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경칼럼] SMR에 촛점 맞춘 한미 원전협정....탈원전정책에 변화올까
상태바
[녹경칼럼] SMR에 촛점 맞춘 한미 원전협정....탈원전정책에 변화올까
  • 방형국 기자
  • 승인 2021.05.24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 보유국이다. 미국이 차세대 원전 파트너로 한국을 지목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전협정을 맺은 것도 한국의 원전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다.

원전기술은 지금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종전 초대형 원전에 비해 작고, 효율성과 안전성이 높은 소형무듈원자로(SMR) 설계로 나아가고 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원자로로서 공장에서 제작한 기기를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는 소형으로, 기존 대형 원전의 최대 150분의 1 정도로 작다. 그만큼 입지를 찾고 설치하기가 쉽고 건설비용도 대형 원전에 비해 규모당 3분의 1 수준으로 낮다.

SMR이 주목되는 것은 폐연료봉을 100% 재활용하는 데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는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源)이기 때문이다.

대형 원전의 경우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 반경 16㎞로 넓은 부지가 필요하지만, SMR은 반경 230m면 충분하다. 사고 발생률도 기존 원전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안전하다.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 경제성, 운용성, 친환경 등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된 SMR은 특히 온실가스 배출을 없앤 대신 그린수소를 생산,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온전히 이행하는 동시에 지금 큰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수소경제시대에도 충실하게 부합한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원전’ 등의 장점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 약 1000기의 SMR이 건설되고, 시장 규모는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에선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정책으로 ‘원자로’의 ‘원’자도 금기시되어 있어 SMR 개발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물밑에서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세계 최강의 원전 기술력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원전을 놓고 정치권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신임 지도부의 간담회에서 SMR 개발로 '2050년 탄소중립'을 뒷받침하고 세계 원전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사실상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정·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송 대표의 제안과 한미 원전협정 체결을 계기로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변화가 생겼거나, 생기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화력발전소는 물론 문 정부가 강력히 밀고 있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는 수소경제와 탄소중립,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응할 수 없다는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SMR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부터 스마트(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Reactor)라는 SMR 모델을 개발, 보완했고,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한수원은 스마트를 개량한 혁신형 SMR도 개발 중이다.

민간기업으로는 두산중공업이 단연 세계 최강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그룹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미국 원전업체 뉴스케일에 4400만 달러(약 500억원)를 투자하는 등 SMR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뉴스케일은 지난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세계 최초로 SMR 설계인증 심사를 통과한 업체다. 주문형 반도체에서 대만의 TSMC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다면, SMR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미국에서 SMR 수주실적을 갖고 있다. 미국의 민간 발전사 UAMPS(Utah Associated Municipal Power Systems)가 아이다호에 추진하는 720메가와트(MW) 규모의 프로젝트로서, 두산중공업은 60MW급 SMR 12기를 2023년 착공, 2029년 상업운전할 예정이다.

미국 뉴스케일의 SMR 플랜트 조감도 [두산중공업 제공]
미국 뉴스케일의 SMR 플랜트 조감도 [두산중공업 제공]

세계는 지금 SMR 기술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70여종의 SMR이 개발 중인데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17기로 가장 앞서 있고, 영국에서는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인 롤스로이스가 SMR 사업에 착수, SMR 16기를 건설해 각 440㎿ 규모의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중국, 일본, 캐나다,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도 지역난방 공급 등을 위해 SMR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가 SMR에 뛰어드는 것은 바이든 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기후위기를 해결하고,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면서, 안전하게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SMR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왜 원전정책에서 한국을 파트너로 삼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이유는 자명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월한 위치에 서 있는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의 패권을 되찾기 위함이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한국의 원전 생태계가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미국과의 원전협정으로 이를 다시 회복할 기회를 맞이했다.

지금 우리는 전기소모가 많았던 산업화 시대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고, 앞으로 이 변화는 더욱 클 것이다. 반도체와 2차 전지 생산은 물론 AI(인공지능), 전기차,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전력소모가 이전의 산업화 사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며, 특히 수소경제로 진입하는 시기에는 전기 사용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고, 탄소중립에 출시해야 하면, 친환경 기술로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 재생에너지로는 산업화국가 유지는 물론 4차산업혁명과 그 뒤의 시대 요구를 따라갈 수 없다, 자칫 다른 경쟁국가에 SMR을 지어주고 정작 우리는 전원부족으로 인해 2류, 3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원전 기술도 눈부시게 도약하고 있다. 경제성과 안전성, 친환경에서 과거의 원전과 비교불가할 정도로 발전했다. 안전문제로 탈원전을 하는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이 두려워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국가의 에너지정책은 수십년을 고민하고 세워도 모자라는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은 성급했고, 시대의 조류에 역행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삶의 질, 산업 경쟁력, 국가차원의 먹거리 등을 생각한다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탈원전에 대한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다음 정권의 원전정책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에너지정책은 단순히 이념과 개인의 철학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존립기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방형국 기자  re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