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실효성 없다는 '무용론'...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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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실효성 없다는 '무용론'...정말 그럴까?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2.07.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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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쟁 재점화, '의무휴업 무용론' 확대
온라인 쇼핑 대세 속 효과 감소에도 매출증대 긍적적
일부 전통시장 상인들, 의무휴업일 정상영업일 보다 10~30만원 매출 높아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관련 제도가 골목상권 보호 측면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의무휴업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해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이 활성화되기는 커녕 소비자편익만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의무휴업 무용론은 정말 합리적인 주장일까? <녹색경제신문>이 학계 실증연구와 현장 취재를 종합해보면서 의무휴업 무용론을 진단해봤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전경.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매달 2회 의무휴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이용준 기자]

 

의무휴업 규제 완화... "골목상권 무너져 vs 실효성 낮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제한하고 매달 이틀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토록 한다. 관련 법은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탈을 방지하고 공생경쟁을 위해 2012년 이후 시행된지 10년을 맞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온라인쇼핑이 대세인 가운데 의무휴업 제도가 대형마트를 역차별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이커머스 업계는 규제망 밖에서 급성장하는 반면 대형마트는 규제에 막혀 온라인 역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구매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대형마트 새벽 배송 규제가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만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며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중소상인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된 바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소상공인을 더 큰 어려움으로 몰아넣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업계는 의무휴업 규제 실효성이 낮아 본래 취지를 상실했다고 반론한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해도 소비자는 골목상권이나 재래시장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는 지역상권 앵커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의무휴업일은 오히려 주변 골목상권을 동시에 침체시킨다는 것. 일명 ’의무휴업 무용론’에 입각한 주장이다.

의무휴업 무용론, 어디까지 사실일까?

의무휴업 무용론은 최근 업계 전반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언론사들도 의무휴업 무용론을 기정 사실로 보도하고 의무휴업 폐지가 정당하다는 여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이 의무휴업 무용론이 어디까지 합리적인 주장인지 학계 전문가들의 실증연구를 통해 검토해봤다.

① 의무휴업 제도는 중소상인 매출증대에 효과가 있다.

양준석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연구원 등의 연구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중소서비스업체에 미치는 효과:신용카드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에 따르면 의무휴업 규제는 주변 상권 매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연구원 등은 대형마트와 주변 사업체간 경쟁관계가 뚜렷한 업종(의류·음식점·제과제빵·편의점·슈퍼마켓 등)을 선정, 국내 주요 신용카드사 매출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소서비스업체 매출은 의무휴업일의 경우 정상영업일 보다 전체적으로 6.1%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슈퍼마켓 17.0%, 제과제빵 10.8% 증가했다.

특히 대형마트와 인접한 사업체일 수록 비례적이지 않지만 효과 컸다. 슈퍼마켓의 경우 0.5km 23.4%, 0.5~1km 12.8%, 1km~2km 이내 17.6%, 2km~3km 이내 14.5% 매출 증가효과가 있었다. 이는 슈퍼마켓 사업체 특성(소형 및 대형)에 기인한 결과로 추론 되지만 개별 가맹점 규모를 파악 할 수 없다는 연구 한계는 있다.

한편 음식점과 편의점은 의무휴무 영향을 덜 받아 유의미한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는 주 고객층이 다르거나 대형마트가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쟁압력이 약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양 연구원 등은 의무휴업일 제도는 유효하다면서도 온라인 대체성이 높은 사업체일수록 효과가 작아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의무휴무 매출증대 효과는 이커머스 성장과 함께 2016년 18.6%에서 2017년 14.5%로 축소됐다. 다만 온라인이 오프라인 쇼핑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기에 의무휴업 효과는 완전히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란 결론이다.

② 전통시장 유입은 긍정적 효과 있지만, 상권 전체에는 부정적이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등의 연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에 따른 소비자 행동변화’에 따르면 대형마트 상권 내 점포들(동네슈퍼마켓, 전통시장, 식자재마트, 편의점 등)은 경쟁 관계라기 보다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이 주변 다른 점포를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은 73.57%로 나타났다. 즉 상권 내에 대형마트가 없으면 상권 전체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형마트 고객은 의무휴업일 중에는 다른 유통경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전통시장에 11.60%, 동네 슈퍼마켓은 34.65% 방문한다. 하지만 상권 내 고객이 외부 혹은 온라인쇼핑 등으로 이탈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③ 소형 슈퍼마켓 보다 대형 슈퍼마켓 반사이익이 크다.

오프라인 업체간 경쟁 관계를 보면 의무휴무일은 소형 슈퍼마켓이 아닌 대형 슈퍼마켓 매출증대에 효과적이라고 나타났다. 구체적인 2017년 매출액 변화를 보면 2014년을 기준치(100)로 볼 때 50억 이상 대형 슈퍼마켓은 의무휴업일에 165.36으로 정상영업일(160.88) 보다 2.78% 증가했다. 반면 5억 이하부터 20~50억 규모 소형 슈퍼마켓은 오히려 평균 4~6% 감소했다.

④ 의무휴업일은 주말보다 평일이 효과적이다.

조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은 주말 보다 평일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점포별 방문 요일과 동반인 유무(개인 혹은 가족단위) 차이에서 기인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먼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고객 방문 유형이 거의 유사했다. 두 곳 모두 개인 보다 가족 단위 이용자가 많았다. 또 1인 고객은 주말 보다 평일에 많았다. 구체적으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가족단위 고객은 각각 68.28%, 70.59%였고 일요일 방문이 17.08%, 18.92%였다. 혼자 방문하는 고객은 주로 평일을 이용했는데 각각 83.98%, 84.44%로 토요일 보다 8배, 일요일 보다는 17배 가까이 많았다. 한편 식자재마트, 동네 슈퍼마켓, 편의점 등은 동반인 상관 없이 평일 이용객이 많았다.

즉 가족 단위 고객은 일요일에 골목상권 점포를 비롯해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형마트와 고객 방문 유형이 유사한 평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게 효과적이란 결과다. 조 교수 등은 이에 관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1인 고객은 평일에, 가족단위 고객은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이용함에 따라 대형마트 고객 이동을 통한 동네 슈퍼마켓 활성화 정책을 위해서는 고객이 겹치는 평일 의무휴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결론 지었다.

수도권 시내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전경
[사진=이용준 기자]

 

전통시장 상인들은 실제 '의무휴업제'를 체감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실제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체감하고 있을까? 26일 수도권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해 직접 물어봤다. 이 전통시장은 북동쪽으로 롯데마트(1.9km), 남동쪽으로 이마트(2.9km)를 두고 있다. 또 역에서 도보 20분, 자동차 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11시부터 13시30분까지 무료주차도 가능해 자가용 이용도 편리한 편이다. 주변 대형마트는 매달 둘째, 넷째주 일요일에 의무휴업일 시행하고 있다.

가능한 업종별(농산물·방앗간·정육점·의복점)로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만 총 5명 인터뷰 대상 중 3명은 ‘의무휴업제’ 시행을 인지하지 못해 의무휴업일에 해당하는 날짜 매출만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정상영업일 보다 평균 20~30만원 매출이 높다고 답했다. 그는 평소 단골이 많은 편이지만 의무휴업일에는 새로운 고객이 유입된다며 의무휴업제 효과를 긍정했다.

A씨는 “대형마트가 좋은 건 알겠는데 우리 상인들도 골고루 먹고 살게 해줘야 한다. 나는 의무휴업 폐지고 뭐고 반대다”며 “의무휴업일에는 평소 보다 대략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 더 나온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단골이 많은 편이지만 의무휴업일에는 주변 지인들 외에도 젊은 사람들이나 새로운 손님이 많은 편”이라며 “아무튼 물건이 좋으면 단골이든 아니든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앗간을 운영하는 B씨는 “아무래도 의무휴업일 일요일에는 평소보다 매출이 나은 편”이라며 “의무휴업일이 폐지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유지하는 게 조금은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는 주변 손님들을 한번에 실어 나르는 차가 있었는데 사라졌다”며 “지금은 손님들이 개별적으로 오기 때문에 매출도 줄었다”면서 “외부 손님들이 시장에 올 수 있는 동기를 더 많이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C씨, D씨와 의복점을 운영하는 E씨는 의무휴업일 제도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다만 정상영업일과 비교해 의무휴업일 매출은 평균 10~30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터뷰이들의 답변은 정확한 매출 통계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낮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종합적으로 의무휴업제는 전통시장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시장 매출은 대형마트 근접성뿐 아니라 주변 상권과 인구통계학적(소득, 연령, 가족규모 등) 특징, 거시경제적 변수 등 영향을 받는다. 또 일부 전통시장만으로 의무휴업일 제도 유효성을 파악하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의무휴업일 제도가 유효할 경우, 전통시장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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