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한국기업 대응은②철강] '탄소세' 비용압박 치명적...탄소중립·디지털 전환·제조공법 혁신 등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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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한국기업 대응은②철강] '탄소세' 비용압박 치명적...탄소중립·디지털 전환·제조공법 혁신 등 '산 넘어 산'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4.26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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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3기 제도 시행...배출 부채 계속 늘어나, 포스코 연간 6조원 탄소세로 내야할지도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제조공법 혁신 등 선제적 대응 나선 철강업계
한계점도 많아...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아직 초기 수준에 수소환원제철법 걸림돌 많아

미국이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22일(현지시간) 기후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기후변화라는 세계적 위기에 전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데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탄소 가격제와 배출권 거래제 확대 등의 정책들이 제시됐다. 

한국은 올해 들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는 탄소중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2개 업종별로 탄소중립위원회를 가동하는가 하면 기후변화대응의 기본법이 될 탄소중립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코 앞으로 다가온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난제에 국내 기업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15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자신의 저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의 출간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세계의 능력에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철강 부문에 대해선 크게 우려했다. 전력이나 교통 분야보다 환경을 더 오염시키고 있다면서다. 

그는 "기후 온난화 가스 배출 없이 철강을 만드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는데, 정부도 투자자도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신경 쓰이는 부문”이라고도 했다.

철강산업은 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수 밖에 없어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힌다. 공정 특성상 셧다운이 불가능하고, 수요 변동과 무관하게 고로를 계속 가동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온실가스를 지속해서 배출한다.

자료: 산업부

철강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7~9%를 차지한다. 2019년 한국에서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 1700만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16.7%, 산업 부문의 30%를 차지했다. 포스코는 9년 연속 압도적인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업체다. 2위 역시 철강업체인 현대제철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여러 환경 단체들이 "온실가스 배출 1위 포스코, 기후위기에 응답하라!"며 수시로 규탄행사를 갖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대기 오염물질을 무단으로 배출했다며 각 지자체로부터 조정정지 행정처분을 통보받으며 사상 초유의 고로 가동중단 사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라는 철강업계를 향한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2일 열린 기후변화회의에서 오바마 정부 때보다 강화된 목표치를 제시하고 각국 정부의 '신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을 2005년 대비 50%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기존 목표가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이었던 것에서 상향조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정상회의 첫날 1세션에서 참여, "한국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추가 상향하여, 올해 안에 유엔(UN)에 제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인인 철강업계로써는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탄소배출권 3기 제도 시행...배출 부채 계속 늘어나, 포스코 연간 6조원 탄소세로 내야할지도

지구환경을 지키자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탄소세' 등 장기적으로 지불해야 할 환경비용이다. 

2015년부터 국내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고 있고, 수년 내 탄소세(국내), 탄소관세(선진국 중심)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탄소중립 시대, 철강산업의 환경비용 현실화 가능성 점증’ 보고서에서 대내외적으로 환경비용이 현실화되면 국내 철강기업이 내수 및 수출시장에서 동반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내수시장에서는 탄소배출권, 탄소세 등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수출 시장에서는 탄소관세가 발생할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 약화에 따른 매출 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비용증가는 현실화된 상황이다.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3기 제도가 시행됐다. 3기에선 기업별로 할당되는 탄소배출량의 10%를 정부에 비용을 지불하고 배출권을 구입해 충당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이 비율은 3%였다.

철강업계는 산업 영향을 고려해 탄소배출권 유상 할당에선 제외돼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가격 변동 영향을 받게 된다. 유상할당 규모가 늘어나면 탄소배출권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당한 탄소배출량을 초과할 경우 기업은 할당량에 여유가 있는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한정된 물량에 수요가 늘면 비싸게 배출권을 구매해 기업부담이 높아진다. 산업 특성상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업체들은 할당량을 넘기기 쉬워 탄소배출권 구매 부담도 클 수 밖에 없다.

탄소배출권 구매를 대비해 미리 장부에 쌓아두는 충당금인 배출 부채도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는 ▲2019년 509억원 ▲2020년 786억원, 현대제철은 ▲2019년 1143억원 ▲2020년 1571억원의 배출부채를 인식했다.

탄소배출권은 향후 도입될 탄소세에 비하면 장난에 불과하다. 임대웅 UNEP FI(금융 이니셔티브) 한국 대표는 최근 열린 환경 세미나에서 "포스코가 지금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한다면 2030년엔 연당 6조원을 규제준수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고 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국제사회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전방위적 변화를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각국 재무장관에게 현재 탄소세를 도입중인 50개국 탄소세를 1톤당 2달러에서 2030년 75달러까지 인상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의 2019년 탄소배출량(CO2) 8024만톤의 비용을 환산하면 연간 약 6조6600억원을 규제준수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결과가 산출된 것이다.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제조공법 혁신 등 선제적 대응 나선 철강업계

 2월 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차 그린철강위원회’ 출범식 참석자들이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 서명 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도 이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2050 탄소중립, 제조공법 혁신, 디지털전환 등이 굵직한 도전과제들이다. 

올해 2월 철강업계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철강기업 6개사가 참여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이를 흡수해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의 공동선언문에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생산 구조 전환을 통한 탄소 배출 감축 ▲그린철강위원회를 통한 정보와 의견 공유 ▲정부 정책과제 발굴 및 제언과 미래 지속가능 경쟁력 향상 ▲국제협력 강화 등의 실천과제가 담겼다.

특히 철강산업 전체 탄소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날도 그린철강 이행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2030년 탄소 10%를 사업장에서, 10%를 사회적으로 각각 감축할 방침이다. 

그린철강위원회도 같은 날 출범됐는데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린철강위원회는 출범 이후 철강분야 기술혁신 등을 주제로 월 1회 정기적인 정책분과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회의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 정책 추진 방향, 철강 탄소중립 시나리오 현황,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 동향과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어 3월 24일 회의에선 탄소중립 시나리오 검토, 녹색금융과 저탄소투자기준 논의, 전기로 제강의 온실가스 저감하는 방안과 건의사항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철강업 디지털화를 위한 스틸-AI 내용 일부(자료: 산업부)

철강업계는 철강 생태계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하기 위한 협력체도 만들었다.  

올해 1월 국내 철강업계는 '철강 디지털전환연대'를 출범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그룹 등 철강업체와 베가스, 아이싸이랩 등 AI업체, 한국재료연구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참여했다. 참여업체들은 업무협약(MOU)을 맺고 철강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철강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경쟁력의 핵심이자, 기후변화 대응의 대안이기도 하다. 철강 디지털전환연대는 포스코나 현대제철이 가진 철강 AI 노하우를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디지털 전환에 따른 어려움 등을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협력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정부는 철강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 제조 공정별 디지털 전환 가속화 ▲ 철강 생태계의 지능화 ▲ 안전·환경문제 해결 등 3가지를 중심으로 한 '스틸-AI' 전략을 추진한다. 참여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면서 향후 5년간 7000억 원 이상을 AI·센싱 기술개발, 디지털 인프라, AI 인력 교육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철법수소환원제철법(자료: 산업부)

철강업계는 제조공법 혁신에도 나서고 있다.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수소환원제철법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제철소(수소환원제철) 건립도 구상하고 있다. 

전중선 포스코 글로벌인프라부문장은 26일 1분기 실적발표회 컨퍼런스콜에서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새로운 철강 생산방식도 연구하고 있다"며 "이미 일부 제철소에 10% 수소를 취입하고 있으며, 이를 개발한다면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축소하지 않아도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환원 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해 순수한 철을 얻는데 필요한 환원제로 수소를 쓰는 제철 공정을 가리킨다. 지금은 일산화탄소를 환원재로 쓴다. 1500도 이상 고온의 큰 용광로(고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함께 넣으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를 환원제로 철을 추출하는 것이다. 일산화탄소를 쓰면 비용은 저렴하지만 철강 1톤을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약 2톤씩 생긴다. 수소 환원 제철은 순수한 물만 나와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는다.

수소환원제철을 하려면 대량의 수소가 필요하고 이는 포스코가 수소사업을 육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포스코는 수소를 ‘생산-운송-저장-활용’ 하는 데 필요한 강재 개발, 부생수소 생산 설비 증대, 수소 생산 핵심기술 개발 등의 역량 강화는 물론 ‘그린수소’ 유통 및 인프라 구축, ‘그린수소’ 프로젝트 참여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10조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부생수소 생산 능력을 7만톤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기업과 손잡고 ‘블루수소’를 50만톤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그린수소는 2040년까지 20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등 2050년까지 수소 500만톤 생산체제를 완성할 방침이다. 

한계점도 많아...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아직 초기 수준에 수소환원제철법 '산 넘어 산'

철강업계가 문제를 인식하고 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되지만 한계점도 많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들은 아직 포스코를 제외하고는 구체화된 것이 별로 없다. 디지털 전환도 획기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으로 볼 수 없고, 아직 초기 수준이다. 

수소환원제철법 역시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현재 연구개발 단계이고 의미있는 수준까지 가려면 2040년까지 2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2050 탄소중립 실현할 10대 핵심기술을 지정하면서 수소환원제철을 포함시켰는데 2040년까지 기술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비용도 문제다. 수소환원제철 공정이 본격화되면 고로가 사실상 존재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대신 기존 제철소 설비를 없애고 대규모 투자를 해 새 제철소를 지어야 한다. 따라서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은 국가별, 제철소별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 고로에 대한 이산화탄소 저감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수소환원제철법이 현실화되면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지만, 이를 위한 막대한 재원과 시간을 감당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소 환원 제철에 필요한 전기로를 가동하는데 쓰일 대량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전기차로 시대흐름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대량의 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제철소에까지 충분한 전기공급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정부는 전기를 생산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원전은 뒷전이고,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다. 

제철소 전경. 기후 변화 대응은 철강업계에 있어 심각한 위기이자 기회이다. 

최정우 철강협회장이자 포스코 회장은 올해 2월 그린철강위원회 출범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철강 탄소중립은 철강업계가 과거에 극복해 왔던 공급과잉, 보호무역주의 확산, 철강재 수입 증가 등 여러 도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어려운 도전으로, 원료·공정·설비·마케팅 등 모든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기후변화 대응은 철강업계에 사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큰 폭의 비용증가를 부르는 위험요인이기도 하지만 성공한다면 영속적 사업을 영위할 수 있고,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기도 하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국내 철강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수십년 뒤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기후변화 대응에 철강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아직 초기단계인데다 목표 완료 시기도 2050년이어서 현실적인 대안들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가 기후변화를 큰 위기요인으로 인식하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찾으면서 실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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