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국내 반도체업계, 車반도체 시장 공략 왜 망설이나..."10년이상 홀대로 인력·투자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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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국내 반도체업계, 車반도체 시장 공략 왜 망설이나..."10년이상 홀대로 인력·투자 부족"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04.07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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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 "메모리반도체에 치중된 국내업계...후발주자로서 기존 차 반도체 시장 가져오려면 시간 필요"
-삼성전자 관계자 "차량용반도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기존 솔루션 확대할 것"
-하이닉스 관계자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보는 게 맞다"
-산업부, 7일 자동차-반도체 협의체 회의...국산화 품목 발표서 "단기간 사업화 가능"

자동차업계가 차량용반도체 품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도체 부족으로 현대차 휴업 소식이 들리자 "반도체 강국에서 이게 웬말이냐"라는 말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차량용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가 뒤처진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후발주자로 차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는 게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그간 차 반도체 분야는 큰 주목을 못 받았다. 10년 전부터 중요성이 인지됐으나 한국에선 인재 양성이나 업체들의 투자 등이 상당히 부족했다"고 말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급작스러운 차 반도체 생산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상대적으로 반도체 보유량이 많았던 현대차그룹마저 재고가 소진되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는 차 반도체 부족으로 울산 1공장을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휴업한다. 아산공장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조업 중단을 검토 중이다. 기아 역시 이달 국내 공장의 주말 특근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대란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현대차·기아의 추가 휴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차 반도체 수급난은 작년 말 자동차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급 불일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한파와 단전조치로 인해 NXP·인피니언 등 주요 차량용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량 감소, 일본 르네사스 화재, 대만 TSMC 화재까지 발생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차 반도체 자립화 목소리 VS 품목 추가 및 변경에 각종 리스크

차량용반도체 부족에 따른 완성차 가동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나라도 차 반도체 자립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메모리반도체에 치우친 국내 반도체업계의 상황이 부각되면서 차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주력 생산 품목이 아닌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차 반도체 생산에 큰 비용을 들여 라인을 추가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반도체는 반도체마다 적합한 생산 공정이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계약된 생산 일정도 밀려있는 상태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차량용반도체가) 기존에 생산하던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을 새로 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만약 이러한 설비구축 작업을 거쳐 제품이 나오더라도 차량 테스트하고 인증을 받아서 양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AS를 위해 반도체 재고 10년을 유지해야 되는 부분은 그 이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내 반도체업계, 후발주자로 경쟁력, 신뢰성 입증 과제...기존 시장 '3강체제' 굳건

또한 후발주자 입장에선 차 반도체 시장에서 오랜기간 입지를 다지고 있는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점,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신뢰성을 입증해야 할 과제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광만 제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연구센터장은 "(차 반도체가) 몇 개의 메이저 회사에서 나오는 칩들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데, (국내 업체들은) 후발주자가 나서기엔 기존 시장을 가져올 만큼의 역량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큰 이득이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NXP(10.2%), 인피니온(10.1%), 르네사스(8.3%) 등이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광만 센터장은 현재 전기차가 대세로 가는 변곡점에 있다고 보면서 향후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비해 자립화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가 모든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 수 없으므로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자립화에 나서야 한다"며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 노력을 기울인다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이날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회의에서 중장기적으로 국내기업이 개발한 차량용반도체를 긴급 사업화한다고 밝혔다. 

우선 국내기업이 개발을 완료한 후 자동차업체의 성능평가를 희망하는 품목 10여개가 발굴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발굴된 품목은 전력반도체, 주행영상기록장치용 반도체 등으로 비록 이번 수급불안 사태의 핵심원인인 MCU(전장시스템 제어칩)는 아니지만, 국내 차량용반도체 산업역량 강화를 위해 자립화가 필요하고,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품목들"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차량용반도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미 '엑시노스 오토' 등 관련 솔루션을 개발해 해외에 보급하고 있다. 이 분야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보쉬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논의하는 것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이날 산업부 주관으로 열린 미래차-반도체 연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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