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보험사, 제판분리로 시장지배력 강화?···'양날의 검'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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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보험사, 제판분리로 시장지배력 강화?···'양날의 검' 될수도
  • 윤덕제 기자
  • 승인 2021.04.05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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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생명, 제판분리로 GA업계 1위 판매전문사 출범...미래에셋생명, 다양한 상품 구성 위한 영업시스템 마련
- 비용절감 및 운영효율화 기대감 높지만 시장지배력은 '양날의 검' 지적
- 제판분리 가속화 될수록 상품운영전략과 판매자전문성 더욱 중요해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시 모습. (사진왼쪽)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오른쪽)구도교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이사[사진=한화생명]

 

보험업계 영업경쟁이 심화되면서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한 영업조직 분사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기존 전속조직 중심의 전통적 영업방식으로는 더 이상 판매경쟁력 유지에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분사 수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판매조직이 분리되고 다른 보험사 상품까지 취급할 경우 시장지배력이 되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일 "지속되는 저금리 등으로 보험사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비용절감 및 운용효율화를 위해 영업조직을 떼어내는 제판분리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판매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조와 판매를 분리함으로써 각자 핵심역량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 판매조직이 분리되고 그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에서 다른 보험사의 상품까지 판매할 경우 자사 상품경쟁력이 높지 않으면 시장지배력이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보험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제판(製販)분리는 상품·서비스의 제조와 판매 과정 분리를 의미한다. 영업조직 분사로 보험회사는 혁신상품 개발과 고객서비스 및 자산운용이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계사 조직의 직접 운용에 따른 비용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또한 판매채널 회사는 마케팅 인프라 집적을 통해 여러 회사 상품을 비교 분석할 수 있어 소비자선택권을 넓혀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일 1만9000여명의 설계사로 구성된 초대형 판매전문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출범과 동시에 GA업계 1위로 올라서며 대형 생명보험 3사 중에는 처음으로 제판분리를 통해 GA업계에 진출했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전속상품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매출액은 약 1조원으로 현재 대형 GA 5개사 평균 매출액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신설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향후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설계사들의 활동량 증대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모회사인 한화생명은 상품개발, 언더라이팅 및 보험심사기능 강화, 디지털 전환 등 영업지원에 주력한다. 또한 빅데이터, 헬스케어 등 다방면의 디지털 관련 신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화금융서비스는 고객들의 니즈 총족을 위해 9개의 손해보험사와 제휴를 마쳐 설계사들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통합컨설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신임 구도교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는 "제판분리를 통해 판매에 집중하는 만큼, 영업 성장을 위한 실질적 노력에 집중하겠다"며 "현장관리자와 설계사가 오로지 영업에만 몰입해 고객에게 최고의 종합라이프솔루션(Total Life Solution)을 제공하는 고객만족도, 고객선호도가 가장 높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출범 목표를 밝혔다.

아울러 "업계 No.1 초대형 판매회사 도약으로 향후 IPO를 통한 자본확충 등으로 미래성장력도 강화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현판식 기념촬영 모습. 오른쪽 세번째부터 (왼쪽으로)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이사 하만덕 부회장,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변재상 사장, 영업총괄대표 김평규 전무[사진=미래에셋생명]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미래에셋생명이 업계 최초로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며 제판분리를 단행했다. 3500여명의 설계사 규모를 갖춘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이미 8개 손해보험사 및 6개 생명보험사와 협력해 다앙한 상품 구성이 가능하도록 영업시스템도 마련했다.

대형손보사인 현대해상 역시 이달 자회사형 GA '마이금융파트너'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다만 현대해상은 기존 영업조직 분사가 아닌 새로 외부인원을 채용하는 방안으로 현재의 제판분리와는 결이 다른 모양새를 띄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자회사형 GA 설립과정의 영업채널 분사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수반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다양한 상품판매를 통한 판매경쟁력 강화와 설계사 이탈 방지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보험상품의 제조와 판매 기능 분화가 가속화될 경우 상품 및 서비스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수 있어 자사 보험상품의 판매 실적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경쟁력있는 상품운영전략과 복잡한 보험상품에 대한 판매자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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