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헌동의 '건물만 분양' 나비 날개짓, 주택시장 '태풍의 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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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헌동의 '건물만 분양' 나비 날개짓, 주택시장 '태풍의 눈' 되나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11.10 0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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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모두의 공약 '반값아파트' 드디어 첫 발 떼나...준비에만 1년 걸려
- "국토부 장관상 받은 아파트 설계 건축비 25평 기준 1.9억원·평당 800만원...25평 3.5억원 분양"
김헌동 SH사장 [사진=녹색경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의 '건물만분양 아파트'의 청사진이 나왔다. 김헌동 SH사장이 지난해 11월15일 취임한지 거의 1년만이다. 김헌동 사장이 지난 20여년간 구상하고 꾸준히 주장해왔던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의 아파트 공급이 구체화되면서 향후 아파트분양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헌동 사장이 고덕강일지구 '건물만' 아파트 계획을 밝히는 모습 [사진=녹색경제]

김 사장은 9일 SH 본사에서 개최한 고덕강일지구 8,14단지 분양원가 공개에 이은 기자설명회에서 첫번째 고덕강일공공주택단지에서 SH의 첫번째 토지임대부건물분양 방식 아파트 사전예약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덕강일 지구는 지난해 11월15일 취임한 김 사장이 한달만인 지난해 12월15일 첫 분양원가 공개 약속을 지킨 곳이기도 하다. 

그가 제시한 청사진에 따르면, 첫번째 '건물만 분양' 주택은 500가구로 이중 80%인 400가구는 19세에서 39세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100가구는 19세 이상 무주택 성인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을 받아 공급하게 된다. 사전예약에 따른 별도의 비용이 없고, 90% 이상 건축후에 분양하는 후분양방식으로 공급되며 정책금리로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김 사장은 "25평짜리 아파트의 공급가격은 3억5000만원 전후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백년 동안 쓸 수 있는 고품질의 아파트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공급물량인 500가구는 작은 수량이지만, SH의 작은 날개짓은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H가 이미 확보한 고덕강일지구, 내곡지구, 위례지구, 마곡지구 등의 잔여 택지와 10만여채의 아파트, 서울시가 보유한 8만여채의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향후 공급되는 주택은 가능한 한 '건물만 분양'으로 공급하고,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해 기존의 '반값아파트'가 아닌 '반의 반값 아파트'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의지다. 

김헌동 사장이 기자들과 질의답변하는 모습 [사진=녹색경제]

여·야 모두의 공약 '반값아파트' 드디어 첫 발 떼나...준비에만 1년 걸려

이른바 토지임대부건물분양방식의 '반값아파트'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7년 준공된 '낙원아파트'가 대표적이고 현재 서울시가 보유한 8만여채의 아파트 중에도 '시민아파트'라는 이름의 건물만 분양한 아파트가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명박정부 시절 분양한 강남구 자곡동 브리즈힐과 LH강남힐스테이트 아파트는 대부분의 서울시민이 지금도 기억하는 '반값아파트'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는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30만채의 토지임대부건물분양 주택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고, 올해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도 윤석열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는 물론,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까지 '토지임대부건물분양아파트' 공약을 했었다. 

하지만 2016년 국회는 반값아파트 공급을 제한하는 '주택법' 개정을 통해 사실상 공급을 어렵게 만들었다. 토지임대부건물분양아파트를 분양받아 거주하다가 이사를 하기 위해 환매할 때는 LH에만 팔도록했고, 이때 시세차익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이는 사유재산권을 제한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때 주택시장이 활황이면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어 당초 분양을 어렵게 만드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게끔 만들었다. 이전 정부에서처럼 집값이 오르는 동안에는 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는 단 한채의 '반값아파트'도 공급되지 않았고 집값은 2배 이상 올랐다.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기본주택'을 대표적인 주택정책 브랜드로 내세웠다. 하지만이제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분양형 기본주택'이 바로 토지임대부건물분양방식 아파트다. 

앞서 김 사장은 <녹색경제신문>과 따로 만나 "건물만 분양아파트의 공급 준비에만 1년이 걸렸다"며 "정부와의 조율은 일단락됐고,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김헌동 사장의 인사청문회 전날 SH의 5대 혁신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은 SH임직원의 부동산투기 예방시스템 구축하고, 분양원가공개와 자산공개 등 투명경영을 실천하며, 주거안심센터를 25개 자치구에 구축해 주거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토지임대부건물분양 방식 등으로 공급해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라고 주문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오세훈 시장의 주문은 김 사장이 이전부터 주장해왔던 주택정책 방향과 다르지 않다. 

김 사장은 "중동에 출장 중인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과도 사전에 교감을 했다"면서 "지난 8월16일 윤석열정부의 첫번째 주택정책으로 발표된 250만호 공급정책과 지난달 2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표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정책에 SH의 '건물만분양' 아파트 정책이 반영돼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1년 동안 김 사장은 분양원가 공개를 이어왔다.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고, '건물만' 아파트 공급시 분양가를 결정하게 될 건축원가를 거듭 확인해 얼마에 공급할 수 있을지 직원들과 충분히 공유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가 밝힌 이유다. 

또한, 이 기간 SH는 국토부, 서울시와 변경 승인 절차를 밟았다. 건설예정지인 고덕강일지구의 공공택지가 이미 토지 분양형 신혼희망타운으로 승인이 난 상태여서 '건물만'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국토부의 지구계획 변경 승인고시와 서울시의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올 들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서 변경 승인에 속도가 붙었고, 지난달 한덕수 총리의 발표까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서울시의 변경 승인 절차를 설명한 자료 [자료=SH]

"국토부 장관상 받은 아파트 설계 건축비 25평 기준 1.9억원·평당 800만원...25평 3.5억원 분양"

김 사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고덕강일 지구에서 국토부 장관상을 받은 아파트의 건축비는 25평 기준 1억9000만원으로 평당 800만원 정도"라면서 "하지만, '건물만' 아파트는 국내 최고 아파트와 같은 품질수준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25평짜리 아파트 분양가는 SH의 적정 이윤을 포함해 3억5000만원 정도"라고 발표했다. 

그는 "사전예약은 다음달 예정됐지만 분양은 건물을 준공하게 되는 2년 후에 이뤄지고 분양가도 이 시기에 확정된다"면서도 "3억5000만원 정도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국토부 기본형 건축비가 아닌 백년주택을 위한 서울형 건축비를 설명하는 자료 [자료=SH]

그러면서 "국토부의 기본형 아파트는 평당 800만원 정도로 저렴하지만, 준공 후 30~40년 지나면 안전 등을 이유로 재건축할 수 밖에 없다"며  "지난 8월 오 시장과 함께 싱가폴을 방문했을 때 오 시장은 피나클 아파트보다 더 좋은 아파트를 지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3억8000만~3억9000만원까지 논의되기도 했지만,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1989년 SH를 설립한 목적이다. 서울시민들 집값 불안이 없도록 하는 것이 두번째고, 주거복지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세번째 SH의 존재 이유"라면서 "천만 서울시민이 SH의 주인이다. 천재지변이 없다면 3억5000만원에 공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어 "SH가 현재 보유한 평균 1200가구, 34개 단지의 약 4만여 가구는 조만간 재건축이 예상되고, SH가 보유한 전체 아파트가 10만채, 서울시가 보유한 8만 가구 등 서울에만 공공아파트 20만채 이상이다. 이들을 재건축할 때 건물만 분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SH의 백년주택 건축 이미지 [사진=SH]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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