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분쟁] 美, 중국 반도체 기술봉쇄전략, 한국이 약한 고리? …매그나칩 中 사모펀드 매각 소식에 업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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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분쟁] 美, 중국 반도체 기술봉쇄전략, 한국이 약한 고리? …매그나칩 中 사모펀드 매각 소식에 업계 '불안'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3.29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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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체 매그나칩,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탈에 매각 결정
-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기술 중국 유출 우려... 이전 하이디스-BOE 매각 사례 있어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력업체 직원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하는 등 관련 문제 끊이질 않아…업계 관계자 "불안한 것이 사실"

청주에 본사를 둔 디스플레이 구동칩 생산 업체 매그나칩반도체(이하 매그나칩)가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된다. 매그나칩은 이번 매각이 임직원 및 사업 방향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으나, 업계는 국내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들은 녹색경제신문에 "이전에도 중국 기업이 국내 반도체 기술과 주요 인력을 흡수한 사례가 있는 만큼, 향후 국내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든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반도체 및 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매그나칩은 중국계 사모펀드에 인수될 예정이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이전 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사업부에 속해있던 기업으로, 지난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로부터 분사된 뒤 미국계 애비뉴캐피털에 인수됐다. 이후 2011년에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나 본사와 생산시설은 여전히 한국에 남아있다.

매그나칩은 현재 청주에 본사를, 구미에 공장을 두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DDI(디스플레이 구동칩)와 차량용 전력 반도체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 중이다. 매출액은 지난 2019년 기준 7억9220만 달러(한화 약 9000억원)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매출 4000억원에 달하는 파운드리사업부를 SK하이닉스와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했는데, 비메모리 시스템사업부만으로도 5억7000만 달러(약 64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업계 호황으로 더욱 높아진 몸값을 구가하게 된 매그나칩은 지난 26일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탈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규모는 14억 달러(약 1조5832억원)로 알려졌다.

[사진=매그나칩반도체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계 자본으로 설립된 와이즈로드캐피탈은 반도체 및 첨단 산업 투자에 주력하는 사모펀드다.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의 스탠더드 제품사업부였던 넥스페리아, 중국의 스마트 기기 및 통신기술 전문 기업 JLQ 등을 포함한 여러 기업을 인수한 이력이 있다.

매그나칩은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도 매그나칩의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기존과 변함없이 현재의 역할을 그대로 지속할 계획"이라며 "사무소와 연구소, 생산시설 또한 기존과 동일하게 운영되며 매그나칩의 사업 또한 이번 매각 거래에 따른 영향없이 그대로 운영될 예정이라는 점을 명확히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매그나칩이 중국계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발생할 수 있는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우려 가능성이다. 일례로는 지난 2002년 하이닉스의 LCD 사업부에서 분사해 중국 BOE에 인수된 하이디스를 들 수 있다.

당시 BOE는 기술공유를 명분으로 하이디스와 전산망을 통합해 주요 인력과 4000건이 넘는 기술을 모조리 자사로 흡수했다. 이를 토대로 2003년 LCD를 직접 생산하기 시작한 BOE는 하이디스를 부도 처리하고 대만 기업 이잉크에 헐값에 넘겼다.

이후 BOE는 대량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저가 공세를 벌여 LCD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한 반면, 핵심 경쟁력을 뺏긴 하이디스는 이잉크에서 또 한번 특허 기술만을 갈취당한 채 공장이 폐쇄되고 근로자들이 대량 해고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중국이 한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이나 인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이야기다. 올해 초에는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 17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유출한 기술은 하이K메탈게이트(HKMG)와 반도체 세정 레시피 등이다. HKMG는 전도율이 높은 신소재를 활용해 D램 반도체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며, 반도체 세정 레시피는 반도체 세정 단계에서 사용되는 화학 물질의 배합비, 분사 순서 등에 대한 기술로 모두 1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기술이다.

지난해 초 장원기 전 중국삼성 사장이 중국 반도체 기업 '에스윈'의 최고 경영진으로 자리를 옮겼던 일도 국내 반도체 인력의 중국 유출이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에스윈은 매그나칩과 마찬가지로 OLED DDI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어,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업계에서 중국이 막대한 조건을 내세워 인력 유출을 시도한다는 이야기가 매번 소문처럼 돌고 있다"며 "이전 사례들을 고려해봤을 때 불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역시 "매그나칩과 같은 업체들은 디스플레이 공급사슬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과정 중 일부를 중국 업체들이 취득해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미래의 일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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