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퇴... "자식에 경영권도 안 물려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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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퇴... "자식에 경영권도 안 물려줄 것"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1.05.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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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적 사고의 틀 못 벗어나 소비자 기대에도 미흡" 인정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길" 부탁
4일 사퇴 의사를 밝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남양유업]
4일 사퇴 의사를 밝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남양유업]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홍원식 회장은 4일 서울 남양유업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울먹였다. 

홍 회장은 또 "국민들과 직원, 낙동가와 대리점주 등 모든 관계자들에게 사과한다"고도 며, 수습을 하느라 결심을 하는데까지 시간이 걸린 점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살을 깎는 혁신으로 새로운 남양을 만들 직원들을 믿고 성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홍원식 회장, 처음으로 공개 사과... 분노한 여론 의식 


홍 회장이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갑질 파문 때도 홍 회장을 제외한 경영진들의 사과가 있었고, 2019년 홍두영 창업자의 외손녀인 황하나씨 마약 사건 때도 사과문만 발표했다. 

처음으로 공개 사과에 나선만큼 홍 회장과 남양유업은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가리스 사태 이후 경찰의 수사와 영업정지를 당할 위기에 처했고, 불매운동 등 거센 여론의 압박을 받으며 홍 회장의 사퇴 결정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홍원식 회장 두 아들, 홍진석 상무와 홍범석 부장은 현재 남양유업 근무 중


홍원식 회장은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홍 회장의 두 아들 중 첫째인 홍진석 전 남양유업 상무는 지난 2월부터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을 맡아 이번 불가리스 사태의 실무 책임자로 의심됐으나, 남양유업은 홍 상무에 대해 차량 리스 등 회사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직해임해 홍 상무를 이번 불가리스 사태로부터 홍 상무를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또 다른 아들인 홍범석 부장은 남양유업의 신사업개발 업무를 맡아 '백미당' 브랜드를 성공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홍 회장과 이광범 대표가 모두 사퇴함에 따라 남양유업은 곧 새로운 CEO를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경영진의 대거 교체를 통해 최근의 무리한 행보를 자제하고, 코로나19로 인해 하락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유업계 2인자에서 2010년대 연이은 구설수... 3위 하락 및 1조 매출도 깨져


남양유업은 1964년 창업해 '우량아 선발대회' 등의 이벤트로 분유업계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우유사업에서도 '아인슈타인' 등 히트작을 연이어 내면서 서울우유에 이어 유업계 2인자의 위치를 오래 고수했지만, 2010년대 들어 연이은 구설수와 실책으로 지난해에는 경쟁사인 매일유업에 비해 매출이 낮아진 것은 물론 1조원 매출도 깨지는 부진한 상황을 겪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사과문 전문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남양의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양유업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1. 5. 4 남양유업 회장 홍원식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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