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보는 돌고래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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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보는 돌고래가 아름답다
  • 정우택
  • 승인 2012.04.13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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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몇 년전 호주에 갔다가 돌고래 관광을 한 일이 있다. 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나가 돌고래 떼를 만나면 돌고래와 나란히 가면서 관광을 즐기는 것이다. 돌고래 몇 마리가 해안선을 따라 가고, 그 옆으로 관광선이 가면서 맨눈으로, 망원경으로 돌고래의 몸놀림을 관찰하는 게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돌고래와 나란히 가는 것은 신기했다. 관광선은 돌고래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엔진 소리도 작게 내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했다. 관광객들도 소리를 지르거나 떠들지 않았다. 그저 신기한 모습으로 웃으면서 돌고래의 유희를 즐겼다. 몇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태양을 즐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서울 대공원이 마지막 돌고래 쇼. 이들은 2014년 바다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사진= 서울대공원 제공

필자는 짧은 영어로 선장에게 “이렇게 배가 옆에서 계속 따라가면 돌고래가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요?” 하고 물었다. 선장은 “그래서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 웃음 속에는 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도 들어있고, 반대로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도 들어있을 것이다.

돌고래 관광선은 1시간 이상을 돌고래와 여행했다. 돌고래도 관광선이나 관광선에 탄 반나체의 사람들을 크게 의식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나는 앞으로 갈 테니 따라 오려면 따라오라’는 식이었다. 관광선을 타고 고래를 따라가면서 필자가 “고래의 영토가 넓긴 넓구나”하고 말하자 옆에 있던 관광객이 “이 바다 전체가 고래의 놀이터지요.”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이 후 돌고래에 대해 아무 생각도 않고 그냥 지냈다. 그런데 환경단체에서 서울 대공원의 제돌이와 5섯마리의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했고, 박원순 서울 시장은 이들의 요구를 즉각 받아들였다. 지난달부터 대공원이 돌고래 쇼가 중단됐다. 자기들이 살던 곳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2014년에 바다로 돌아간다.

현재 전국의 돌고래 쇼장에는 서울 대공원 6마리 등 모두 6곳에 20마리의 돌고래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공연을 하고 있다. 돌고래는 길을 들이는 게 쉽지 않지만 일단 길이 들으면 사람 이상으로 조련사를 따른다. 자연히 귀여움도 받고, 관람객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 대공원 노조는 돌고래 쇼를 중단하고,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돌고래 쇼는 돌고래를 혹사시키는 게 아니라 조련사의 사랑이 듬뿍 배어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이다. 또 사람과 살던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낼 경우 이들이 적응을 할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돌고래는 어느 날 갑자기 바다로 돌려보낼 수 없다. 오랜 동안 적응훈련을 해야 한다. 적응훈련에는 먹이를 잡는 훈련, 다른 돌고래와 사귀고 친하게 지내는 훈련 등이 포함돼 있다. 대공원 측은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냈을 때 다른 무리와 잘 어울릴지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그 넓은 바다에서 외톨이나 왕따가 되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공원 측과 조련사들이 돌고래 쇼 중단을 반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전국 돌고래 쇼장에 잡혀 있는 돌고래 20마리를 모두 돌려보내라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돌고래를 포함한 해양야생동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전 세계 대부분 해안국가에서 하고 있는 고래관광을 통해 자연 속에서 뛰어 노는 고래를 보고 느끼자"고 제안한 일이 있다. 호주에서 필자가 경험했던 돌고래 관광을 한국에서도 해보자는 것이다.

환경단체의 돌고래 관광 제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싫든 좋든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했으니 보내야 한다.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돌고래를 다시 보느냐 하는 점이다. 돌고래를 바다로 보냈다고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돌고래의 재롱을 완전히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돌고래는 보는 곳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대공원의 쇼를 보면 아이들이 박수를 치고, 연인들이 끌어안으며 좋아한다. 기쁨과 즐거움이 대단하다. 돌고래가 묘기를 보일 때마다 박수가 터진다. 환호성도 나온다. 이 순간 돌고래는 조련사가 던져준 물고기를 먹고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인기가 많다.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들의 단골 학습장이 되었다.

바다에서 관광선을 타고 따라가며 보는 느낌은 또 다르다. 대공원 쇼처럼 환호성이 터지지도 않고, 박수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바다 관람은 은은한 맛이 있다. 돌고래가 유람선의 엔진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무척 조심한다. 표정과 마음으로 관람을 한다.

대공원의 돌고래 쇼는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준다. 돌고래는 조련사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되고 관람객이 좋아서 난리를 친다. 하지만 바다는 다르다. 돌고래는 유유히 자기의 갈길만 가면된다. 사람들이 떠들지 않기 때문이다. 대공원처럼 물위로 높이 뛰어오르지도 않는다. 평상시의 모습대로 살아가면 된다.

환경단체가 내놓은 돌고래 관광은 구체화 된다면 큰 인기를 끌게 분명하다. 배를 타고 해안을 돌면서 돌고래를 구경하고, 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돌고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돌고래 사랑은 바다를 사랑하는 것이고 자연과 하는 되는 것이다. 돌고래는 바다에서 봐야 제맛이다. 바다에서 보는 돌고래가 더 아름답다.

정우택 기자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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