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현장 체험] 새벽 3시에 날아든 절망적인 연장근무...'로켓배송' 이면 '플랫폼 알바'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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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현장 체험] 새벽 3시에 날아든 절망적인 연장근무...'로켓배송' 이면 '플랫폼 알바'의 애환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3.19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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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량 쏟아지자 일방적인 잔업 통보...석달 근무해도 4대 보험은 여전히 미가입
- 부실한 식단·부족한 휴게시간·부족한 화장실...코로나19 방역은 비교적 잘 되는 듯

배달만으로 월 1000만원을 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로 솔깃한 배달 업무에 대한 관심과 소문이 무성하다.

그만큼 고된 노동을 방증하듯 과로사 소식도 잇따라 들리면서 이른바 '플랫폼 노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쿠팡의 덕평 물류센터는 쿠팡 물류센터 중에서도 강제 노역장으로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다. 꼬박 10시간을 서서 일하면서도 휴게시간은 식사시간 1시간이 전부다. 이마저도 이동에 15분 이상을 써버리고 나면 실제로 쉬는 시간은 10분이 채 안된다. 마실 물도 부족하고 화장실도 부족하다. 4대 보험 적용도 잘 안된다고 한다. 

진짜 그럴까? 쿠팡 덕평 물류센터를 직접 찾아 소문을 확인해 봤다.

쿠팡 알바 지원...문자 하나면 근무 가능
"덕평야간/정은지/화요일 지원합니다."
쿠팡 물류센터 알바는 지원자격요건이 없다. 문자 한 통이면 바로 출근 일정을 배정받는다. 통근 셔틀버스가 있기 때문에 가까운 정류장을 예약만 하고 가면 된다. 기자는 야간조를 지원, 오후6시~익일 새벽3시 반까지 근무하는 스케줄이었다.

기자가 지원한 쿠팡 물류센터 구인글 [사진=녹색경제신문]

16일 오후 4시,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쿠팡버스에 올랐다. 
“어느팀 지원하셨어요?” “C팀이요” “QR체크 로그인 해주세요.”
쿠팡 알바를 하려면 쿠펀치 앱을 깔고 로그인하면 된다. 이 어플로 QR코드를 생성해 간단하게 본인인증을 마쳤다. 

버스는 셔틀 노선을 따라 이동하며 25명 정도를 태우고는 덕평으로 출발했다. 성 비율은 거의 반반이었고 나잇대는 20~60대까지 다양했다. 버스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자하자 모두들 야간 근무를 위해 눈을 붙였다.

새벽까지 일하려면 차에서라도 푹 쉬어야 할텐데 긴장해서 그런지 잠이 안왔다. 차창 넘어로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일할 시간이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보통은 이 시간이면 하루가 다 간 기분이었는데.

쿠팡 덕평 물류센터를 왕복하는 셔틀버스 [사진=녹색경제신문 정은지 기자]

아마존·SSG네오·쿠팡의 자동화

아마존은 2017년에 7억7500만 달러(약 9300억원)를 들여 로봇회사 키바를 인수, 물류 완전 자동화를 추진중이다. 아직 완전 자동화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계속 발전 중이다. 

쿠팡에서는 사람이 카트를 끌고 가서 카트에 상품을 담아오는 시스템인데, 아마존에서는 로봇이 선반을 통째로 들어 작업대까지 끌고온다. 사람은 로봇이 들고온 선반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꺼내 분류만 하면 된다.

SSG가 운영하는 네오 물류센터는 자동화 수준이 꽤 높다. 쿠팡처럼 사람이 물건을 찾아 실어오지 않고 기계가 직접 찾아 셔틀과 트레인을 통해 작업자에게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쿠팡의 한 물류센터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수는 1000~1500명인데, SSG 네오 물류센터는 작업자가 250~300명으로 4분의 1 수준이다. 아직 인간이 기계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다. 쿠팡 알바는 결국 인건비가 기계값을 넘어가는 순간 사라지게 될 일자리인 것이다.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보니 쿠팡은 지원하는 사람을 단기든 장기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가리지 않고 다 받는다. 

업무용으로 나눠주는 PDA에 본인의 업무 진척도를 보는 창이 따로 있지는 않았지만 본사 입장에서는 체크가 가능하다. 실제로 OB 근무자의 경우 시간당 집품 개수가 카운트된다. 평균 집품 수량이 기준 미달이면 다음 근무 지원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하루 업무를 할당해주고 업무가 끝났을 때 성과가 좋지 않으면 그 다음에 뽑지 않으면 그만이다. 문자 하나로 직원을 뽑는 이유다.

SSG네오의 자동화 시스템 [사진=SSG]

계약직·정규직 권장하는 쿠팡

오후 5시 반, 물류창고에 도착했다. 버스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쿠팡 물류창고는 거대하고 화려했다. 상상했던 칙칙한 회색 외관과는 달리 쿠팡 로고 컬러를 활용한 알록달록한 모습이 마음을 녹이는듯 했다.

사람 키를 훌쩍 넘기도록 쌓인 박스들이 1층 한켠에 잔뜩 놓여 일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업무를 하게될지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인 채 버스에서 내렸다.

기자가 지원한 공정은 OB 출고였으나 일손 부족으로 현장에서 IB 입고에 배치됐다.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은 크게 IB·OB·HUB 세 공정으로 나뉜다. IB는 '입고'다. 주문이 들어온 상품들을 스캔, 물류센터에 배치하는 업무다. OB는 '출고'다. 출고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상품 주문이 들어오면 배치된 상품을 카트에 담아 포장대에 갖다주는 '피커'와 포장 후 송장을 붙여 컨베이어벨트에 올리는 '패커'다. HUB는 대형 화물차에 실려 온 상품들을 내리거나 분류 후 화물차에 싣는 업무다.

일행을 따라 엘레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코로나로, 엘레베이터 줄을 설 때는 1m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었다. 엘레베이터 안에서는 5명이 미리 붙여놓은 발바닥 모양 스티커에 맞춰 서서 서로를 등지고 탑승했다. 2m 거리두기와 1m 거리두기가 혼재하는 것으로 보아 편의에 따라 수정해서 적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쿠팡 덕평 물류창고 외관 [사진=녹색경제신문 정은지 기자]

신입은 산업안전에 관한 교육을 40분정도 듣는다. 평소 지게차나 높이 쌓인 물건을 접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반드시 들어야 하는 안전교육이었다. 안전교육 및 성희롱 방지 교육을 듣고 맨손체조를 5분정도 하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물류창고는 총 7층인데 보통 아파트와 비교하면 20층 높이다. 한 층이 보통 아파트 3층 정도의 높이인 것. 높은 층고를 기대했으나 IB팀이 일하는 지하2층은 다시 3개 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결국 층고 낮은 보통 아파트 높이에서의 근무였다.

현장에는 관리자가 나와있었다. 엄지와 검지를 자른 목장갑 한켤레와 PDA를 지급하고 IB 업무를 알려줬다. 매번 신입을 교육하는게 쿠팡 입장에서는 손실이 커 보였다. 그래서인지 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일용직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는 광고가 군데군데 붙어있다.

관리자는 일하는 모든 사람을 "사원님"이라고 부르는 등 막말하는 경우가 없어 인권 관련 스트레스도 적은 편이라 정규직으로 마음을 굳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이런 제품이 있나 싶은 PDA는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터치폰과 비슷하다.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튼튼한 고무 커버를 씌워 투박하고 무겁다. 구형과 신형이 보급되고 있었고, 구형 모델을 쓰시는 분들의 고충을 느끼고자 기자는 '구형 PDA'를 선택했다.

PDA 스크린의 '재고확인'을 누르면 내가 입고시킬 카트의 재고 리스트가 뜬다. 한 카트 안에 어떤 종류의 상품이 있는지 확인한 후 '진열'을 눌러 물건을 렉에 진열하는 업무다. 

기자가 선택한 PDA는 구형이어서 그런지 바코드 버튼이 잘 눌리지 않았다. 게다가 바코드 인식 레이저도 작아서 물건 하나 인식하는데 에너지 소비가 컸다. 

식사 후인 밤 11시 45분에 PDA를 신형으로 바꿔보았는데 대충 바코드가 닿기만 해도 삑 삑 경쾌하게 찍혀서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 보급품 하나에도 그날 업무 피로도가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구멍난 엄지 검지 손가락이 하얘지고 살짝 트기까지 했다. 몇 시간 일했을 뿐인데 벌써 이렇게 되나 싶었다. 로션을 바르고 싶었지만 업무장 내 로션 반입은 금지돼 있다. 심지어 립글로즈도 반입 금지라서 놀랐는데, 안에 들어와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파는 게 없는 쿠팡이다 보니 웬만한 생필품을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입고 물류센터는 제품의 크기에 따라 스몰·라지 사이즈로 구분이 되어있다. 라지를 한타임 마치고 스몰사이즈 구역에 배치되었는데, 립글로즈, 립스틱, 치약, 칫솔, 마우스, USB 등 웬만한 익숙한 제품들이 다 낱개로 진열돼 있는걸 보자 이해가 갔다. 퇴근시 본인제품이라고 할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예 반입을 금지한 것이다.

4대보험 미가입 문제 여전

"신입이에요?" "네." "난 3달 됐어요. 다리 많이 아프죠? 일주일 정도 하면 괜찮아져요."
워낙 물류센터가 넓어 카트를 가지러 갈 때를 제외하곤 사람 마주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말할 기회도 잘 없는데, 한참 일하고 나니 몸도 고단하고 말동무도 필요하고 해서인지 '사원님'한 분이 말을 걸어왔다.

"(야간 타임에 근무하려) 4시에 버스 탔는데 (밤)열한시에 밥을 주면 7~8시간동안 무슨 기운으로 일을 하라는건지 원..." 식당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부서마다 식사 시간이 다르다. IB팀은 이날 밤 11시에 식사를 한다고 통보받았다.

"누구는 자기 물통 가져와서 물을 다 받아가던데, 정수기에 물이 없으니 목말라도 마실 물도 하나 없네?" 한 층에 정수기는 눈짐작으로 약 2개. 땀흘리며 일하다 보면 금방 목이 마른데도 물은 턱없이 부족하다. 겨울에도 이런데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고 물이 없으면 얼마나 힘들지 눈에 선하다.

사당동에 거주하는 '사원님' 손모씨(52)는 이혼 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비정규직이다 보니 일할만 하면 해고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다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쿠팡 알바는 눈치 안보고 혼자 일하면 된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한다. 정규직으로 지원은 했는데 아직 4대보험도 가입이 안됐다고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1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서 주 15시간, 한 달 6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근로자는 4대 보험에 의무가입해야 하지만 쿠팡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쿠팡 덕평물류센터 야간 아르바이트 모집 글에는 8일 이상 근무 시 4대보험이 적용된다고 나와있으나, 세 달째 근무 중인 손씨는 여전히 4대보험에 미가입된 상태다. 4대보험 가입이 늦어지는 이유 등 묻고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그가 다른 복도로 이동하는 바람에 더 물어볼 수는 없었다.

부실한 식단, 부족한 휴게시간, 부족한 화장실

오후 10시 52분이 되자 IB 식사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일을 시작한지 5시간 만이다.
센터에 모여 인원을 체크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전산보다 실제로 모인 인원이 한 명이 더 많아 한참 시간을 끌다가 개인에게 부여된 바코드를 찍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길을 몰라 앞사람을 쫓아가다 보니 밖으로 나왔다. 앞사람은 담배를 피러 나온 것이었다. 다시 수소문 해 1층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에는 물건이 든 봉지가 7개정도 놓여있었다. 컵라면이었다.

이렇게 일하고 컵라면을 주는구나. 이날 저녁은 컵라면과 우유와 기린사의 모카빵이었다. 그나마 뜨거운 물마저도 부족해서 미지근한 물에 면을 불려서 먹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4층에 식당이 또 있는데 거기선 밥을 줬다고 한다. 왠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야간 근로자에게 제공된 식사 [사진=녹색경제신문 정은지 기자]

그러나 4층 식당을 포기하는 근로자도 있다. 층고가 너무 높아서다. "식사도 부실한데 4층 한번 올라갔다 오면 배가 다 꺼져버린다"며 차라리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출근할 때 분명히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엘레베이터 작동을 막아놨다. 다들 고되게 꼬박 5시간을 일하고 온 터라 더이상 계단에 쓸 에너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은근히 작업장이 추워서 사물함으로 가 겉옷을 하나 더 입었다. 사물함이라고 하기엔 그냥 4~5층짜리 렉이었다. 열쇠는 커녕 문도 없는 노출식이라 분실의 위험히 굉장히 높았다. 그래서인지 현장에 지갑만큼은 가져가도 된다고 한다. 쿠팡은 분실의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라면 먹고 사물함에 가서 옷을 입었을 뿐인데 시간이 벌써 다 돼갔다. 양치 하려고 가져간 치약칫솔은 구경도 못하고 다시 현장으로 복귀했다. 아까 인원체크를 하느라 시간이 지연돼서 더 촉박하게 느껴졌다.

식당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원님' [사진=녹색경제신문 정은지 기자]

현장 화장실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하 2층은 3개층으로 나뉘며 맨 아래부터 0.1층, 0.2층, 0.3층으로 불린다. 0.3층에서 작업할 땐 몰랐는데 0.2층에서 작업을 하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물어보자 0.1층에 있다고 한다. 3개 층에 화장실이 1개 뿐인 것이다. (칸은 3개였다)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다른 곳은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자 지금 여기를 가는게 가장 낫다고 한다. 그만큼 멀리 있었던 것이다.

"시간 정말 촉박하죠... 밥먹고 나면 바로 일이에요. 지금 아니면 앉을 시간도 없어요." 식사 후 센터에 대기하면서 빠레트에 앉아있는데 옆에 또다른 '사원님'이 앉으며 말을 걸었다. "신형 잡으셨네요?" 기자가 들고 있는 PDA를 보더니 놀라는 기색이었다. "새로 오신 분들이 점심 먹고 일찍 와서 신형을 다 차지해요. 그거 잘 눌리죠?"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사원님' 이모씨(26)는 고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 몸 담은지는 약 1년. 코로나 터지고는 한동안 제대로 일을 못 구해 지금처럼 일할 수 있는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 

지난 해 초반엔 거리두기도 이뤄지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같은 해 5월, 쿠팡 물류센터에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방역이 강화됐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 방역수칙이 강화됐다.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원의 명단은 사진처럼 식당에 게시된다. 위반시 조치사항도 함께 붙어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정은지 기자]

'강제 노역장' 이라는 소문...'전 직원 연장근무' 

밤 11시 45분. 식사를 마치고 오니 다시 기운이 난다. 게다가 신형 PDA까지 손에 넣자 무적이 된 기분이었다.

업무 마감은 새벽 3시 반. 이제 3시간 반만 더 일하면 된다. 앞시간에 했던 업무를이어나갔다.
강아지 사료를 보니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가 생각나고 견과류를 보니 아침마다 견과류를 챙겨드시는 부모님도 생각났다. 별 생각 없이 쿠팡으로 주문했던 지난 날이 생각나면서 기자가 주문한 모든 물건을 사람들이 이렇게 '입고'하고 '진열'하고 '출고'했을 거란 생각이 들자 괜히 숙연해졌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새벽 2시 반 정도 됐을까? 안내방송이 나왔다.

"오늘 전 직원 연장근무입니다. 한시간 연장입니다. 하시던 업무 계속 하시면 됩니다."
연장근무? 방송으로 통보를 받으면 '사원님'의 의사와 상관 없이 무조건 연장근무 돌입이다. 갑자기 기운이 빠졌다. 한시간 남은 것만 바라보고 있었건만...

그 때 OB작업을 하는 '사원님'이 내 옆에 섰다. 찾는 물건이 내 앞에 진열돼 있었던 것이다.
"연장근무는 자주 있어요?" "보통은 15분 30분 이런식으로 하는데 오늘은 한 시간이네..." "OB작업은 어때요?" "입고 많은 날은 OB가 훨씬 편해. IB는 어쨌든 그걸 다 날라서 집어넣고, 옮기고 그래야 하잖아. OB는 대신 많이 걷지. 오늘도 여기랑 윗층이랑 얼마나 돌았나 몰라."

IB·OB·HUB 세 공정중 늦어지는 한 공정에 맞춰서 추가 근무가 결정된다. 셔틀버스도 스케쥴에 맞춰서 움직이기 때문에 더 일찍 귀가할 수도 없다. 

꼼짝없이 한 시간 연장 근무를 하고 나니 피로가 몰려왔다. 센터에 모여서 마무리를 짓고 2층으로 올라와 제출했던 휴대폰과 신분증을 돌려받았다. 

새벽 4시 50분. 기자를 집 근처에 데려다 줄 버스가 3층에서 대기하고 있다. 물류센터가 언덕에 위치해 3층도 지상층이었다. 셔틀버스가 네 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제각기 다른 곳에서 온 직원들을 실어다줄 셔틀버스라 고맙지만, 너무 길게 늘어서 있어 기자가 탈 차를 찾는데까지 한참 걸리자 안그래도 아픈 다리가 발바닥까지 쑤셔온다. 거의 맨 끝에 서 있던 차량을 발견해 탑승하면서 쿠팡 1일 알바가 마무리됐다.

네 줄로 길게 늘어선 쿠팡 통근 셔틀버스 [사진=녹색경제신문 정은지 기자]

쿠팡, 뉴욕증시 상장...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쿠팡은 다른 온라인 플랫폼이 판매하는 것과 다를게 없는 생필품을 판매한다. 그렇기 때문에 타사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로켓배송'이다. 

타인의 상품을 유상으로 운송할 때는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이 필요하지만 '자기 상품'을 배송할 때는 흰색 번호판으로도 가능하다. 쿠팡은 이를 이용해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모두 매입해 되판다. 개인까지 '배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아마존의 물류 시스템부터 '풀필먼트'라는 이름까지 모두 그대로 들여온 쿠팡은 지금 뉴욕 증시까지 상장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쿠팡의 시가 총액은 752억7800만 달러, 약 85조2743억원이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쿠팡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쿠팡이 시스템부터 이름까지 그대로 가져온 아마존의 '풀필먼트' [사진=아마존]
쿠팡이 시스템부터 이름까지 그대로 가져온 아마존의 '풀필먼트' 일부.
쿠팡 내부를 촬영할 순 없었지만 사진과 매우 흡사하게 조성돼있다. 
[사진=아마존]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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