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등을 긁어주는 지도자는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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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등을 긁어주는 지도자는 어디 있나?
  • 정우택
  • 승인 2011.02.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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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차와 명분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회담이 무산 됐을 때 국민들은 이런 푸념을 했다. 구제역과 전세대란, 물가폭등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터라 국민들은 실망이 컸을 것이다. 두 지도자가 만난다고 해서 특별한 대안이 나올 수는 없겠지만 만나서 걱정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어야 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거칠게 포문을 열었다. 영수회담을 거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 ‘귀하’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다시 공부하라”고 공격했다. 대통령을 ‘귀하’라고 부른 것은 대통령을 깔아뭉개는 것으로 이런 소리를 듣는 쪽에서는 기분이 나빴을 것이고, 이런 말을 한 쪽도 좋은 평은 듣지 못했다.

 
회담이 결렬된 것은 절차와 명분이었다. 청와대는 민주당이 우선 국회에 등원할 것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새해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영수회담을 앞세웠다. 양쪽의 입장이 너무 팽팽해 보는 사람이 다 긴장되었다. 어떤 사람은 “회담을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하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절차와 명분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 것은 우리가 흔히 벌이는 닭과 달걀 논쟁과 같다. 닭과 달걀은 어느 게 먼저인지 알 수가 없다. 달걀이 있어야 닭이 나오고, 닭이 있어야 달걀을 낳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왜 이렇게 순서도 모르게, 헷갈리게 만들었는지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이번 영수회담이 불발 난 것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회담을 먼저 열 수도 있었고, 민주당이 먼저 등원하고 나서 대통령과 회담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상대방에 대해서만 요구를 했다. 또 회담이 결렬되고 나서도 “이건 나 때문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렸다.

지금 대한민국은 재앙이라는 고개를 한번 넘었고, 또 다시 재앙이 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소와 돼지 300만 마리, 닭과 오리 500만 마리 등 800만 마리의 가축이 전국 5000여개 무덤에 무더기로 묻혀있다. 가축의 피가 흘러나온 곳도 있고, 침출수가 걱정인 곳도 있다. 장마가 지면 쓸려내려 갈 곳도 있다.

구제역 피해는 1차 피해보다 2차 피해가 더 무섭다. 1차는 죽은 가축을 살처분해서 땅에 묻으면 아쉬운대로 수습이 된다. 이 과정에서 축산농민둘의 가슴은 칼로 갈기갈기 도려내는 것과 같다. 어떤 축산 농민은 “소를 묻지 말고 차라리 나를 묻으라.”는 말로 아픔을 표현하기도 했다. 10년, 20년을 길러 온 소, 가족 같은 소를 죽여서 땅에 묻으니 그 마음을 누가 알고, 어떻게 위로한단 말인가?

2차 피해는 이보다 더 걱정이다. 우선 가축의 피와 썩은 물이 지하수 층으로 흘러들면 물을 먹을 수 없게 된다. 물만 못 먹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세균이라도 번식하는 날에는 큰 일이다. 만일 세균이 사람에게 다가온다면 이건 인간이 만든 재앙이 될 것이다. 생각만 해고 몸서리가 쳐진다. 얼마나 문제가 심각했으면 매몰지를 다시 점검하고, 담당 공무원을 정해 관리하는 지 봐야 한다.

이 뿐이 아니다. 전세도 난리다. 3천만원, 5천만원, 1억원을 올려 달라고 하는 집주인이 많다. 물가도 문제다. 5만원을 가지고 시장에 가도 살 게 없다고 주부들이 난리다. 국민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다. 힘들고 고달프다. 부자들이야 구제역으로 소가 죽어나가든, 물가가 오르든, 전세가 오르든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이런 고통을 누가 어루만져주어야 하나? 정치권과 정부가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이런 국민들의 아우성을 잘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은 아픈 데를 싸매 달라고, 가려운 데를 긁어달라고 아우성인데 정치권은 ‘절차와 명분’ 논쟁만 벌이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툭 터놓고 국정을 논의하고, 국민들의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줄 수는 없을까? 
                                                                                          정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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