력 실질가격 1/3로 하락, OECD 국가 평균 전기요금의 1/2 수준, OECD 유럽국가 평균의 40% 수준, 일본은 물론 중국보다 낮은 전기요금 등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전력가격 정책에 대한 대수술을 단행해야 했다.

특히 전체 전력수요의 54%(2010년 기준)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수십년 동안 산업경쟁력 확보라는 명분으로 낮은 전기요금의 혜택을 받아온 산업부문에 대해 정확한 ‘녹색’시그널을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사실상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경제주체들의 에너지 수요절감과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할” 녹색성장 정책은 외면한 채 후손들에게 방만한 자원 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무책임성을 그대로 답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6. 참 녹색성장의 길

이상에 밝힌 4대강 사업과 에너지 정책에 근거해볼 때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은 녹색성장 비전이 갖는 중요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아마 그 평가는 기간이 지날수록 더 혹독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녹색성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 부분집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구체적인 실천전략과 정책 대안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OECD, 2011)

이렇게 볼 때 녹색성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빌자면 “가도 되고 안가도 되는 길이 아니라, 가야만 하는 길이고 이미 가고 있다”(2008.8.29)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차기정권에서도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대안은 꾸준히 모색되어야 하고, 실천에 옮겨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어떠한 녹색성장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현 세대와 후 세대가 녹색성장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국민의 뜻이 수렴된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일부 권력집단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의사결정은 설 땅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생겨난 GGGI나 GGGS의 첫 G는 Global이지만 차기정부에서의 G는 Global 이전에 Genuine(진짜)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제대로 된, 참된, 진정한 녹색성장 정책이 구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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