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한국씨티은행 매각설 '솔솔'...2조원대 매물, 누가 인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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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한국씨티은행 매각설 '솔솔'...2조원대 매물, 누가 인수하나?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1.03.22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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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매각'설'과 온도차..."시티은행 내부에서도 뒤숭숭 분위기"
▲ 사진 왼쪽부터 한국씨티은행 새문안로 본점,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사진 = 녹색경제신문 DB)
▲ 사진 왼쪽부터 한국씨티은행 새문안로 본점,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사진 = 녹색경제신문 DB)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국씨티은행(은행장 유명순)의 매각설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설'에 지나지 않았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씨티은행 한 관계자는 "확실한 것은 내부적으로도 모르지만,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과거 한미은행 매각 당시 파업을 진행했고, 영업점 폐쇄 등으로 은행측과 크게 부딪쳤던 노동조합도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노조 차원에서도 10여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대응 방법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룹 헤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속내를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현지시간 19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2020년 취임한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가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한국, 태국, 필리핀,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지역 소매금융 철수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이에 대해 "지난 1월 제인 프레이저 CEO가 밝힌 바와 같이 각 사업들의 조합과 상호적합성을 포함해 냉정하고 철저한 전략검토에 착수했다"며 "다양한 대안들이 고려될 것이며, 장시간 동안 충분히 심사숙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룹 CEO 선임 전, 중남미지역 사업을 총괄하며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지역에서 소매금융과 신용카드 사업부문을 잇따라 매각한 이력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영실적을 위축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8년 3655억원에서 2019년 3067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078억원에서 2941억원으로 감소했다. 

2020년은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1611억원을 기록했다.

자본력과 시너지 감안하면 KB, 신한, 우리 등 3개 지주사가 유력 후보

업계에선 매각가를 2조원대로 예상한다. 한국씨티은행의 순자산 6조2953억원에 국내 은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3~0.4배를 적용하면 1조8888억~2조5181억원 수준으로 단순계산할 수 있다.

덩치를 감안하면 이미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를 제외하고 KB·신한·우리금융지주가 본인들 의사와는 상관없이 매수 유력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 3개 지주사가 올해 들어 이미 발행했거나, 다음달까지 발행 예정인 신종자본증권(영구채) 규모는 작년 상반기 전체 발행액보다 3000억원 가량 많은 1조4000억원 가량이다. M&A의 실탄인 자본력은 어느정도 갖춰졌다는 평가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이미 6000억원의 발행을 마치고, 추가로 다음달 비슷한 규모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정비한 이후,  또 다시 금융권 대형 M&A에 나설 수 있겠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메리트가 있다면 한국씨티은행이 일찌감치 주력해 온 WM사업이다. 지난 2017년 영업점도 133개에서 39개로 대폭 줄였기에 영업점 중복에 대한 부담도 적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대마진 축소로 은행들이 성과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VIP 고객을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서비스 강화는 더욱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강점은 KB, 신한금융에 비해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에게도 달콤하다. 하지만 2020년 실적을 볼 때 증권사 포트폴리오 부재로 타 지주사들에 비해 밀렸던 우리금융이 은행 강화에 돌을 놓을지는 미지수다.

신한금융도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손해보험사 인수에 나설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밖에 거론되는 주자는 DGB금융, JB금융 등 지방은행지주와 OK금융그룹 등이다. 단지 은행 영업점 확대 차원만이 아니라, 개인신용대출,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노하우 등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1983년 설립된 한미은행이 씨티그룹에 인수돼 한국씨티은행이 출범한 것은 지난 2004년 11월. 이후 한국씨티은행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닥쳐온 변화였다.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동안 신입 공채가 없었다는 점은 놀랍다. 직원 수는 35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러다보니 인력구조는 기형적이다. 2019년말 기준 1797명이 관리직이고 874명이 행원급이다. 직원들 사이선 "4급 수석을 10년쨰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현실.

임원급을 제외하면 조직의 평균 연령은 46~47세에 이른다. 앞서 말한 4급 수석은 700~800명 수준이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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