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진의 뉴욕 리포트] 폭발하는 골판지 상자 소비...골판지 대란, 미국에도 일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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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진의 뉴욕 리포트] 폭발하는 골판지 상자 소비...골판지 대란, 미국에도 일어나나?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4.01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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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장기화로 미국에서도 골판지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작년에 미국인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양의 골판지 상자를 소비했다. 작년의 우리나라와 꼭 닮은 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전자상거래를 애용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배송 상자의 소비율이 상승했다.

미국의 파이버 박스(Fibre Box Association)에 따르면 작년 미국 상자 생산업체는 약 37만8115km²의 골판지를 생산했다. 이는 뉴욕을 전부 덮고도 남는 면적이다.

폭발적으로 상승한 수요로 인해 생산업체들은 공급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아마존 물류창고 모습.
아마존 물류창고 모습.

 

○..”처음에는 이럴 줄 몰랐는데…” 경기 침체에 대비했던 생산업체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상자 생산업체들은 앞으로 닥칠 일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 생각했고 상자 소비율 역시 낮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작년 5월,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의 골판지 생산업체인 웨스트락(WestRock Co.)은 매출 감소에 대비해 배당금을 절반 이상 삭감했다.

키뱅크 캐피털 마켓의 분석가인 아담 조셉슨은 “실제 박스 수요는 두 달 동안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6월부터 경기 부양책이 나오고 경제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은 여전히 쓸 돈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활용 사업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도…”위기를 기회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 Inc.)의 최고 경영자 짐 피쉬는 “전자 상거래가 늘어날수록 재활용 사업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재활용 사업은 지정 장소에 버린 골판지 박스를 모아 새로운 박스로 만드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골판지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있다. 아마존을 비롯해 여러 기업은 상품을 배송할 때 설령 주문자가 동일하더라도 개별 포장을 한다. 베스트 바이(Best Buy)에서 10개의 스피커를 사면 한 박스에 담겨 오지만, 아마존에서 동일한 수량을 주문하면 개별포장되어 오는 식이다.

후자의 경우,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상품의 개수에 비례하여 소모되는 골판지의 양이 늘어난다. 미국은 한때 봉쇄령을 내렸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했다. 그것이 전부 개별 박스에 담겨 배달된 것이다.

○..공급망에 차질 생기자 가격은 치솟는다

현재 미국 내의 펄프, 화학 물질, 연료 심지어 재활용된 광고전단이나 상자까지, 골판지 상자를 생산하기 위한 원재료 가격 역시 올랐다. 따라서 골판지 가격 역시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생산업체는 작년 가을에 골판지 1톤당 50달러를 인상했다.

또한 생산업체는 올해 초 추가적인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공식적인 인상액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 내에서는 60달러에서 70달러를 점치고 있다.

무역 간행물인 패스트마켓 리지(Fastmarkets RISI)에 따르면 이번 단 골판지 가격은 1톤 당 785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패스트마켓 리지의 편집국장인 그레그 러더는 “아마 4월에는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종이 자리 뺏는 골판지, 기업들은 업종 변경까지 생각하고 있다

미국 패키징 회사 (Packaging Corp. of America)의 CEO 마크 코울잔은 “골판지에 대한 압도적인 수요는 종이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보다 훨씬 대단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에 4억40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알리바마 주에 있는 제지 기계를 제조해 골판지 겉면인 라이너 보드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기업인 캐스케이드(Cascade Inc.)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캐스캐이드는 버지니아에 있는 신문 인쇄 공장을 개조하고 있다.

펄프 제조업체는 돔타(Domtar Corp.) 역시 킹스포트에 있는 제지 공장을 국내 2번째 크기의 골판지 공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돔타는 골판지 제조 경험이 없는 회사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박스 사업으로 전환하겠다 발표한 날,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 같아요” 업계 내의 전망

생산자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었던 2020년에 비하면 느린 속도일 것이라고 첨언했다.

기업이 골판지 제조업에 뛰어든 이유도 이와 같은 예상을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실제 코로나19가 수습 국면에 들어간 후에도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만큼, 배송을 비롯한 물류업계가 계속 성장한다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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