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위코노미(WEKONOMY)] 아동수당 정책의 의미를 되새긴다.
상태바
[김의철의 위코노미(WEKONOMY)] 아동수당 정책의 의미를 되새긴다.
  • 김의철 시사평론가
  • 승인 2017.12.07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동수당 상위 10% 고소득자 제외의 또 다른 의미.

내년 예산안에 대한 진통이 느껴진다. 각 정당의 입장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중 하나가 아동수당이다. 0세부터 5세까지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조건없이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조건없는 수당의 지급은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보편적 복지정책이어서 관심이 높다.

보편적 복지정책은 이념과는 무관하게 현재 우리 사회구조와 경제체제에서 가장 절실한 부분이기도 하다. 공권력의 영향이 최대한 배제되기 때문에 공공과 민간의 불균형이 완화된다.소득구간이 확대되어 계층간 불균형도 해소되기 때문에 시장경제가 회복되는데도 도움이 된다.정부와 국민들의 관계에서 보편적 복지는 수혜자격과 조건들을 최소화시키므로 보다 민주적이다. 진보나 보수의 입장에서도 각자 주장하는 바 분배도 개선되고 시장경제도 회복되니 상호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런데 여야는 합의라는 명분으로 아동수당을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탈바꿈 시켰다. 이번 합의를 통해 얻는(?) 것은 고소득자 자녀들 10%에 대한 예산 절감효과다.이들 상위10% 고소득자는 소득 수준 월 750만 원, 또는 6억_7억 원정도의 부채를 제외한 자산의 보유다. 부부합산이므로 맞벌이가 많고 노산이 많은 요즘 추세를 감안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높은 수준이 아니다. 이를 통해 절감하는 예산액은 해당 아동 약 25만 명에 대해 월 10만 원, 즉 250억 원 정도다.

그런데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의 관점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자. 상위 10% 고소득자들에게 아이키우는 돈 10만 원은 별 도움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 부문 예산이 800조 원을 헤아리는 지금 3천 억원을 절감해서 어디에 쓰려는지 궁금하다. 세계적으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급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는 3천억 원을 절감하기도 어렵다. 선별적 복지로 전환되어 선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수혜자들 입장에서도 자격검증을 위한 일들을 해야하고 공무원들도 선별을 하고 제대로 선별했는지 평가받고 감사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가장 근원적인 취약점은 두가지다. 우선 복지 전달비용이 지나치게 많다. 10%의 금액을 절감하기 위해서 인력과 부수적인 노력과 비용이 든다. 그리고 부정과 비리, 불법의 여지가 발생하고 불공평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격과 조건이 정해지면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복지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적선'의 한계를 지닌다는 패러다임의 문제다.전세계 200여개 국가중 우리나라는 상위 10% 안에 드는 경제규모의 산업선진국이며 상위 5,6 위를 오가는 수출대국이다. 20세기의 '제한적인' 예산으로 우선 긴급한 곳에 투입하던 시절의 생각으로는 21세기 공공부문 총예산 800조 원시대의 운용을 할 수 없다. 불과 20년전 외환 위기 당시 국가경제(720조 원)규모보다 지금의 공공부문 예산이 더 많다. 일반 정부 예산은 이미 수년 전에 500조 원을 넘어섰다.

'적선'의 근본적인 문제는 '비민주적'이라는 것이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적선과 다르다. 보편적 복지가 지금도 없는 우리나라에 비해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잿더미 속에서 경제를 재건하고 국력을 신장하기 위해 출산수당과 양육수당 정책을 실시했다. 시장에서 돈이 돌고 최소한의 인권이 각자 보장되기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도 구축해야 한다. 프랑스가 전후 빠르게 경제를 회복한 배경에는 이와 같은 보편적 복지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출산과 양육에 있어 빈부를 구분하지 않는다.따라서 비리와 부정의 여지도 없고 별도의 비용도 필요없다.

이미 0-5세라는 조건이 붙은데다 소득 상위 10%는 제외한다는 조건이 추가되면 보편적 복지제도로서의 자격은 상실된다. 보편적 복지제도가 하나도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핀란드처럼 기본소득제로 나아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더 필요할 지 알 수 없다. 정치권의 경제에 대한 몰이해에 대해 심히 유감스러운 마음을 표한다.

보편적 복지제도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오답만 거듭하고 있지 않은가.청년실업도 저출산 고령화도 소득양극화도 무엇하나 개선되지 않고 가계부채 확대와 더불어 악화일로에 있다. 헤아리기도 힘들만큼 수많은 대책과 제도가 있었다.이제는 우리가 다른 시각으로 경제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와 실천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동수당 정책이 특정 지자체의 청년수당을 넘어서 전국차원의 첫번째 보편적 복지제도의 시작이었다. 이것이 변질된 것은 3천억원보다 결코 작은 손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김의철(50) 더필주식회사 대표는 스웨터 짜는 실을 파는 사업가다. 지난 4월 「우리가 경제다」라는 책을 냈다. 저서에서 국민연금을 재원의 근간으로 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이 주체가 되는 국민주권 경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전쟁과 평화연구소 정회원, 서강대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 

김의철 시사평론가  dosin4746@naver.com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