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파열음’…지난주 美 은행 3곳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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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스템 파열음’…지난주 美 은행 3곳 무너져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3.13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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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 파산…16위 은행
사흘 만에 시그니처뱅크 폐쇄
금융시스템 둘러싼 불안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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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nsplash]

지난주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한 미국 내 은행 3곳(실버게이트·시그니처뱅크)이 연달아 파산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국개입 등에 또다른 ‘줄도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이 우세하나 여전히 경계감을 놓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지시각 10일 미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도화선은 금리인상이다. 미 통화당국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4.75%p까지 끌어 올리면서 주요 고객층인 스타트업, 테크 기업의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예금이 줄어든 SVB는 보유 채권을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8일 고지했다.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은 다음날 전체 예금 잔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당국이 은행을 폐쇄시키기에 이르렀다.

실리콘밸리은행은 1983년 설립된 은행으로 총자산 209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16위 은행이다. 지난 2009년 파산한 리먼브라더스 총자산의 3분의 1 수준으로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중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SVB은행이 무너진 지 사흘 만인 12일 뉴욕 소재 시그니처뱅크가 파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예금은 885억달러, 우리 돈 120조원에 이른다.

주식시장도 흔들렸다. 10일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1.07% 내린 31909.96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76%, 1.44% 내린 11138.89, 3861.73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연준은 오는 22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지난 7일 파월 의장이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면서 긴축우려가 커진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나 연구원은 “SVB 사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연준의 긴축 제한”이라며 “이 사태는 금리가 본질이므로 추가 피해를 가늠해야 하는 시기에 연준은 긴축 태도를 강화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처=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처=기획재정부]

한국에 끼칠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금융수장은 12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관련 사태를 점검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아직까지는 이번 사태가 미국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하다”면서도 “SVB 유동성 위기가 은행 폐쇄로 확산돼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SVB뱅크의 고객 포트폴리오가 대형은행과 달리 스타트업 기업 등에 집중됐으며 자산구조도 금리인상에 취약한 채권에 과도하게 몰린 이례적 사건이란 분석이다.

미 당국이 빠르게 개입한 영향도 크다. 12일 미 재무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공동성명을 내고 SVB 예금 전액을 보증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FDIC 이사회와 연준 이사회의 건의를 받고 대통령과 상의했으며 옐런 장관이 FDIC가 SVB 청산을 위해 모든 예금자들을 보호하도록 승인했다”며 “예금자들은 13일부터 모든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 SVB 청산과 관련해 납세자들의 부담도 없다”고 발표했다.

또 추가적인 줄도산을 막기 위해 유동성 지원 기금(BTFP)을 조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연준은 “BTFP는 우량 증권을 담보로 한 추가 유동성을 제공해 금융기관이 압박을 받는 시기에 증권을 서둘러 매각하지 않아도 되게 한다”고 설명했다.

DB금융투자 강대승 연구원은 "대형은행과 달리 고객과 자금조달은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고 자산구성도 금리인상에 취약한 채권자산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건전한 대형은행의 자산상황과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은행권 내 리스크 전이는 일단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면 여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올투자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긴축 과정에서 은행권 현금 규모가 감소하고 있으며 SVB사태가 고용 부진 및 투자 감소의 요인을 작용할 개연성이 존재한다”며 “결국 향후 실물 경기 둔화 가능성과 함께 신용 리스크의 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요인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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