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재용 특별사면 요구, 정재계 넘어 국민적 확산하는 이유...반도체 패권·코로나 백신 역할론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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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이재용 특별사면 요구, 정재계 넘어 국민적 확산하는 이유...반도체 패권·코로나 백신 역할론 급부상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4.23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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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5단체 다음주 중 삼성 이재용 부회장 사면 공식 건의 예정
- 조계종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도 10여건 등장…정부·여당은 '신중론'
- 바이든 대통령,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등 투자 이외 추가 요구 가능성
- 이재용, 급성 충수염 등 후유증으로 수척해진 모습...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첫 공판

"우리 경제가 어렵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사면 건의서 초안 내용 중 일부 내용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두고 국가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확산하는 형국이다.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필두로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다음주 중으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서를 작성해 대통령에게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경총은 사면 건의서 초안을 작성해 전날 경제단체간 조율을 마친 상태다.

경제단체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를 결정한 것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5단체장 간담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손경식 경총 회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구두로 사면을 건의했고, 다른 경제단체장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경제단체장들의 사면 건의가 있어 관계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공식 확인했다.

(왼쪽부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홍남기 경제부총리-손경식 경총 회장이 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는 재계를 넘어 종교계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은 지난 12일 이재용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등에 보낸 탄원서에는 "이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15일에도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청와대로 보냈다.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도 최근 "전세계 반도체 경쟁에 대비하고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별사면을 건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들어서 13건의 건의가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 생태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특별사면을 요구했다.

특히 5월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부회장 사면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 건과 코로나19 백신을 연계하는 '백신 스와프'가 정치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거론되면서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제현장으로 돌아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하는 한편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해 백신 도입까지 해결토록 하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5선 중진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국민 의견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면서 국민의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야 한다"고 거리를 뒀다.

설 의원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은 자기 잘못에 대해서 뉘우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사면 요건이 되면 대통령께서 판단하시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 수행 운운하는 부분은 지나치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사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유럽 반도체 업체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삼성으로서도 사면 논란이 곤혹스런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으로 미국과 평택 반도체 공장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어 하루 빨리 경영에 복귀하길 바라고 있지만, 사면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신 외교'를 공론화하며 코로나19 백신을 외교 전략 카드로 쓸 전망이다.

만약 '사면' 혜택을 받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현재 미국 오스틴 등과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투자 외에 추가 투자 등 또 다른 '선물'을 요구받을 경우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미국이 원하는 차량용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것도 삼성에는 부담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상황인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등 또 다른 재판이 시작된 상태여서 사면이 된다고 해도 ‘사법 리스크’는 계속 될 전망이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 법정에 모습을 드러났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구속 수감 중인 가운데 3개월여만이다.

검은색 정장에 노타이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이 부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예전보다 수척해진 모습을 보였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한 첫 번째 공판은 당초 지난달 25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지난달 이 부회장이 급성 충수염으로 입원하면서 한 달가량 일정이 미뤄졌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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