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오너의 '은둔경영'과 아쉬운 대중과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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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기업 오너의 '은둔경영'과 아쉬운 대중과의 소통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3.3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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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국내 중소기업이 제작한 4m 짜리 대형 로봇 조종간에 앉아 로봇을 조종하는 사진이다. 

베조스는 한국미래기술에서 개발한 '메쏘드-1'이라는 거대 로봇을 탄 사진을 직접 트위터에 올렸다. 관람객들이 촬영한 동영상도 유튜브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그는 블루오리진이라는 민간 우주개발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자체 개발한 로켓의 실험장면이나 제품 사진을 실시간으로 SNS에 공유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 역시 스페이스X라는 우주개발사를 설립했다. 온라인에선 베조스와 머스크 중 누가 먼저 우주여행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할 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나 팀 쿡 애플 CEO 등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수시로, 혹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SNS나 언론을 통해 입장과 계획을 밝히며 대중과 소통에 나선다. 

이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대중들은 기업의 입장을 확인하고,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이들의 비전과 철학을 공유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송구스럽다'와 '모른다'가 아닐까 싶다. 

딱히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만은 아니다. 탄핵정국과 조기대선을 초래한 이런 엄청난 사건이 아니어도, 메르스 사태처럼 온국민이 불안에 떠는 사건이 없을 때도 대중들은 검찰청이나 법원 앞에서야 총수들의 얼굴을 간신히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정경유착이나 재벌의 도덕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룹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총수로써 어떤 경영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하는 부분이 아쉬울 뿐이다. 

은둔경영, 그림자경영이란 수식어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고 막후에서 그룹을 총괄하는 지배구조 혹은 경영구조가 혹시 세계에서 경쟁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동서양의 문화차이로 치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실리콘 밸리의 젊은 CEO들 보다는 부족해 보일지라도, 마윈 알리바바의 회장이나 고령의 손정의 소프트뱅크의 회장도 활발하게 언론과 접촉하고 있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세우며 외신 앞에서 이런 철학으로 이렇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면 어떨까? 혹은 빌 게이츠처럼 타사의 제품은 아이들에게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내외신들은 이들의 말을 세계로 전하며 그 광고효과 또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애플이 아닌 스티브 잡스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닌 빌 게이츠를 선망하는 팬들이 생겨나듯 국내 대기업 오너들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이자 혁신가로 거듭날 기회도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인 '갤럭시', '제네시스' 등을 만들어내기까지 이들의 노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마인드로 '갤럭시'나 '제네시스'를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갤럭시'라는 브랜드는 글로벌 점유율 1, 2위를 다투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스마트폰, ICT 산업, 혹은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비전은 명확치 않다. 

물론 대그룹들은 각 계열사의 사장단들이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한다. 실적이 부진하면 책임도 지고, 성과를 인정받으면 승진과 인센티브도 받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의 인사권은 오너에게 있는 것이 현실이고, 국내 대기업 오너들의 막후 경영은 성과의 책임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과 막대한 M&A와 R&D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하는 글로벌 공룡기업들의 경쟁과 협력이 마치 전국시대를 연상케 한다. 

2000년 전에도 최고 통치자는 중요한 전투엔 스스로 갑옷을 입고 말 위에 올라 전장의 선두에서 군대를 이끌었다.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이 들이닥치는 지금, 국내 대기업 오너들의 그림자 행보는 매우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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