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CJ그룹 공격적인 사업 개편... 미디어·물류·식품 중심으로 글로벌 도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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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CJ그룹 공격적인 사업 개편... 미디어·물류·식품 중심으로 글로벌 도약하나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4.06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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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전량 매각 등 실적 부진 잇따라
이재현 회장, 주력계열사 대표이사 대거 교체...신상필벌 경영으로 코로나19 극복

CJ그룹은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었지만 최근 CJ헬스케어나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는 등 잇따라 사업을 축소하며 몸사리기에 나섰다. 

제일제당, 푸드빌, 올리브영, CGV 등 국내 식음료·뷰티·멀티플렉스를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하게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CJ그룹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큰 위기를 만났다. 오프라인 기반 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온라인과 글로벌에 집중하는 한편 인수·합병을 통해 핵심 사업에 '선택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경영권 매각에 이어 CJ CGV, 뚜레쥬르 등의 경영 위기를 통한 향후 방향성을 살펴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YTN news 유튜브 캡쳐]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YTN news 유튜브 캡쳐]

◆그 날

투썸플레이스 경영권,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CJ그룹의 내리막길 시작

2020년 7월, CJ푸드빌은 그룹 내 '알짜'였던 투썸플레이스 경영권 40%를 앵커에퀴티파트너스(앵커파트너스)에 잔여 지분 15%를 전량 매각, 이로 인해 앵커파트너스는 투썸플레이스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앞서 CJ푸드빌은 2018년 2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40%, 45%를 매각한 바 있다.

정성필 CJ푸드빌 대표는 "푸드빌은 매년 적자폭 확대로 인한 부채비율 상승으로 외부조달 자체가 어려워짐에 따라 투자여력이 한계상황을 넘어서 신규사업을 물론이고 기존사업의 보완투자 조차도 힘겨운 상태"라며 "푸드빌과 투썸플레이스를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투썸플레이스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뚜레쥬르 매장 [사진=뚜레쥬르 유튜브 영상 캡쳐]

2017년, 4년만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가 자신있는 분야를 키우기 위해 계열사 인수·합병과 지분구조를 개편하며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그레이트 CJ' 계획도 이 때 발표했다.

이 회장은 CJ건설과 CJ대한통운 합병을 통해 CJ대한통운·CJ건설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한데 이어 2018년 7월에는 CJ E&M과 CJ오쇼핑을 합병, ‘CJ ENM’을 만들었다. CJ E&M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역량과 CJ오쇼핑의 상품기획 역량을 결합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였지만 일각에서는 콘텐츠와 커머스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결합은 유기적으로 융합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계열사를 인수·합병하는 등 적극적인 지분구조 개편에도 불구하고 CJ그룹의 실적은 부진했다.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차입금이 불어난 데다 수익성까지 악화된 것. 이에따라 2019년 10월에는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며 질적 성장과 수익성 개선 등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최근 3년간 CJ의 인수 [사진=DY시사경제 유튜브 캡쳐]

CJ는 효율성을 강조하며 신임 임원을 19명으로 줄였다. 전년도에는 35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평균 연령은 47세에서 45.3세로 낮아졌다. 지주사는 조직 개편을 단행해 기존 실 체제를 폐지하고 팀 체제로 전환해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했다.

CJ그룹 관계자는 “2020년은 그룹의 혁신성장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기”라며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 후

CG CGV 영업손실 급증...코로나19 직격탄 속 생존 돌파구 '비상'

이 회장의 공격적이고 효율성을 높인 경영에도 불구하고 CJ그룹은 점점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뒤덮으면서 소비패턴이 급속하게 변하자 대응이 부족했던 계열사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2020년, CJ CGV는 그룹 내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만 무려 3900억원이 넘는다. 2015~2019년까지 5년동안 누적 영업이익인 4200억원을 1년만에 고스란히 까먹은 셈이다.

CGV가 이렇게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영화관에 가는 것을 꺼리면서 영화 관객 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영화관을 가지 않고도 영상 컨텐츠를 즐기는 데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 OTT 서비스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넷플릭스가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으면서 국내 영화관의 입지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도 한국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국내에서도 SK, KT 등이 OTT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 구현모 대표는 "손실이 나더라도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며 "콘텐츠 사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충분히 견디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웨이브는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고 2025년까지 오리지날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국내 서비스 중인 OTT [사진=하피TV HighFidelity TV 유튜브 캡쳐]
국내 서비스 중인 OTT [사진=하피TV HighFidelity TV 유튜브 캡쳐]

이렇게 국내외 기업들이 OTT 사업에 힘을 줌에 따라 국내 영화관 업계는 더욱 움츠러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장은 더 큰 출혈을 막고자 CGV를 매각하려 했으나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CGV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에 이미 투자 유치에 실패한 전적이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CGV의 장기 신용등급은 'A+'로 평가하고 있지만 막중한 부채 부담을 감안해 등급 전망에 `부정적`이란 꼬리표를 남겨뒀다. 재무구조 개선 속도가 느리면 등급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2020년 코로나가 전세계를 덮치면서 CGV는 말그대로 '추락'했다. CGV관계자의 표현에 따르면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참담한 실적을 표현했다.

매각타이밍을 놓쳐버린 CGV는 CJ그룹의 자금 수혈, 해외 비핵심 자산 매각, 직원 구조조정, 관람료 인상 등 여러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생존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급기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상영관 30%가 문을 닫는 등 사업이 축소되는 상황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재무부담을 가중시킨 2016년 5월 터키법인 인수 이후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재무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방역 강화 및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하에 영업은 지속해온 한국과 달리 정부 차원에서 영업을 중단케 했던 CGV 진출 국가들의 영화관 운영 재개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는 대작 콘텐츠의 개봉은 여름 성수기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대작인 마블의 ‘블랙위도우’는 7월 개봉을 타진 중이고, 국내 대형 배급사의 텐트폴 작품의 개봉 시점이 미정인 점을 감안할 때 영업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는 돼야 가시적인 회복이 확인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CGV 영화관 [사진=CGV 홈페이지]

CJ푸드빌 뚜레쥬르 매각이 불발되면서  CJ그룹은 당장 '재매각'이 아닌 '수익성 개선'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주류사업 정리 계획이 미뤄졌다. 이 회장은 그룹의 큰 사업 축을 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ENM를 핵심 사업으로 놓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비핵심사업 재편 작업을 진행하며 CJ푸드빌을 1순위 정리대상으로 놓고 뚜레쥬르 매각을 진행해왔다. 뚜레쥬르 매각은 예비입찰에서부터 이름값과 달리 흥행에 실패했다. 매각 초부터 가격이나 세부조건에서 이견이 지속됐고 예비입찰 후에도 원매자가 대거 이탈해 매각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반년을 끌었던 뚜레쥬르 매각이 없던일로 돌아가면서 CJ그룹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푸드빌 내 뚜레쥬르사업부문 매각설과 관련해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격과 세부조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고 공시했다. 

뚜레쥬르를 제외하면 CJ푸드빌에 남은 주력 브랜드는 샐러드바 ‘빕스’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플레이스’, 한식 뷔페 ‘계절밥상’ 정도다. 여기에 컨세션 사업이 남아있다. 이들 브랜드도 뚜레쥬르 매각과 함께 정리하거나 다른 계열사느 이동시킬 계획이었다. 계절밥상은 이미 한식 뷔페 열풍이 사그라들며 여의도IFC점·코엑스몰점·판교점 세 곳만이 남아있다.

CJ그룹으로서는 뚜레쥬르가 팔려야 남은 외식 브랜드도 정리가 가능하다. 뚜레쥬르가 CJ푸드빌 전체 매출액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뚜레쥬르는 CJ푸드빌 매출액 중 약 48%(4003억 원)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기여도 역시 높은 편이다. 뚜레쥬르를 매각하면 CJ푸드빌 연 매출 규모는 4000억 원 대로 반 토막이 난다. 10여 년 전인 2007년(4972억 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외식사업 시장이 현재 코로나19로 전체적으로 내림세를 겪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또 다른 인수자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뚜레쥬르 매장 [사진=뚜레쥬르 홈페이지]

◆그리고, 앞으로

이재현 친정체제 구축 속 미디어 물류 식품 3대 축 중심 '글로벌 CJ그룹 도약' 박차

코로나19 사태는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이런 추세는 증시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유로존 PMI는 예상을 뛰어넘는 서프라이즈 수준이었다”며 “곳곳에서 국지적인 봉쇄조치가 시행됐지만 공장 생산은 대폭 증가했고 신규주문은 이보다 더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완화됨에 따라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던 기업들의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 사옥[사진=YTN news 유튜브 캡쳐]

CJ그룹은 2020년 12월10일,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이재현 회장은 주력계열사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했다. 특히 올해 실적부진을 겪거나 논란이 있었던 계열사들의 대표를 모두 물갈이했다. 신상필벌을 세워야 코로나19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CJ대한통운 대표는 CJ제일제당에서 실적 반등에 성공한 강신호 대표가 이동해 맡는다. 강신호 신임 대표는 지난 2012년 CJ대한통운의 PI추진실 실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강 대표는 CJ프레시웨이 대표, CJ제일제당 대표를 역임하면서 모두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해 이재현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은 직을 유지하지만 대외업무에 집중하게 됐다. 두 사람이 공동대표체제로 기업을 이끈다.

CJENM, CJCGV, CJ프레시웨이, CJ푸드빌 대표이사도 모두 교체됐다. 모두 올해 실적이 부진했다. 이재현은 대표 교체를 통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강호성 CJENM 대표 내정자는 연예계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CJENM의 준법경영 강화와 함께 미디어사업에서 변화를 모색하라는 과제를 받을 것으로 풀이된다.

CJENM 대표에서 CJCGV 대표로 자리를 옮긴 허민회 대표는 기회를 더 받았다. 허 대표는 CJ그룹에서 대표적 재무 전문가이자 해결사로 꼽혀 이재현의 신임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CJCGV 활로를 찾는 역활이 맡겨졌다.

이번 인사로 이재현의 친정체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샐러리맨 신화’이자 CJ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의 역할은 대외업무로 축소됐다. 많은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부사장급이 맡게 되면서 세대교체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재현은 이렇게 구축한 친정체제를 바탕으로 미디어, 물류, 식품이라는 3가지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CJ그룹 도약'을 향해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는 “연공보다 능력 경쟁을 통한 젊은 인재의 과감한 발탁으로 그룹 전반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며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CJ그룹 계열사 매각 관련 타임라인 [자료정리=녹색경제신문]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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