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사업, 아무나 하나"...인텔 파운드리 진출 전략에 '회의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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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사업, 아무나 하나"...인텔 파운드리 진출 전략에 '회의론' 솔솔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3.2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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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팻 겔싱어 인텔 CEO, 최근 온라인 기자회견 통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2조원 규모 반도체 공장 2곳 투자 계획 밝혀
- 7nm 공정 전환 호조세 속 미국 정부의 반도체 생산 장려 기조에 자신감 드러내
- 월가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실현 가능성이 없다", "업계 선도보다는 후발주자로 남을 수 있어"
인텔 오코틸로 공장.

인텔이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재진출 의사를 밝혔으나 시간이 갈수록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자립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측면 지원을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으나, 인텔의 계획이 과연 이를 실현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본업에 차질 생길 수 있고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인 펩리스들은 모두 인텔 경쟁사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인텔칩 등 다른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우선 제기된다.

또 파운드리 사업을 하려면 펩리스업체들로 부터 수주를 받아야하는데 세계 대형 펩리스기업들, 즉 엔비디아, AMD, 애플 등은 모두 인텔의 경쟁사다. 결과적으로 경쟁사로부터 물량을 수주해야되는 부담을 감수해야하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처럼 자체물량이 일정 물량이 있기때문에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성장할 수 있으나 TSMC나 삼성전자 수준을 따라가는 것은 단기간에는 불가능 하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게다가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인텔칩의 대형 고객이지만 펩리스 사업진출로 AMD나 엔비디아 진영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세공정은 또다른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TSMC와 겨루기위해서는 초미세공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ASML의 EUV장비를 확보해야만하는데 이미 주문량이 내년 후년까지 꽉 차있는 상황이다. 

EUV장비를 어렵게 구하더라도 수율을 올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한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이전에도 진행한 적이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드러낸 적이 없는 상태"라며 "다만 반도체 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인만큼 상황을 계속 조심스럽게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인텔 파운드리 계획 향한 엇갈린 시선…월가는 대체로 '회의적'

다만 월가는 인텔이 제시한 계획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기존 투자에 이어 파운드리 사업에 막대한 금액을 투여하게 되면 현금흐름이 줄어들게 된다"이라며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시킨다 하더라도, 인텔과 경쟁 관계에 놓인 팹리스 업체들은 협력을 주저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 역시 "인텔에게는 사업 관행을 바꿀 파운드리 관련 베테랑 인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며 "인텔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번스타인리서치의 스테이시 래스곤 애널리스트는 "파운드리 사업은 인텔이 이전에도 시도했던 일이며 그마저도 당시 실패를 겪었다"며 "인텔의 로드맵은 TSMC에 뒤쳐진 것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인텔의 주가는 23일 오후 사업계획 발표 후 이튿날 개장 직후 급등한 뒤 곧바로 하락세에 접어들었으며, 이틀 연속 반등에 실패했다. 

다만 로버트W.베어드는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해 인텔의 계획을 높게 평가했다. 베어드는 "지정학적 환경으로 대만의 TSMC에만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것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은 인텔이 계획을 실행하기에 가장 친화적인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계획의 현실성을 떠나 새로운 경쟁자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긴장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아직 유효한 성과를 낸 적은 없지만 인텔이 반도체 업계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인텔, 22조 투자해 미국에 7나노 초미세공정 파운드리 공장 2개 설립

26일 파운드리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로 시장의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인텔의 팻 겔싱어 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총 200억 달러(한화 약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 주 오코틸로 지역에 반도체 공장 2곳을 건설하는 계획을 담은 'IDM 2.0' 전략을 발표했다.

IDM은 반도체 설계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든 분야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이번 전략에 따라 인텔은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7nm 기반 공정 개발을 진행하고, 외부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공고히하는 한편 자사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새로운 독립 사업부로 진출시켜 역량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전 파운드리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내비쳤던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데 대해 업계는 인텔이 최근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CPU를 주력으로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로 군림해 온 인텔은 코로나19의 여파와  경쟁업체인 AMD의 폭발적인 성장세 속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인텔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83억 달러(한화 약 20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22% 급감한 51억 달러(약 5조80억원)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래의 핵심 사업으로 점찍은 7nm CPU 공정으로의 전환 계획도 차질을 겪었다. 공정 도입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완성 시기가 내부 목표보다 1년 가량 늦춰진 것이다. 이에 인텔의 지분을 10억 달러 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인텔에 반도체를 외부 생산하고 설계에만 집중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인텔은 새로 취임한 팻 겔싱어 CEO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1월 팻 겔싱어 CEO는 "인텔의 7nm 공정에 대한 조사 결과 그동안의 문제가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며 오는 2023년부터 대부분의 프로세서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 행정명령'을 승인하며 반도체 자급자족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 것 또한 인텔에게는 호재다. 미국 CNBC는 "미 정부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에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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