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정전은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가 낳은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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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 정전은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가 낳은 '人災'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11.09.1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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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지났다"… 정부의 섣부른 발전기 정비가 정전 직접적 원인

15일 오후 시기상 가을임에도 고온의 늦더위가 이어진 가운데 갑작스런 전력 과부하로 전국 곳곳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 TV 화면에 뉴스속보가 나오고 있다. (YTN 화면 캡쳐)  사진 =뉴시스 제공

 전국 곳곳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초유의 전력난이 발생했다.

15일 지경부, 한전,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전국의 예비전력량이 크게 떨어지면서 서울과 인천, 용인 등 수도권 지역은 물론 대구, 광주, 천안, 전주 등 일부 지방에서도 갑작스런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전력예비력이 안정유지수준인 400만㎾ 이하로 하락하자 즉시 자율절전(95만㎾ 규모)과 직접부하제어(89만㎾ 규모)를 시행했다. 이후 전력예비력이 400만㎾를 넘지 않자 30분 단위로 지역별 순환정전을 시행해 일부 지역엔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정전피해가 속출했다.

자율절전은 한전과 수용가가 미리 계약을 맺고 자율적으로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이며, 직접부하제어는 한전이 미리 계약을 맺은 수용가의 전력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지역별 순환정전은 위 2가지 조치로 예비력 400만㎾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작성된 매뉴얼에 따라 지역별로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조치이다.

정부는 이날 최대 전력수요는 6260만㎾, 공급능력 6671만㎾로 전력공급 예비력이 411만㎾를 유지하고 예비율도 6.6%를 기록함에 따라 최악의 위기는 일단 넘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경부와 한전은 이날 전국 곳곳의 정전사태 원인과 관련, 늦더위로 인한 전력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력과부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폭염주위보가 내려질 정도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순간 최대전력수요(전력피크)가 초과한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진 =뉴시스 제공

실제로 최근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9일 지난해 같은 날보다 -3.1% 감소한 6229.3만㎾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10일 -11.6%(95180.3만㎾), 11일 -13.5%(4502.1만㎾), 12일 -31.5%(4299.3만㎾), 13일 -24.0%(4804.3만㎾), 14일 -6.0%(5875.4만㎾) 등 전력수요가 6일 연속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예년 수준 보다 전력수요가 못 미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전력수요를 감당할 능력이 된다. 올해보다 전력수요가 많은 지난해의 경우에도 전국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정전사태가 빚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전력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원인은 정부의 전력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오판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현재 하절기 전력수급기간(6월27~9월9일)이 지난 뒤 발전기 계획예방정비(834만㎾)를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일부 발전소들은 보수나 정비문제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발전량이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고온에 따른 전력수요가 크게 늘면서 15일 예상보다 많은 320만㎾ 규모의 전력수요가 증가했다.

추석연휴 이후에도 당분간 무더위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지난주 말부터 발표된 점을 감안하면 '예고된' 전력난이 발생한 셈이다.

 전국 곳곳에 정전 현상이 발생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매장이 정전 현상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정전 사태 후 긴급 점검 체제에 돌입했으며, 지식경제부 등 정부 당국도 원인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폭염으로 전력수요 급증을 예상하지 못한 정부의 판단착오와 미숙한 업무능력이 불러일으킨 인재(人災)로 볼 수밖에 없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발전소 고장 문제 때문이 아니라 더운 날씨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해 시나리오에 따라 전력을 차단했다"며 "부하 수준에 따라 시나리오가 결정되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는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 여름철 긴 장마 등의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대체로 감소세를 보이자 정부가 전력수요가 안정권에 접어든 것으로 섣불리 판단, 수급관리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경부는 지난 8일 발전소 책임운영제 등을 통해 발전소 고장률을 낮춰 올 여름 전력난이 없었다고 자평하기까지 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동고하저'의 전력수요 상황만 고려해 늦더위가 지나기도 전에 동절기 전력수급 대책을 내놓았다.

지경부는 "올 여름 다소 타이트한 전력 수급 상황임에도 불구, 큰 위기 없이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설비별 책임 운영제' 강화·도입과 집중적 부하관리 등의 대책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했지만 막바지 더위에는 대비하지 못해 전국적인 대혼란을 초래했다.

일단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전국적인 전력공급안정과 주파수 및 전압을 정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만약 이날 저녁 8시 이전이라도 상황이 호전되면 순차적으로 순환정전을 해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16일부터는 현재 계획예방정비(834만㎾) 중인 발전기가 순차적으로 가동되고 상황에 따라 수요자원시장이 개설되며, 양수발전이 가동될 예정이므로 오늘과 같은 수급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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