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 인터넷은행에게 중저신용자 대출 늘리라더니 이젠 '연체율' 책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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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인터넷은행에게 중저신용자 대출 늘리라더니 이젠 '연체율' 책임 묻는다
  • 이영택 기자
  • 승인 2023.02.28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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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중저신용자 비중 오르자 곧바로 연체율 지적
오히려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에 해가 되는 발언
인터넷 은행 3사. 왼쪽부터  [사진= 각 사 홈페이지]
인터넷은행 3사. [사진= 각 사 홈페이지]

금융당국의 지시대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린 인터넷은행 3사(토스, 카카오, 케이뱅크)가 이번엔 연체율 책임을 홀로 맡게 됐다.

지난해 인터넷은행은 우크라이나 전쟁로 인한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침체,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화 등 끝없이 금리가 오르는 환경에도 단계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렸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낮은 심사기준과 대출금리를 필두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렸으며, 이듬해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허나 공격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로 인해 발생한 신용리스크는 다가올 미래에 남겨진 골칫덩어리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6일 평상시 금융사들이 높은 수준의 충당금과 자본 비율을 유지하는 등 위기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동시에 취약차주에 대한 선제적 지원을 강요했다.

허나 아직 경기가 회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연체율이 높다고 지적하는 건 단순하면서 섣부른 발언이다.

인터넷은행이 연체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체 신용평가모형의 기준을 더 철저히 해야되며 이에 따라 몇몇 금융 소비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자체 신용평가모형의 기준을 소폭 낮추면 기존에 대출을 받지 못했던 금융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는만큼 연체율도 자연스레 올라간다.

더불어 국내도 해외도 올해 우리나라 경기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수출 부진과 내수 둔화로 인해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6%로 소폭 내렸다. 또한 IMF는 주요국과 달리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1.7%로 낮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경제는 IT 경기 부진 심화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소비 회복 흐름도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즉, 모두가 국내 경기둔화를 전망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이 높다고 지적하는 건 시기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출처=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 [출처=금융위원회]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가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이동할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는 상황에서 연체율 발언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만일 인터넷은행이 연체율 감소를 위해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하고 중저신용자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면 그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중저신용자 수가 줄어든다.

즉, 금융소비자가 낮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타기도 전에 해당 상품의 문턱이 올라가게 된 셈이다.

물론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비해야 되는 건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많은 리스크 중 연체율이 가장 치명적인 문제도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불경기에 처해있다는 증거이자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아직 경기가 회복될 단계에도 돌입하지 않았는데 연체율 책임을 묻는 건 너무 가혹하고 성질 급한 짓이다.

이영택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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