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투세’에 물린 민주당...당론 손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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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투세’에 물린 민주당...당론 손절하나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11.21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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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민주당 제시 금투세 유예안 거부
민주당, 당 정체성 버리고 표심 좇을까
[출처=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조건부 2년 유예안을 제시했다. 증권거래세 세율을 0.15%로 추가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기준을 기존 10억원으로 유지하는 안이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 5000만원 이상일 때 수익 20%를 세금으로 매기는 제도로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10월 민주당은 이러한 금투세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사실상 이번 유예안은 이러한 당론 일부를 뒤집은 결정인 셈이다.

다만 민주당이 내건 조건은 큰 틀에서 부자감세 반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를 낮추면 혜택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고르게 돌아간다. 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유지할 경우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에 대한 감세를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곧바로 민주당이 내놓은 조건부 유예안을 걷어찼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자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세수가 줄어드는 것” 때문이라고 밝혔다. 

만약 세수가 문제라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100억원으로 더 높이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주식자산 10억원 초과 투자자들이 과세를 피하고자 연말에 주식을 대량 처분하는 게 문제라면 이를 막을 다른 장치를 고안해내는 게 옳다. 단순히 과세를 폐지한다는 건 정책적 게으름을 방증할 뿐이다.

건전한 재정준칙을 내건 정부가 단순 감세를 내세운 점도 앞뒤가 안 맞는다. 지난 1~9월 정부 관리재정수지는 전년 대비 17조원 늘어난 91조8000억원 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금투세를 넘어 법인세, 종부세, 상속세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출처=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은 이러한 정책이 결국 복지예산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지난 10월 부자감세 반대 당론을 채택했다. 그런데 최근 개미들의 예측치 못한 반발에 표심 잡기냐, 당론 유지하기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번 절충안처럼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당론이 표심잡기로 기울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양보할 경우 당내·외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가진 정치적 정체성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금투세 과세 대상인 금융소득 5000만원(투자자 0.9%)은 웬만한 직장인 연소득보다 높다. 2020년 임금 근로자 연평균 소득은 40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근로소득세는 걷고 금융투자소득세는 안 걷는다는 건 불로소득을 장려하고 자산 양극화를 부추기는 정책이다. 민주당이 내걸어온 가치와 부합하는 일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단기적으로 개미표심 잡기에 나설 건지, 장기적으로 명확한 당 정체성을 확보할 건지 결정해야 하는 때다. 이미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이 대표의 경제공약은 콩가루 정체성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표심잡기 공약만을 제시하며 당 정체성이 흐릿해졌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족적을 밟을 것인지, 아니면 기존 당론을 강화할 건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문제는 단기·장기투자에 따른 과세기준을 달리하거나,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을 분리과세 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만 고민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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