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한섬, 김민덕 체제 1년...사업 다각화로 '굳히기 전략'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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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한섬, 김민덕 체제 1년...사업 다각화로 '굳히기 전략' 나서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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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사업 중심 수익선 개선에 집중
- 액세서리 화장품 등 신사업 추진
-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스마트온센터' 건립 추진

비대면 생태계가 커지면서 온라인 비즈니스·온라인 교육·디지털 화폐등 온라인화(化)될 수 있는 모든것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들이 하나같이 주목한 것이 온라인 시장이다. 비대면·온라인 사업을 어떻게 펼쳐나갈지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인 한섬이 '김민덕 체제'에 돌입한지 1년이 됐다. 

김민덕 대표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패션업계의 위기 속에서도 온라인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의 지휘 하에 올해도 한섬이 현대백화점그룹 내 '효자'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섬은 앞선 수장인 김형종 대표(현 현대백화점 대표)가 온라인 자사몰인 '더한섬닷컴'으로 1조원 매출까지 끌어올리며 그룹의 캐시카우로 성장시킨 계열사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민덕 대표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었다. 김형종 대표가 한섬을 그룹의 '알짜배기' 사업으로 끌어올린 만큼 신임 대표의 '굳히기 전략'이 중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패션업계 전반의 불황 속에서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겹쳤지만 김민덕 대표는 이를 발판삼아 한걸음 더 나아갔다.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진=한섬]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진=한섬]

◆그날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10년 성장 방향 제시...김민덕 사장 "브랜드 경쟁력 강화해야"

김민덕 대표는 지난 2019년 11월 말 이뤄진 현대백화점그룹 '2020년 정규 임원 인사'에서 한섬 수장으로 선임돼 지난해 1월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사업에 집중투자해 새로운 10년의 성장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섬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과 가격차이를 두지 않는 등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고가의 패션 브랜드 제품들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비중이 크게 늘자 이를 계기로 온라인 사업의 외형을 키우는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인 2020년3월24일 서울 강남구 한섬빌딩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브랜드 경쟁력 제고, 온라인몰의 전문화, 신규사업 적극 모색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전략을 밝혔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의 새로운 ‘3저시대’로 고착화되고있는 가운데 고성장하는 온라인부문을 강화해 새로운 10년을 대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대표는 “온라인사업 집중투자와 온라인몰의 전문화를 통해 매출 확대 및 수익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더한섬닷컴은 고급 패션몰로 위상을 강화하고 H패션몰은 전면적 사이트 재단장을 통해 해외 패션 전문 온라인몰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아나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미래 성장성 및 사업성 검토를 위해 새로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며 “이를 통해 한섬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생활방식 창조기업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섬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2398억원, 영업이익 1063억원을 냈다. 2018년보다 매출은 3%포인트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16.7%포인트 늘었다.

◆그후

온라인 사업 집중 전략, 디지털 전환 전략 추진

한섬은 백화점에 필적하는 차별화된 우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온라인 퍼스트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더한섬닷컴’과 ‘H패션몰’을 온라인사업의 양대 축으로 삼고 있던 한섬은 2020년5월에 모바일 편집숍 ‘EQL’을 새롭게 내놓고 온라인사업의 영역을 넓힌다. EQL은 모바일 기반 편집숍으로, 기존 더한섬닷컴과 H패션몰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 확장 시도였다. 현재 EQL은 예상 목표치를 넘어서며 시장에 연착륙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H패션몰을 전면 리뉴얼해 쇼핑 환경의 편의성을 높이기도 했다.

또 EQL과 서울 도심과 광역상권 등 주요 거점에 있는 현대백화점과 한섬의 오프라인 네트워크 등을 연계해 고객들이 온라인 상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부문도 강화했다.

[자료 녹색경제신문]

VVIP 고객에게는 무료로 홈피팅 서비스인 '앳홈 서비스'와 '퀵 배송'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백화점 VIP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퇴근 시간대 쇼핑을 즐기는 고객들을 위해 기존 오후 6시까지 운영되던 더한섬닷컴 상담 서비스 시간도 오후 9시까지로 3시간 연장했다.

한섬은 코로나19에 대한 기민한 대응을 통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월부터 타미힐피거 등 대표 브랜드들의 글로벌 본사와 소통해 온라인 물량을 지난해보다 1.5배 이상 늘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과거 메르스와 신종플루 발생 당시 온라인 매출이 급증했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 증가를 예측한 것이다. 한섬의 이런 예측은 실제로 적중해 온라인 물량 수급에 성공했고 30~40대 신규 고객 유입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스마트온센터' 건립도 추진했다. 스마트온센터는 2022년에 완공될 예정으로, 가동을 시작하면 연간 처리 물동량이 1100만 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의 이런 온라인 집중 전략은 현대백화점그룹 차원의 사업기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20년, 그룹 각 계열사들에게 온라인사업 등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각 사의 사업 특성에 맞게 디지털 전환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당시 임원인사에 관해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포진시켜 미래를 대비하고 지속경영의 바탕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그 결과 더한섬닷컴의 지난해 1~9월 VIP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고 VIP 회원수는 112% 늘었다. 더한섬닷컴의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67% 증가한 1250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더한섬닷컴의 연 매출은 1100억 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섬은 타임, 마인 등 고급 위주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VIP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온라인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마케팅을 펼친 것이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도 김 대표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실제 김 대표는 올해 경영진이 대거 교체된 지난해 11월 정기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L&C와 현대에버다임 대표를 교체했다.

 

◆그리고 앞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써...액세서리·화장품 등 고급화 전략

코로나19로 패션업계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패션 대기업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90% 줄었고 LF는 2분기 영업손실 29억원을 냈다.

한섬은 브랜드 고급화 전략과 선제적 온라인 플랫폼 구축효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마찬가지다.

한섬은 그동안 활용한 고급화 전략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오랫동안 걸어온 의류사업에서 영역을 확장, 이제는 액세서리사업에 이어 화장품사업 진출까지 앞두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도 고유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새로운 패션 브랜드 론칭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고기능성 프리미엄 화장품 등 뷰티 분야와 디자인 소품 등을 취급하는 라이프스타일 분야로의 진출도 함께 추진한다.

김 대표는 사업 다각화를 해결책으로 꺼내들었다. 올해 9월 액세서리 전문편집숍 ‘더 한섬 하우스 콜렉티드’를 열면서 액세서리 매출규모를 2019년 170억 원에서 2025년까지 1천 억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섬은 앞으로 ‘타임’, ‘마인’ 등의 패션 브랜드에서 액세서리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액세서리 라인업 강화

김 대표는 액세서리 디자인과 소재 개발 등을 전담하는 기획실과 디자인실을 신설하는 등 내부조직에 변화를 줬다.

액세서리는 의류와 달리 시즌성이 아닌 사계절 내내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온라인 판매에도 적합하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액세서리는 의류보다 마진률이 높고 유행을 덜 타 재고부담도 적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의 온라인을 통한 상품 구매비중이 증가하고 있는데 액세서리는 온라인에서 판매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화장품 브랜드 론칭 예정

2021년 상반기에는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

한섬이 패션을 제외한 다른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래 34년 만에 처음이다. 한섬이 2019년 영업이익 규모가 1000억 원을 넘어서고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상황에서 선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션사업만으로는 지속성장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표는 한섬이 패션업계에서 갖추고 있는 고급화된 이미지를 화장품에 접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과 화장품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 개발능력과 생산 노하우 등 핵심요소가 비슷해 그동안 패션부문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화장품사업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그룹의 유통채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섬은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여력도 충분하다. 따라서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한섬 사옥 [사진=한섬]
한섬 사옥 [사진=한섬]

2020년 상반기 한섬의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1916억 원이고 차임금은 408억 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도 23.8%로 현대백화점그룹 상장계열사 7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한섬의 사업 다각화는 증권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소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섬의 화장품사업 진출이 기대되는 것은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한섬이 처음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는 점, 앞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성공사례를 비춰봤을 때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기회라는 점 때문이다”라며 “백화점을 보유한 그룹 차원에서 사업시너지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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