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안 되고, 선생님은 싸워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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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안 되고, 선생님은 싸워도 되는 거야?”
  • 정우택
  • 승인 2011.02.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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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소속 평교사가 교장 공모에서 교장으로 선출되자 말이 많다. 말이 많은 게 아니라 전교조와 교총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추태를 연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교조 교사가 교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 잘못은 없는지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15일 내부 공모로 뽑힌 38명의 교장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전교조 소속 교장 2명이 들어있었다. 서울 상원초등학교 교장과 영림중학교 교장이다. 상원초등학교 교장은 평교사가 교장이 됐다.

 
소속 교사 2명이 교장으로 진출한 전교조는 고무됐다. 앞으로 전교조 소속 교장의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였다. 교총에서 교장 선출과정에 불법행위가 있다며 교과부에 대해 한번 잘 알아보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이들 학교의 교장 선출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있다며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교총과 전교조는 하루 뒤인 16일 상대방을 비난하는 시위를 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공교롭게도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만났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패로 갈리어 시위를 했다. 이들이 어떻게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이런 일을 벌였는지는 생각할수록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교총은 전교조를 비판했다. 평교사가 자기가 근무하던 학교의 교장이 된 것은 곽노현 교육감과 코드를 맞췄기 때문이라고 열을 올렸다. 전교조도 지지 않았다. 전교조는 꼭 교총 소속 교사만 교장을 하느냐고 받아쳤다.

전교조 교사가 교장이 되는 과정에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또 교총과 전교조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피켓을 들어 올리고, 회견을 하게 된 것도 왜 그런지 모른다. 굳이 알 것도 없다.

하지만 생각해야 할 게 있다. 이날 교총과 전교조가 하는 꼴을 지나가는 학생이 보았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보고 서로 양보하라고 가르치더니 선생님들은 왜 싸워?’ 하며 실망했을 것이다.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날 두 단체가 하는 모습은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여의도 국회 한 구석을 떼어내 정부청사 앞으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여의도에서 국회의원들이 핏대를 세워가며 하는 꼴이나 이날 교사들이 하는 꼴이나 그게 그거였다. 차이가 있다면 국회의원과 교사의 차일 뿐이다.

학부형들은 이 모습을 어떻게 보았을까? 이것도 걱정이다. 툭하면 하는 소리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며, 업무량이 너무 많다며 외쳐대면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교권을 세울 수 없다. 세상 어느 누가 이런 꼴을 보고 교사를 존중한단 말인가?

물론 이날은 특별한 날이라고 하더라도 교사들이 학교 밖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절대로 잘하는 일이 아니다. 제 얼굴에 똥칠하는 것 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국회의원이 밖으로 뛰쳐나와 시위를 하면 “미친 놈들 법이나 잘 만들지 뭐하는 거야.”라고 한다. 목사들이 시위를 하면 “교회서 기도나 하지 뭐하는 짓이야.”하고 한마디 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총과 전교조는 노선이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교총이나 전교조나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이다. 교사들이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대낮에 도시 한 가운데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정우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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