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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로봇, 아직은 인간에 봉사하는 산업 역군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7.07.0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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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토마터 이론(automata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문자가 아직 없던 태곳적부터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 장치에 (automaton)에 대한 매료를 느꼈다. 지구중력 원리에 따라 혼자서 공간을 가로지르며 움직이는 시계추는 그런 가장 이른 예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에서 ’로봇’ 개념은 ‘로보타(robota)’라는 체코 어휘에서 처음 등장했다. 로봇은 체코 출신의 문학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가 쓴 공간과학 희곡대본 ⟪R.U.R (Rossumovi Univerzální Roboti)⟫에서 강제 노역 또는 노예를 뜻했다.

네스타(NESAT) 영국 혁신 재단이 2014년 발표한 연구보고서 『로봇 경제에 대한 비젼』에서 버밍햄대 인텔리전트 로보틱스 학과의 닉 호즈(Nick Hawes)의 글에 정의된 바에 따르면, 로봇이란 ‘물리적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기계’다. 그리고 실제로 오늘날 인간사회에서 현실화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는 로봇류 대다수는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인간을 빼닮고 정전기낀 목소리로 말하는 휴머노이드(humanoid)가 아니라 인간이 하기 어려운 중노동을 대신 해주는 기계모양을 한 산업현장용 기계팔(robot arms)다.

당신이 체험한 최초의 로봇은? 비엔나 비엔날레에서 전시중인 『로봇. 일. 우리의 미래(VIENNA BIENNALE 2017: Robots. Work. Our Future. Hello, Robot. Design between Human and Machine)』 전시회 광경. MAK Exhibition Hall ⓒ Peter Kainz/MAK.

공장생산라인 속의 육중한 전기팔 공정기계를 산업현장에 가장 먼저 수용한 업계는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계였다. 1950년대 수압력을 이용한 전기제어팔이 발명된 후 제네럴모터스 사가 먼저 생산라인에 도입한 유니메이트(Unimate) 로봇팔은 이후 1970년대 MIT와 스태포드 대의 연구 끝에 컴퓨터와 카메라가 장착된 센서 제어능력을 세련화시켜서 오늘날까지 각종 기계부품은 물론 미생물 연구소에서도 사용되는 전기 로봇팔의 기초 기술이 되었다.

스스로 움직이는 산업용 모바일 로봇도 1950년대에 등장했다. 운전자 없이 혼자서 무거운 짐을 끌어옮기는 작업을 하도록 디자인된 이른바 AGV(Automatic Guided Vehicles, 자동인솔차량)이 수퍼마켓이나 백화점의 대형 물류창고 바닥에 설치된 신호방사선을 따라서 이동하면서 물품 배달배치 업무를 했다. 1980년대 부터 AGV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어기가 부착되기 시작하여 물류창고 로지스틱스와 관리의 일반적인 기술이 되었다.

로봇 디자인이 본격적인 전환기를 맞기 시작한 때는 1960년대 말부터다. 유연하고 자유자재로 팔을 움직일 수 있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비젼은 이때 인공지능(AI) 기술의 개발과 접목되면서 부터였다.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를 인식하고 기하학적 추리로 감지된 통계적 공식을 이용해서 사물과 환경을 감지하고 로봇팔로 잡고 돌리는 동작 수행이 가능한 로봇팔이 디자인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일본에서는 인간의 눈코입 같은 감지 기관처럼 생긴 센서와 컴퓨터로 작동하는 원시적 안드로이드가, 그리고 독일에서는 컴퓨터와 센서로 움직이는 로봇팔이 개발되었다.

독일의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 쿠카(KUKA) 사의 KMR iiwa 산업용 모바일 '인텔리전트 업무 비서' 로봇으로 디자인되었다. 스스로 길을 찾아 자율주행하며 대형창고 재고정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이 로봇은 산업 4.0 시대 에 필요될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설계되었다고 업체는 주장한다. Courtesy: KUKA.

그 후 산업용 로봇은 제조업의 공장생산라인과 고도의 정밀성, 인내, 속도를 요해서 인간이 하기 힘든 특수 업무에 투여되어, 오늘날 자동차, 전자, 기계산업 노동력의 70%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 수행하고 있고 매년 공장의 로봇화는 업종별에 따라 10-18%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전세계에서 제조업 생산라인 로봇화가 가장 앞선 국가다. ‘메이드인차이나 2025’ 10년 경제 계획을 수립한 중국은 작년 독일의 첨단 KUKA 생산라인 로봇을 인수하여 제조업의 로봇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체코와 폴란드 등 과거 비교적 낮은 임금의 제조업국들이 공장 자동화로 이행중이다 (자료 출처: IFR 2016년 세계 로보틱스 보고서).

미래 언젠가 인간 노동력의 상당은 로봇이 대신할 것이다. 로봇은 인간보다 정보취합력과 판단력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특히 금융, 법률, 언론, 의학 등 전문지식과 문자를 다루는 중산층 직종은 실제로 지금 가장 먼저 빠른 속도로 봇(bot)에게 그 역할을 대체 당하고 있다. 미래의 로봇 혁명을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로봇 가설론(Robot Hypothesis)에 따르면 로봇 혁명 시대가 되면 일하기 편한 고소득 직업과 저소득 단수노동직, 빈자와 부자 사이의 사회경제적 격차는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것이고 급기야는 테크놀러지가 일의 종말을 몰고 올 것이라 한다. 그런 전망에 미루어 본다면 뒤떨어진 학과 컬리큘럼과 주입식 학습으로 창의력을 말살하는 교육은 그같은 미래시대에 대비하는데 부적절하다.

독일과 더불어 현재 가장 강력하고 정밀한 산업용 로봇 생산력을 보유한 일본 FANUC 사의 로봇 레인지. Courtesy: FANUC, Europe.

카렐 차페크의 희곡소설 ⟪R.U.R⟫은 인간이 하기 어려운 고된 중노동을 대신할 인조인간을 만드는 공장에서 태어난 로봇들이 인간에 의해 무자비하게 혹사되다가 결국 로봇 반란을 일으키고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줄거리로 결말을 마무리졌다. 매리 셸리(Mary Shelley)가 쓴 괴물 소설 ⟪프랑켄스타인⟫은 기계학 보다는 생물학을 접목한 공상소설이지만 훗날 기계와 전기전자 기술이 결합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상상력이 한층 더 나래를 펴는데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프리츠 랑 감독은 미래공상과학영화 ⟪메트로폴리스⟫(1927년)에서 여자로봇 마리아에게 인간의 영혼을 불어넣어 이른바 인간과 다름없이 정념을 지닌(sentient) 기계인간을 만들어낸다.

로봇 만큼 각종 환상적인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져 인간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주제가 또 있을까?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브루스 스털링은 ‘로봇은 극적효과를 위한 수단일지언정 테크놀러지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말은 우리가 로봇에 대해 상상하는 것들은 다분히 낭만적이고 미화된 예술작품이나 황당무개한 오락용 공상과학 대중문화의 산물일 뿐임을 뜻한다.

ABB 이중 팔 산업용 로봇 유미(YuMi®)는 여러 업무를 동시다발로 협업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콜래버래티브 로봇이다.  2015년 생산. Courtesy: ABB Ltd.

나날이 일취월장하며 셀프러닝이 가능하고 스스로의 알고리즘을 다시 쓰고 개선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지능과 정보취합력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능가할 시점은 머지 않았다. 전산과학자 한스 페터 모라베치(Hans Peter Moravec)는 인공지능은 2020년이면 파충류의 지능 수준, 2030년에는 쥐의 지능급의 2세대, 그리고 2040년 즈음이면 원숭이의 지능급의 3세대 컴퓨팅 기술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인간의 신체를 모방하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사이보그가 우리 주변에서 친숙한 이웃처럼 공존하는 로봇 시대가 실현될 시점을 미리 점치기는 어렵다. 인간은 명령에 따라 임무를 우수하게 수행해 내는 인텔리전트한 기계를 만들 기술력은 갖췄지만 인간이나 고등동물의 자각력 혹은 정념(sentient)을 인조할 기술력까지는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단계에서 인간이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로봇이라는 인조인간 보다는 인공지능이다.

하지만 기술이 거듭해 발전하고 세련화될 미래 어느 하루, 극히 발전한 로봇이 “나는 누구?”며 “나는 어디에?” 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기의식을 갖게 될 날은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 날은 인간적 정념성이 로봇에 깃들은 혁명적인 날이며, 공상과학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묘사된 것처럼 인간은 고도로 인간화된 로봇을 두려워하고 나란히 각축해야 할 시대가 열렸음을 고하는 날일테다.

1929년 카렐 차페크의 공상과학희곡 <R.U.R.>을 무대에 올린 공연 장면. Courtesy: New York Public Library.

 

박진아 IT칼럼니스트  feuillet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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