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미국의 노골적인 투자 압박에 삼성·LG·SK 등 한국 대기업 "고심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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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미국의 노골적인 투자 압박에 삼성·LG·SK 등 한국 대기업 "고심 깊어진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4.16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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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도체 등 주요 공급망 검토 지시...이후 삼성, SK 등 불러 노골적 투자 압박
미국의 투자압박, 국내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삼성전자 고민 깊어져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국내 기업들 미국 투자 러쉬...미국의 이익 극대화 '주판알 튕기기'
미국의 자국 내 공급망 강화 위한 투자압박 갈수록 거세질 듯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산업 공급망 구축에 한국 대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공급망에 참여하려면 설비투자가 필수이고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데다 각 기업별로 상당한 매출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설비투자를 통한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라는 노골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한데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만큼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든, 반도체 등 주요 공급망 검토 지시...이후 삼성, SK 등 불러 노골적 투자 압박

미국 바이든 대통령
미국 바이든 대통령

지난 2021년 2월 24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행정명령 제14017호를 통해 ▲ 반도체 ▲ 대용량 배터리 ▲ 핵심광물 ▲ 의료용품의 주요 공급망 검토를 지시했다. 각 주요 부처(상무부, 에너지부, 국방부, 보건복지부)는 산업별 공급망 조사결과와 공급망 운영 권고(안)을 수립하여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미국은 반도체, 의료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급망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음을 인지하고, 타국과의 협정 및 외국인직접투자에 관한 정책을 통해 공급망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공약을 통해 핵심 공급망에서 국내 제조 역량의 재건을 위한 연방 정부의 모든 권한을 활용하고, 신규 핵심 공급망 인력으로의 투자를 추진하며, 핵심품목의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인센티브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동맹국가와 협력하여 공급망을 보호하고 미국 수출에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한다고도 했다. 

미국은 특히 타국과의 협정 및 외국인직접투자에 관한 정책을 통하여 공급망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국내 대기업들이 활용되는 모양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미국 현지시간·한국 기준 13일 새벽) 주재한 백악관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가했다.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오늘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미국의 공급망을 보장할 것인지 말하기 위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투자를 강요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발언과 회의의 취지, 초청 기업 등을 종합할 때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 확보를 추진하는 바이든 정부를 위해 추가로 직접 투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백악관 회의 이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텔은 주로 PC(개인용 컴퓨터)용 CPU(중앙처리장치)와 서버용 반도체를 제조해 왔는데 생산라인을 일부 전환해서라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타개를 추진하는 바이든 정부에 화답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도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짓는데 이어, 이번 반도체 공급 부족에 협력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해 3년 간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투자압박, 국내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삼성전자 고민 깊어져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

이러한 미국의 투자압박은 국내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다. 바이든 대통령의 노골적인 투자 압박과 맞물려 글로벌 생산기지 운영 등 반도체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새로 짜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투자의 최종권한을 갖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인 상황에서 이같은 미국의 투자압박은 삼성전자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욱이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 삼성전자가 신규 투자를 하기에 꺼려하는 분야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일단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생산라인 가동률을 높여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오스틴 공장외에 미국 내 직접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애리조나, 뉴욕 등지에 반도체 공장 추가 증설을 검토중이며, 이중 유력 후보지인 텍사스주와 인센티브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상태다.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국내 기업들 미국 투자 러쉬...미국의 이익 극대화 '주판알 튕기기'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제 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세기의 소송'이라고 불리며 치열한 배터리 소송전을 펼친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양사의 배터리 소송전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발표 전날 간신히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이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며 양사로부터 최대한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 분쟁을 장기화 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각각 미국에 3조, 5조원을 투자를 이끌어냈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을 투입해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배터리 1·2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곳에서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할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그린 뉴딜' 정책에 따라 친환경 산업을 장려하는 미국에서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미 테네시주에 제2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에 공장이 있고, GM과 오하이주에 35GWh 규모의 제1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다. 제2배터리 공장은 약 2조6000억원 규모로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들어설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소송전은 결과적으로 미국에 수조원 투자와 조 단위 소송비용이라는 이익을 선물해 줬다"며 "이미 미국 내 투자가 결정된 만큼 두 회사는 미국 생산기지를 통해 미국 공급망에 합류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국 내 공급망 강화 위한 투자압박 갈수록 거세질 듯

자료: 전략물자관리원(KOSTI)

이러한 미국의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한 국내 대기업들을 향한 투자 압박은 날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여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매우 영리하게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밸류체인 구축은 단시일 내에 불가능한 만큼 이 같은 압박 움직임이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물자관리원(KOSTI) 김희준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공급망 검토 지시에 따라 향후 개편될 공급망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이 대놓고 참여하기도 어렵다. 우선 막대한 투자비와 운영 비용이다. 현재 미국에 투자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비용을 보면 조 단위가 기본이다. 더욱이 미국은 인건비가 높아 유지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미국과 패권경쟁 중인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국내 기업들 중에는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도 존재한다. 미국 공급망에 참여했다가 중국으로부터 보복조치를 당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중국은 자국이 가장 큰 고객이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구축이 참여하라며 국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푸젠성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칼 송 사장은 작금의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화웨이를 제재한 미국 탓이라고 비난하면서 "한국, 일본, 유럽 등 반도체 선진국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사슬을 다시 형성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투자가 늘어나게 되면 국내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내 투자는 결국 미국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한국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재 한국에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미국 투자 러쉬를 좋게만 보기가 어려운 이유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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