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빠진 금융권, 단순홍보·초보강의서 전문가 대상 세미나까지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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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빠진 금융권, 단순홍보·초보강의서 전문가 대상 세미나까지 업그레이드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1.03.23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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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유튜브 채널의 진화···재미와 전문성 겸비한 킬러 콘텐츠로 구독자 수도 쑥쑥
▲ 신한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 이미지 (사진 = 신한은행 제공)
▲ 신한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 이미지 (사진 = 신한은행 제공)

 

텍스트의 시대는 저물고 바야흐로 영상 문법의 시대다. 금융권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자사와 서비스에 대한 영상 콘텐츠를 통한 홍보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과거에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광고 영상들처럼 홍보에 주안점을 두었던 게 지금은 보다 폭 넓고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콘텐츠들로 변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튜브 구독자 수로 봤을 때 금융권에서 강자는 농협은행 공식 채널이다. 구독자 수는 52만명. 신한은행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수 27.2만명, KB국민은행 채널이 22.2만명 수준이다.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전면 개편한 것은 지난 2020년 2월. 채널 닉네임을 '재미'와 '신한은행'을 합친 'FUNhan Bank'로 붙였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금융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

현직 예능 PD와 작가의 자문을 받아 기획하고 제작한 콘텐츠들이 눈에 띈다. 다양한 직급의 은행직원들이 어린이 고객의 눈높이서 금융용어와 경제 상식을 알려주는 '친한은행',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는 차원에서 전국 신한은행 영업점 인근 맛집을 찾아가는 '싸대기(싸고 대박 기가 막힌 맛집 탐방)' 같은 게 대표적이다.

최근엔 '신한 전문가 아는행님'이란 코너에서 다양한 분야의 깊이 있는 금융지식을 나누는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BOX 인터뷰] 오건영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

공부하는 은행원, FOMC '일타강사'가 된 계기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준(Fed) 산하에서 공개시장 조작의 수립과 집행을 담당한다. 매달 보고서를 발표하며, 연준 의장을 비롯한 미국 각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의 한 마디에 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친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곳. 특히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심대한 지금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언젠가부터 FOMC '일타강사(학원이나 온라인강의 등에서 가장 인기가 있어 수강신청이 첫 번째로 마감되는 강사)'로 불리고 있는 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은 어떤 계기로 영상 콘텐츠에 얼굴을 비치기 시작했을까?

평소 오 부부장은 업무상 필요에 의해, 혹은 자기계발을 위한 금융과 경제 공부를 해 오던 차,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겸 대중들과 소통을 위해 SNS 상에 꾸준히 '에세이'를 정리해 오고 있었다. 최근 금융 동향이나 이슈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적어왔던 것.

안 그래도 금융권이나 기자들이 오 부부장의 SNS를 유심히 보던 차에, 2019년 첫 번째 저서 '환율과 금리로 보는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를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출연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815머니톡' '삼프로TV' 등 경제·금융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두 번째 저서인 '부의 대이동'도 히트를 치며 오 부부장의 인기는 높아졌다. 공중파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친정인 신한은행 유튜브 채널에서 본인의 코너인 '경린이 탈출 프로젝트 $$ 또! 오건영'을 진행하고 있다.

유명세를 느낄 기회도 있었다. 길을 가다도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을 보면 신기하다는 오 부부장. 정작 처음 유튜브에 출연했을 때 즐거워하던 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오 부부장의 글과 말솜씨에 독자와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건 친근감과 동병상련 때문이다.

오 부부장은 "내가 공부할 때 이해가 안 가거나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항상 고민하며 콘텐츠에 반영하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물론, 섭외한 곳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과 기획이 있지만, 특히 고심하는 부분은 나열된 팩트와 팩트 사이의 행간을 읽어내는 부분. 맥락의 흐름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영어 공부를 할 때 단어장만 들입다 외우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사진 = 국민은행 제공
사진 = 국민은행 제공

 

신한은행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전면 개편한 것과 비슷한 시기인 2020년 3월, KB국민은행(은행장 허인)은 30대 전용 영상 콘텐츠 '서른만'을 시작했다.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하승진'과 '최희' 전 KBS N 아나운서, 성우이자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인 '쓰복만'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셀럽'들이 30대를 타겟으로 한 토크쇼를 만들었다.

모두 네 편이 만들어진 영상은 30대들을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진행해, ▲경조사비 지출 ▲사내연애 ▲재테크 ▲번아웃/이직 등에 대한 고민나눔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간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10대와 20대 중심의 스낵 콘텐츠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된 30대들 만의 이야기를 공유해보고자 서른만을 기획하게 됐다”며 “서른만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KB국민은행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SC제일은행(은행장 박종복)은 3월 25일과 4월 8일 두 차례에 걸쳐 금융크리에이터 '박곰희'와 금융 상식과 효과적인 투자전략을 알아보는 웰쓰케어 웹세미나를 진행한다.

박곰희는 42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SC제일은행 식탁부의 민슬기 과장이 함께 첫째 날에는 각종 투자 상품 비교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상품을 고르는 방법, 투자자를 위한 주요 팁 등에 대해 알려주고 둘째 날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투자 트렌드와 이를 활용한 현명한 투자 전략에 대해 제안할 예정이다.

특히 이들은 장기 투자 및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주면서 많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전기차, 바이오, IT와 같은 4차산업 섹터와 관련한 효과적인 투자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조언할 계획이다.

▲ 사진 왼쪽부터 유튜버 '신사임당', 김영빈 파운트 대표 (사진 = 파운트 제공)
▲ 사진 왼쪽부터 유튜버 '신사임당', 김영빈 파운트 대표 (사진 = 파운트 제공)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전문기업 파운트(대표 김영빈)는 구독자 140만명의 인기 경제 유튜버 '신사임당'과 주식투자 방법에 대해 자유롭게 토크를 나누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기존 투자자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의 특징, 시장 규모, 운용성과 등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기회였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는 사람과 AI 투자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해 "AI가 인간의 감정이나 직관, 데이터화 되어 있지 않은 기업의 깊숙한 내면까지 분석할 수는 없지만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분석해야 할 데이터가 많은 경우 분명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대해선 "급락장에서 리스크 관리에는 AI가 더 뛰어나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유튜버 신사임당은 로보어드바이저 투자가 연평균 8% 수익을 추종한다는 설명에 대해 "신입사원 시절 퇴직자금 30억원을 만들려면 한달에 200만원씩 저축할 경우 수익률이 8%면 30년 후에 가능하다"며 "8%라는 숫자가 갖는 힘이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숫자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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