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금호석화 박찬구 자진사퇴로 '명분' 잃은 박철완... "이익실현? 또 분쟁?" 향후 행보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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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금호석화 박찬구 자진사퇴로 '명분' 잃은 박철완... "이익실현? 또 분쟁?" 향후 행보 이목 집중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5.06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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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회장직만 유지, 모든 이사회에서 물러나...경영권 분쟁 염두 해석도
박철완 전 상무 경영권 분쟁 '최대 수혜자'...지금 지분 모두 팔면 9000억 이상
박철완 전 상무, 박찬구 퇴진으로 경영권 분쟁 명분 약화...이익실현 가능성은 낮아보여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경영권 분쟁의 명분이 약화된 박철완 전 상무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박찬구 회장직만 유지, 모든 이사회에서 물러나...경영권 분쟁 염두 해석도

금호석유화학은 4일 이사회를 열고 박찬구 대표이사와 신우성 사내이사의 사임 의사를 수용했다. 이로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찬구 회장은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금호미쓰이화학과 금호폴리켐, 금호티앤엘 등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난다. 모든 회사의 이사회에서 물러나지만 그룹 회장직만 유지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기반이 견고해 졌다고 판단한 박 회장이 자진사퇴하면서 각 부문의 전문경영인들을 이사회에 진출시켜 경영에 참여할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백종훈 단독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백종훈 대표이사는 영업 전문경영인이다. 

재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박철완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현재 74세의 나이로 고령인데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회사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또 박철완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 명분을 약화시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철완 전 상무 경영권 분쟁 '최대 수혜자'...지금 지분 모두 팔면 9000억 이상

박 회장이 이사회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면서 박철완 전 상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막내 아들이자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 주주로서, 올해 초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를 해소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올해 초 주주제안을 제출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과 표대결을 벌였다. 

표 대결 뿐만 아니라 박철완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건도 좌절되며 박찬구 회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박철완 전 상무는 경영권 분쟁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박철완 상무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의 최대 수혜자다. 박 상무는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했지만 계속 출근했다. 그러자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3월 말 박 상무에 대해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을 들며 퇴임 발령을 내렸다. 

회사에서 떠나게 됐어도 최대 수혜자로 박 전 상무를 꼽는 것은 그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가치 급등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후 오너가 지분가치가 불과 두 달 새 23% 가량 급증했다. 박 전 상무가 "공동 보유 관계를 해지한다”는 경영권 분쟁을 예고하는 공시를 내놓자 그 다음 날인 28일 주가는 27만7000원으로 전일대비 23.11% 급등하기도 했다. 현재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올 1분기를 포함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작년 초 대비 300% 가량 상승한 상태다. 

박 전 상무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10.03%(304만6769주)로 가장 많다. 박 전 상무는 경영권 분쟁 동안 1600억원 이상의 시세 평가차익을 봤다. 박 전 상무의 보유지분가치는 작년 1월 23일(주당 7만6000원) 2315억원에서 5월6일(주당 29만6000원) 현재 901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목적이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이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박철완 전 상무, 박찬구 퇴진으로 경영권 분쟁 명분 약화...이익실현 가능성은 낮아보여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박 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제기할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이 회사를 사유물처럼 다룬다고 비판해왔지만 박 회장 본인이 이사회에서 자취를 감춤에 따라 이같은 명분을 내세우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가 지금 보유지분을 모두 팔게되면 9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재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본다. 이유는 1) 업황 호조로 금호석유화학의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2)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본인이 주식을 모두 팔고 이익실현을 하게 되면 박 전 상무의 손을 들어줬던 많은 주주들을 배신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전 상무가 지금 이익실현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다 지금 (이익실현을) 해버리면 많은 주주들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 전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권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6월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합성고무 권위자’ 고영훈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장 ∙ ‘재무통’ 고영도 관리본부장 두 후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지난 3월 주총에서 한명이 선임됐고, 이번에 두명이 추가되면 세명의 사내이사 자리는 모두 차게 된다. 

박 전 상무가 주주명부 폐쇄기간인 5월 20일까지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을 사내이사로 또 다시 추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표대결에서 진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사내이사 임기는 3년인 만큼 박철완 전 상무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최소 3년 이상은 사내이사 진입이 불가능하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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