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수소차냐? 전기차냐?"자동차업계 각기 다른 전략에 미래 지도 바뀐다...현대차는 안전한 '투트랙'
상태바
[진단] "수소차냐? 전기차냐?"자동차업계 각기 다른 전략에 미래 지도 바뀐다...현대차는 안전한 '투트랙'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30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슬라, 폭스바겐 전기차 집중...토요타는 상대적으로 수소차에 집중
현대차,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에 숟가락 얹는 '투트랙' 전략 구사
현대차 투트랙 전략 따라가는 경쟁사들..."보다 안전하다"

전세계 자동사들이 미래 모빌리티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각기 다른 전략을 짜고 있다. 각기 다른 글로벌 자동차사들의 선택은 미래 자동차업계의 지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차 중 하나를 올인하는 전략이 아닌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어 경쟁사들보다 위험도가 낮다는 평가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대표적인 친환경차 시장에서 모두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펼친 결과 비용은 많이 들어도 좋은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폭스바겐 전기차 집중...토요타는 상대적으로 수소차에 집중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1위인 테슬라와 2위 폭스바겐은 전기차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고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만든 수소전기차를 (소비자가) 보게 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수소차 시장에 뛰어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알린 것이다. 

테슬라는 당연히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다. 알론 머스크 CEO는 "수소전지는 바보같은 연료다. 수소차 시대는 오지 않는다"고 2015년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 월드 콩그레스에서 밝혔고, 지난해 6월엔 트위터에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성 격차를 지적하며 "수소연료전지는 바보들이나 파는 것"(fuel cells=fool sells)이라고 조롱까지 했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지난해 7월 280조원을 돌파했고, 11월에는 500조원을 넘겼다. 이는 전세계 6개 자동차업체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올해 1월 한때 시총 900조 돌파하기도 했지만 다소 조정을 받고 현재 757조원 수준이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단기간 시가총액이 급증한 기업은 없다는 점과 전기차 시대로 빠르게 변해가는 상황을 볼 때 테슬라의 전기차 올인 전략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된다. 

테슬라 모델Y
테슬라가 만든 전기차 '모델Y'

이와는 달리 전세계 자동차 판매 1위인 일본 토요타는 전기차보다는 수소차에 더 집중하고 있다. 

토요타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오랜기간 공존하는 과도기가 10년이상 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0년 과도기 시대에서는 내연기관차도 괜찮다고 보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열 효율을 업그레이드하면 하이브리드카도 친환경 자동차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은 화력발전 비중이 높아 전기차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토요타는 친환경차의 최종목적지는 수소차라고 판단한다.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배터리가 비싸지고 무거워 지면서 수소차만큼 효율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수소차가 미래차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게 토요타의 생각이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전기차에만 메달리는 서방 자동차사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요타는 경쟁사들이 전기차를 만들 때 지난해 1월 신형 수소차 미라이를 출시하고 수소사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12월 포르투갈 버스 제조업체인 카에타노 버스의 지분을 인수하며 유럽 수소버스 시장 선점에 나섰다. 

또 유럽에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신설 법인 ‘퓨얼 셀 비즈니스 그룹’을 신설해 수소차 판매 뿐 아니라 각국 정부·기관과 협업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상용차 자회사인 히노를 통해 미국 상용차 업체인 켄워스와 협력해 수소전기트럭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에 숟가락 얹는 '투트랙' 전략 구사

현대차가 새로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5'

이와 달리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에 숟가락을 얹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투트랙 전략은 전기차와 수소차를 동시에 개발하고 관련 인프라를 육성하는 것이다. 전기차는 승용차, 수소차는 트럭으로 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투트랙 전략은 기술 개발 및 인력 등에서 전기차에 올인하는 것보다 많은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래차가 전기차가 될 지, 수소차가 될 지, 아니면 같이 성장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투트랙 전략은 안전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 5를 출시했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가 폭주하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생산계획에 차질까지 빚고 있다. 기아도 EV6를 최근 출시했다. 기아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 중 첫번째 모델이자 새로운 로고를 부착한 모델이다. 전기차의 대중화와 함께 기아의 중장기 사업 전략 ‘플랜S’의 속도를 내기 위한 야심작이기도 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전년(12만4000대) 대비 59.9%가 증가한 19만8000대를 팔며 2019년 7위에서 지난해 4위로 올랐다.

현대차가 만든 수소트럭 '엑시언트'
현대차가 만든 수소트럭 '엑시언트'

현대차는 수소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차 넥쏘, 수소트럭 엑시언트, 수소버스 일렉시티 등을 잇따라 출시했으며, 수출도 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6500대로 전년 대비 35.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9년 45.3%였던 시장 점유율은 69%까지 치솟았다. 

현대차는 2022년 13억달러(약 1조5340억원), 2025년 26억달러를 수소차 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생산능력은 2022년 4만대, 2025년 13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 6월 세계 최초 양산형 대형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스위스로 수출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러한 현대차의 수소차 부문 성과는 대부분의 자동차사들이 전기차에 올인하던 것과 달리 수소차에도 연구개발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현대차가 전기차에 올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지만 뚝심있게 밀어붙인 결과 전기차 세계 4위, 수소차 세계 1위라는 값진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현대차 투트랙 전략 따라가는 경쟁사들

이러한 현대차의 투트랙 전략이 시장에 통하면서 전기차에 집중하던 경쟁사들이 부랴부랴 수소차 사업에 손을 대려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올해 초 수소연료전기 업체인 미국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수소 상용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독일 다임러는 지난해 스웨덴 볼보트럭과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출범했다. 양사는 2023년 시범 운행과 2025년 판매를 목표로 첫 수소전기트럭 콘셉트카인 ‘젠H2’(GenH2)를 선보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수소차업체 니콜라와 지분인수 등 2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 합의하며 수소차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사들이 미래차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를 보이며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현대차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면서 어느 쪽이 대세가 되더라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차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