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친환경 정책] 유럽인들 식탁 위에 벌레 요리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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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친환경 정책] 유럽인들 식탁 위에 벌레 요리 오른다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3.01.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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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대 부족 불구 EU委 식용곤충 허가
- 대체 단백질원으로 포용되려면 여전히 먼 길
- 가공식품원료로 응용 가능성 다양

브뤼셀 본사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월 24일, 유럽연합 내에서 곤충을 식료품에 식재료로 판매 및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4일부로 식료품 소매업자는 합법적으로 곤충을 원료로 한 식품을 판매하고 음식점들이 식용곤충을 식자재로 사용해 조리해 팔 수 있게 됨을 뜻한다.

EU 가입 후 10년 만인 지난 2022년 7월부터 유로화 통용하기 시작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정부는 그보다 하루 전인 1월 23일부터 곤충을 원료로 한 식자재의 시중 유통 및 판매를 승인했다.

카우프란트와 지미니 협업으로 개발된 매미, 딱정벌레 원료의 프로틴바 스낵, 국스, 뮤즐리 제품. Courtesy: Kaufland
카우프란트와 지미니 협업으로 개발된 매미, 딱정벌레 원료의 스낵. 프로틴 바, 국수, 뮤즐리 등 다양한 제품도 시판 중이다. Courtesy: Kaufland

예컨대, 독일 슈퍼마켓 체인인 카우프란트(Kaufland) 크로아티아 지점에서는 식용곤충으로 지정된 메뚜기, 개미, 딱정벌레 종 등을 갈아 분말 형태로 가공한 곤충 밀가루가 ‘친환경 파워푸드’ ‘아이디어 신상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비자에게 소개되고 있다.

가공식품류로는 곤충 밀가루, 곤충 버거, 국수류, 바삭한 스낵류, 단백질 과자류 제품들이다. 카우프란트는 앞서 2019년부터 식용곤충의 시장에 대비해 프랑스 식품가공업체인 지미니(Jimini) 사와 협력하고 곤충을 원료로 한 스낵 식품을 개발∙한시적 시험 판매하기 시작했다.

동물의 세계에서 식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인간의 입맛에 맞고 안전한 육류가 한정돼 있듯, 대다수 곤충은 식용으로 쓰기엔 맛이 좋지 못하고 섭취했을 때 인체에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유럽 연합권 내에서는 우선 4종의 먹을 수 있는 곤충류 — 집 귀뚜라미(학명: Acheta domesticus), 소딱정벌레(Alphitobius diaperinus)의 유충, 풀무치(locust) 유충, 일반 딱정벌레 —의 소비를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집 귀뚜라미를 제외한 나머지 3종은 26일부터 소비가 허용된다고 EU 식품안전당국 산하 유러피언 푸드 에이전시 뉴스(EFA News)는 보도했다.

식용곤충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류로 실험되고 있는 볼드푸즈(Bold Foods) 사의 곤충 버거. courtesy: Kaufland
식용곤충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류로 실험되고 있는 볼드푸즈(Bold Foods) 사의 곤충 버거. courtesy: Kaufland

곤충을 식용 삼아 섭취하는 식문화는 별안간 등장한 유행이나 기현상은 아니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권 인류는 지난 수 천년부터 벌레를 단백질원 식량으로 섭취해오고 있지만, 구미(歐美) 문화권에서는 여전히 벌레가 식재료로 수용되는데 저항도가 매우 높다.

현대인들의 뇌리에서 잊혔지만 1천 년 전 유럽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곤충을 별미로 즐겨 먹었다 하며, 그 보다 더 오래전인 1만 년 전 빙하기 수렵채집을 했던 선사 시대 인류는 다른 동물들이 먹는 벌레를 관찰해 뒀다가 따라서 잡아먹는 전략으로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영양학자들이 곤충을 원료로 한 식품 제품을 권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양가 때문이다. 100그램 단위당 단백질 함유량이 55~85%로 쇠고기, 닭고기, 생선 등 일반 육류 보다 단백질 함유 비율이 높고 오메가 3 지방산 함유량도 20~30%에 이른다.

밀가루 형태로 가공한 곤충 밀가루는 각종 빵류, 팬케이크나 와플, 케이크 등 탄수화물성 요리를 할 때 밀가루 대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또, 곤충은 작기 때문에 초콜릿, 과일, 향신료, 허브 등을 도살 하루 전 먹이 사료에 배합하면 바로 그 맛과 향을 발산하기 때문에 가공 공정 상 조작 및 응용성도 다양하다.

현대인의 육식 식생활로 늘어난 메탄가스 감축하기

같은 날인 24일, 억만장자 빌 게이츠가 젖소의 트림하면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메탄 가스량을 감축시키는 기술을 개발 중인 호주의 환경기술 스타트업 루민에이트(Rumin8)에 투자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루민에이트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게이츠가 운영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vergy Ventures)는 호주 농축산물 도매기업 하베스트 로드 그룹(Harvest Road Group)과 협력 관계를 체결하고 벤처 투자 금액 호주화 1,200만 달러를 공동 출자해 루민에이트에 투자하게 된다.

젖소는 섭취한 풀을 소화기 내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메탄가스를 발생시켜 트림으로 배출한다. 이렇게 대기로 배출된 메탄가스는 오늘날 지구상 대기 중 온실가스의 20%를 차지하는, CO2 다음의 제2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게 환경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젖소의 트림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 감축을 위한 해초 원료 사료 첨가제 개발 기술은 현재 스웨덴 스티트업 볼타 그린테크(Volta Greentech)와 아일랜드 스타트업 시솔루션스(SeaSolutions)도 개발 중이다. Photo courtesy: Volta Greentech, Sweden
젖소의 트림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 감축을 위한 해초 원료 사료 첨가제 개발 기술은 현재 스웨덴 스티트업 볼타 그린테크(Volta Greentech)와 아일랜드 스타트업 시솔루션스(SeaSolutions)도 개발 중이다. Photo courtesy: Volta Greentech, Sweden

그에 대한 해법으로써 루민에이트는 천연 해초 원료 사료 첨가제를 개발했다. 젖소, 양, 염소 반추동물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량을 소화기 내에서부터 줄이는 이 항메탄 생성 솔루션은 앞서 1차 투자유치 라운드에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알리바바의 공동 창업자 마윈의 투자를 받아 추진됐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로부터 지구를 살리기 위해 육류 식생활을 줄이고 식물성 및 대체 단백질원에 기반한 식생활 선택을 통해 생태계 지속가능성을 기여해야 한다는 압력이 인류에 가중되고 있다. 

EU 정책가들은 유럽인들이 곤충을 원료로 한 먹거리에 마음을 열고 일상 식문화의 일부로써 포용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내다보고 향후 1~2 세대에 걸친 혁신적 중장기 전략 수립에 고심 중이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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