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영역'으로 번지는 'LG-SK' 배터리 분쟁...SK이노베이션, 美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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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영역'으로 번지는 'LG-SK' 배터리 분쟁...SK이노베이션, 美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기대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02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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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지난주 백악관에 양사간의 배터리 분쟁에 미국 백악관의 개입을 요청하는 서류 보내
정치인들과 기업, 자동차 기업들, 미국 입법자들, 조지아 주 관료들 등에 업은 SK,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희망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에 백악관 개입을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배터리 분쟁이 정치영역으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지난주 백악관에 양사간의 배터리 분쟁에 미국 백악관의 개입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서류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 명령을 내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이 조지아주(州)에서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분쟁은 법적 소송의 영역에서 벗어나 정치 영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이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할 경우 60일 이내에 판결을 무효화할 수 있다.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드물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3년 애플과 삼성 간 소송 관련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번에 백악관에 서류를 제출한 것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이 백악관의 개입을 요청한 것은 행정기관인 ITC의 결정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ITC 결정에 대해 정책적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약 26억 달러(3조원)을 투자해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공장을 건설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26억달러 규모 공장은 조지아 주 역사상 최대 투자 규모다. 게다가 2022년 말까지 연간 22GW 규모의 생산능력을 달성하면 미국 배터리 생산에 큰 힘이 될 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수많은 정치인들과 기업, 자동차 기업들, 미국 입법자들, 조지아 주 관료들의 지원을 얻고 있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전기차 도입을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특히 조지아 주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판결을 무효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 마자 2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33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게 될 조지아 배터리 공장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지식재산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외국 기업을 방어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3주간 미국 백악관은 SK이노베이션, 자동차 기업들, 미국 입법자들, 조지아 주 관료들로부터 정치적 압력을 치열하게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 관련 인사들을 만나 ITC의 결정이 번복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고 WSJ가 보도했다. 

한편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향후 10년간 SK이노베이션이 해당 기술을 이용해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기 위해 부품을 수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측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 수천 건을 고의로 삭제했음을 증거로 이 같이 판결했다.  
 
ITC는 영업비밀 침해 등 불공정 무역 관행에서 미국 산업을 보호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독립된 기관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산업과 일자리에 판결이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례의 경우,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새로운 전기차 모델에 장착할 배터리를 납품 받기로 한 포드와 폭스바겐 미국이 해당된다.
 
ITC의 판결은 LG화학이 요청한 대로 SK이노베이션에 10년 (수입) 금지를 부과했다. 그러나 동시에 유예기간을 둬 SK이노베이션이 포드에 4년간, 폭스바겐에 2년간 공급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로써 두 자동차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업체를 찾고, 새로운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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