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스판덱스 없어서 못팔아요"...효성TNC, 11개월 새 주가 10배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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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스판덱스 없어서 못팔아요"...효성TNC, 11개월 새 주가 10배 '급등'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4.19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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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3월20일 7만5100원이던 주가, 올 4월19일 69만원
- 스판덱스 공급부족과 친환경 경영으로 '주가 날아올라'
- 선제적 친환경 경영과 제품 출시...친환경 시장 선점해 나간다

효성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효성TNC 주가가 날아오르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전세계 스판덱스 원사가 폭증하는 수요로 공급이 크게 딸리는 상황"이라며 "효성TNC가 선제적인 친환경 경영과 제품 출시로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점도 사업영속성 측면에서 주주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3월 20일 7만5100원에서 올해 4월 19일 69만원으로 10배 가까이 급등

자료: 네이버 증권

효성TNC 주가는 19일 오전 69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3월 20일 7만5100원이던 주가가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최근 3개월 간 주가 상승세도 놀랍다. 지난 1월 19일 24만5500원에서 4월 19일 한 때 71만3000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썼다. 

일부 증권사들은 효성TNC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효성TNC대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가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16일) 종가 기준 주가가 100만원을 넘은 주식은 LG생활건강(156만원) 한 종목뿐이다. 효성TNC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업황 호조에 따라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효성TNC의 올 1분기 매출은 1조5904억원, 영업이익은 1855억원으로 전년동기비 각각 14.6%, 136.3% 증가가 예상된다. 올해 연간 매출도 6조4155억원으로 전년비 24.3% 증가, 영업이익은 7066억원으로 165% 증가가 예상된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실적 호조 배경에는 ▲ 전세계적 스판덱스 수요 호조와 ▲ 선제적인 친환경 경영 등 두가지가 꼽힌다. 

불티나게 팔리는 스판덱스..."스판덱스 원사가 부족하다"

우선 효성TNC가 생산하는 스판덱스가 '없어서 못팔' 정도로 호황인 점이 실적개선의 가장 큰 배경이다. 스판덱스는 원사다. 스판덱스의 주성분은 폴리우레탄이다. 고무처럼 500% 이상 늘어나는 탄성섬유다. 신축성이 뛰어나 활동하기 좋은 운동복, 등산복, 속옷, 일상복, 수영복, 청바지 등 다양하게 쓰인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홈웨어와 레깅스 등 스판덱스 함량이 높은 의류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한 중국 의류 업계의 스판덱스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서 효성TNC에 주문이 몰렸다. 

여기에 글로벌 3위 스판덱스 생산 업체인 중국의 산둥루이가 지난해 연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는 호재도 있었다.

이 회사는 효성티앤씨와 가장 치열하게 경쟁했던 회사다. 대다수 중국 기업이 품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은 저렴한 스판덱스를 생산하는 데 반해 산둥루이는 효성티앤씨처럼 고품질 스판덱스 제품을 생산한다. 산둥루이가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공급부족은 가격 상승을 불렀다. 올해 3월 기준 스판덱스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30% 상승한 1kg당 10달러로 올랐다.

효성 브라질 공장에서 스판덱스를 생산하는 모습.
효성 브라질 공장에서 스판덱스를 생산하는 모습.

효성TNC의 한국, 인도, 중국 등 모든 공장이 풀가동 상태다. 회사의 스판덱스 생산 능력은 연 14만톤 수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33%)를 차지하고 있다. 풀가동 체제에서 가격까지 오르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급증하는 상황이다. 

효성TNC 주가가 탄력을 받는 것은 이러한 수요폭증을 예상이라도 하듯 이미 선제적 설비증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효성TNC는 중국 내 스판덱스 생산능력을 현재 연 12만톤에서 40만~50만톤지 네 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교두보가 닝샤 법인이다. 1단계로 약 750억원을 투입해 연 3만6000톤 규모의 공장을 2021년 말까지 짓기로 했다. 이를 위한 510만달러(약 560억원) 규모의 출자를 지난 15일 마무리지었다.

지난해 11~12월 터키 공장과 브라질 공장에는 각각 600억원과 400억원을 투자해 설비증설에 나선다. 터키와 브라질 새 설비는 2021년 하반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선제적 친환경 경영과 제품 출시...친환경 시장 선점해 나간다

효성TNC는 선제적인 친환경 경영과 제품 출시로 주주들의 호응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 효성TNC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와 함께 항만의 입출항 선박에서 나오는 투명 페트병을 활용해 폴리에스터 섬유로 재탄생시키는 '리젠오션'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효성TNC가 재활용 섬유 ‘리젠’을 카카오프렌즈에 공급해 만든 친환경 보냉백.

19일 효성TNC는 친환경 섬유 ‘리젠(regen®)’을 카카오프렌즈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효성TNC의 리젠이 적용되는 ‘프렌즈 그린라이프’는 특유의 귀여운 캐릭터로 인기몰이 중인 카카오프렌즈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친환경 제품 라인이다. 프렌즈 그린라이프 보냉백은 재료부터 포장까지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제작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500ml 페트병 3.3개로 보냉백 1개를 만들고 제품을 친환경 비닐로 포장한다.

카카오프렌즈는 올해부터 원자재와 포장재 모두를 친환경화하고 있다. 그 첫 시도로 효성TNC의 ‘리젠’이 채택됐다. 리젠은 버려진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폴리에스터 섬유다. 효성TNC와 카카오프렌즈가 친숙한 캐릭터로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최근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효성TNC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마스크, 티셔츠, 가방 등으로 소비자들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 1월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에 친환경 섬유인 리젠제주(regen®jeju)를 공급하기도 했다.

지난 2월8일 효성TNC는 국내 섬유 기업 중 처음으로 친환경 의류 브랜드 ‘G3H10’을 전격 공개 했다. 효성TNC는 ‘G3H10’를 친환경 의류라는 이름에 걸맞게 페트병을 재활용해 생산한 리젠 섬유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목화에서 뽑아낸 오가닉코튼으로 만들었다. 

효성TNC 관계자는 "자원 선순환을 위한 불편함이 당장의 부담은 되겠지만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앞으로 친환경 원사를 기반으로 스트릿 웨어, 캐쥬얼웨어 등을 출시하고 아웃도어, 엑티브 관련 제품들도 만들 계획"이라며 말했다.

효성TNC는 선제적인 친환경 경영과 제품 출시로 관련 시장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조현준 회장이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그린경영 2030'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효성TNC의 친환경 제품 출시 등은 ESG경영이 강조되는 현재 사업의 영속성 측면에서 주주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그룹이 효성TNC를 앞세워 선제적인 친환경 사업의 구체화를 통해  ESG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선점 효과로 친환경 부문 실적까지 챙기는 두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며 "최근의 주가 상승세는 이러한 친환경 사업들과 무관하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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