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인류의 기원을 찾기위한 여정...영화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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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인류의 기원을 찾기위한 여정...영화 '프로메테우스'
  • 한익재 기자
  • 승인 2017.08.04 10: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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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을 찾는 여정을 그린 SF걸작 영화 '프로메테우스'

생명체가 자연발생하지 않는다는 생물속생설은 근대 과학을 통해 정설로 굳어졌다. 그렇다면 인간의 기원은 어디에서 왔을까. 특정 환경 조건에서 화학물질이 원시생명체를 구성해 진화해왔다는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유력한 가설이지만, 인간의 기원에 대한 질문은 창조주 신에게 가 닿기도 하고, 때로는 외계로 나아가기도 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생각되는 외계인, 이른바 '엔지니어'를 찾아 외계로 떠나는 과학자들의 여정을 담았다.

홍성현 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연구위원은 이 작품이 인류가 탄생한 배경에 대한 가설을 제시하고, 조물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독특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추천했다.

인간을 만든 엔지니어, 인간을 버리다

2085년, 과학자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만 년 전의 벽화들이 일치하는 것을 발견, 그림의 내용이 인류를 만든 존재인 이른바 '엔지니어'가 인류를 초대하는 초대장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웨이랜드 기업의 지원을 받아 우주선 '프로메테우스호'를 타고 벽화 속 행성계를 찾아 탐사를 떠난다. 

목표 행성에 도착한 일행은 엔지니어로 추정되는 2,000년 전 외계 생명체의 사체를 구하고 DNA를 분석해 엔지니어의 DNA가 인간의 DNA와 완벽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탐사대의 활동은 유기물질이 보관됐던 건축물 안의 대기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미지의 외계 생명체들이 탄생해 탐사대는 위험에 처한다. 

한편, 웨이랜드 기업의 피터 웨이랜드 회장은 자신의 수명 연장을 위해 동면중이던 엔지니어를 살려내지만, 그는 살아나자마자 웨이랜드 회장과 탐사대 일행들을 죽이고 지구를 멸망시키러 가고자 우주선을 작동시킨다. 탐사대는 엔지니어의 지구행을 막아서고, 유일한 생존자로 남은 쇼 박사는 지구가 아닌, 엔지니어가 온 행성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인간을 만든 엔지니어가 인간을 죽이려는 모습일 것이다. 

깨어난 엔지니어는 탐사대를 죽인다.

홍 연구위원은 창조주가 피조물을 사랑할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다분히 종교적인 시선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과학 실험을 위해 어렵게 만든 샘플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버릴 수 있듯이, 인간의 높은 지능과 발전된 과학 기술이 엔지니어가 바라던 결과가 아니라면 인간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신이라 믿었던 존재가 인간을 버리는 모습을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잔인하지만 담담하게 그려냈다.

생명의 기원, 조물주와 피조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

영화에서는 인간이 만든 로봇, 데이빗도 등장한다. 데이빗은 고고학자인 찰리가 엔지니어를 만나면 왜 인간을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고 하자, "인간은 왜 저를 만들었죠?"라고 묻는다. 찰리가 이에 대해 "그야 만들 수 있으니까."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것이 감독이 생각하는 생명 창조의 이유일까? 홍 연구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인간이 로봇을 만드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영화 속 데이빗도 프로메테우스호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목표 행성까지 오랜 시간 먼 거리를 이동해 동면중인 사람을 깨우고 필요한 일들을 수행하려면 수명의 제한이 없는 게 유리하죠. 생명체도 목적을 갖습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지요. 그러나 생명이 주어진 것 자체에는 사실 목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빅뱅으로 우주가 형성된 것에도 목적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우리를 만들었다면, 만든 존재를 만든 이들도 있을 거겠죠? 그렇게 생명의 탄생을 거슬러 가다 보면, 거기엔 정말 이유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르죠."

사람이 만든 인조인간 데이빗.

영화는 엔지니어가 미지의 물질을 마시고 분해돼 폭포수에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홍 연구위원은 엔지니어가 분해돼 생명체들이 만들어졌다면, 영화 속 설정이 하나의 근원에서 파생돼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해왔다는 다윈의 진화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엔지니어 사체의 유전체를 분석해, 인간의 DNA와 100%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어 기뻐하는 장면에는 과학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간의 조상이 엔지니어라 하더라도, 인간과 엔지니어의 유전체가 정확히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엔지니어와 인간은 외형도 다르고 생존한 환경도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학자로서 매우 짧은 시간 내에 DNA의 일치 여부를 분석해낼 수 있는데다, 일치여부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보여주는 영화 속 과학기술은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과학자라면 꿈꾸는 영화 속 과학기술

과학자로서 홍 연구위원이 매료된 영화 속 과학기술은 DNA분석 기기뿐만이 아니었다. 죽은 지 2,000년이 된 엔지니어의 사체에 줄기세포를 삽입, 아직 살아있는 신경계를 속이는 장면도 흥미로웠다고. 아마도 차단과 보존이 잘 돼 죽자마자 냉동된 듯한 상태가 유지됐을 것이라며, 전기적 자극에 의해 신경계를 일시적으로 재생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도 매우 흥미로운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데이빗은 자신을 만든 인간의 목적대로가 아닌, 자신의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처럼 감정을 갖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특히 우주복이 필요 없는 로봇임에도, 인간이 로봇에 느끼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인간처럼 우주복을 입는 능력까지 습득했다. 고차원의 사고도 가능한 인공지능인 셈이다.

"그렇지만 과학자로서 가장 부러운 장면은 고고학자들이 스코틀랜드에서 3만 5천여 년 전의 벽화를 찾은 모습이었어요. 전 세계 각지에서 찾은 벽화를 중첩시켜 공통적인 요소를 찾아, 엔지니어의 발자취를 좇는 모습은 과학자로서 대리만족을 느낄 정도였죠. 요즘 생물학에서도 빅 데이터를 다룹니다. 수많은 정보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 연구의 관건이 되죠. 연구자의 연구 의도가 분명할 때, 이러한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은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고대 스코틀랜드 벽화.

건강한 수명을 늘릴 수 있을까

웨이랜드 기업의 회장 피터 웨이랜드는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프로메테우스호의 여정에 모든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그러나 거동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엔지니어에게 다가간 순간, 무참히 죽음을 당한다. 수명 연장은 인류의 오랜 꿈이지만, 과연 어느 정도까지 연장이 가능한 걸까. 웨이랜드처럼 병약한 몸 상태로 수명만 늘어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저희 연구단은 식물의 수명을 연구하죠.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단지 죽음의 순간을 늦추는 것이 축복은 아닐 겁니다. 노화 연구자들은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닌, 건강한 건강수명(Health Span)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청장년의 시기를 늘릴 수 있는 패턴에 주목하고 있죠."

홍 연구위원은 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에서 애기장대를 대상으로 생체 시계와 노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생체시계는 빛, 온도, 습도 변화와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해 매일매일 다시 맞춰지는 시계와 같은 시스템으로 생체 나이를 인식한다. 이를테면 우리 몸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온다는 걸 인식해 아침의 몸 상태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생체시계 덕분이다.

식물 분야는 동물 분야에 비해 노화 현상과 생체시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다. 홍 연구위원은 식물의 생체시계 시스템이 어떻게 노화를 제어하고 수명 정보를 받아들이는지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식물은 기관별로 노화가 분리돼 있는데, 홍 연구위원은 여러 기관 중에서도 잎을 연구하고 있다. 식물 잎의 노화현상은 동물에서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진행되도록 설계돼 있는데, 식물들은 다음 생 혹은 내년살이를 위해 계절이 바뀌면 잎을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홍 연구위원은 식물의 노화 패턴 연구가 작물의 생산성 증대나 상품의 효용성 연장뿐만 아니라, 동물의 노화 현상에도 비교하거나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사람에 도움이 되는 연구라 믿는다고 말한다. 어쩌면, 인간이 주어진 시간을 현명하게 사는 길은 엔지니어를 찾아가기 보다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익재 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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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17-08-04 13:47:24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뒤집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면서 그 이론에 반론하면 5천만 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대한민국의 과학자들 중에서 아무도 반론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의 원리와 생명의 본질을 설명하면서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이기일원론과 무아연기론)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했다. 이 책은 형식적으로는 과학을 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문교양서다. 이 책을 보면 독자의 관점과 지식은 물론 철학과 가치관도 바뀐다.

이산 2017-08-04 13:50:47
과학을 탐구하는 중요한 수단은 실험 계측과 수학 계산인데 그 2가지 수단에서 모두 오류가 발생하므로 과학 이론에도 흠결이 존재한다. 하나의 이론이 올바르다면 우주의 탄생과 운행을 모두 설명할 수 있으므로 다른 이론이 필요 없는데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이 상호보완하면서 공존하는 것은 두 이론에 모두 흠결이 있다는 증거다. 기존의 이론은 우주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지 못하고 국소적인 상황만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임시방편이다. 종교가 잘못된 것도 과학이 종교의 모순을 명쾌하게 밝혀주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