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세계 파운드리시장, TSMC-삼성-인텔 3강 체재로 지각변동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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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세계 파운드리시장, TSMC-삼성-인텔 3강 체재로 지각변동 오나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24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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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200억 달러(약 22조6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신설 발표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성장기회 찾겠다...TSMC, 삼성전자 정조준 해석도
이번 설비투자로 TSMC, 삼성전자 기술적 차이 단기간 극복할까 관심

인텔이 22조원을 들여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로 하면서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TSMC, 삼성, 인텔 3강체제로 급속한 재편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TSMC를 삼성전자가 추격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인텔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가 3강 체제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인텔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공정 기술 격차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2시(현지시간) 팻 겔싱어 인텔 CEO는 200억 달러(약 22조6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라는 자회사도 설립한다. 전세계적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자사 파운드리 사업이 2025년까지 10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아마존과 시스코, 에릭슨,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이 잠재적 고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발표는 파운드리 업계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업계에선 겔싱어 CEO가 이번 행사에서 인텔의 파운드리 파트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이에 인텔이 겔싱어의 취임을 기점으로 경영 전략 수정에 나서면서 TSMC, 삼성전자 등을 대상으로 일부 제품에 대한 외주에 본격 나설 것으로 관측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인텔이 파운드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직접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인텔의 이번 발표는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성장기회를 찾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매출은 전년 대비 23.7% 증가한 846억달러(약 92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성장률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낳은 ‘뉴노멀'(새로운 일상)과 5G 스마트폰 보급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파운드리 시장을 올해 대비 6% 증가한 897억달러(약 97조원)로 예상했다.

팻 겔싱어 CEO는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는 대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반도체 업체들과 협력해 이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하기도 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인텔의 대규모 투자를 사실상 TSMC와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독주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지난해 대만의 TSMC가 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고, 삼성은 17%로 2위를 차지했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와 대만 UMC가 각각 7%로 3위와 4위를 차지했고, 중국 SMIC가 5%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면서 중국 SMIC는 계속 점유율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18%로 지난해보다 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텔의 대규모 투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를 맞닥드린 것으로 분석된다. TSMC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반도체 기업으로 삼성전자 밖에는 없었지만 인텔이 추가된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지난해 말 인텔 반도체 파운드리에 수주하며 환호성을 질렀지만 이제 고객사가 경쟁사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22조원이라는 투자규모도 크다. 반도체업계의 투자 중 사실상 사상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부문을 통채로 인수할때도 규모는 10조원 수준이었다. 

인텔이 파운드리에 전격 투자를 발표했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TSMC와 삼성전자는 매년 최첨단 공정을 내놓고 있는 반면 인텔의 공정 기술 개발은 크게 뒤쳐진 상태다. 이번 설비투자로 이러한 기술적 차이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그래도 오랜 반도체 시장 강자였던 만큼 기존 파운드리 업체들이 쉽게 볼 사항은 아니다"라며 "기존 업체들에게는 부정적 이슈지만 워낙 공급부족이 심한 상황이어서 크게 우려할 사항도 아닌 것으로 보이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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