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 "바이오에너지, 탄소중립과 거리멀어...보조금·각종 지원 즉시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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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 "바이오에너지, 탄소중립과 거리멀어...보조금·각종 지원 즉시 중단해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2.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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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 사업의 상대적 경제성 떨어뜨려...석탄발전보다 많은 온실가스 배출"
- "한전 자회사 4곳이 7년동안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받은 정산금만 1조원 넘어"
- 정신영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산림 황폐화·인권침해...공급망 감시제도 마련해야"
김수진 선임연구원이 바이오매스 에너지 개발로 파괴된 환경을 설명하는 자료화면 [사진=줌 화면 캡처]

바이오매스·바이오팜 등 바이오에너지는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탄소중립과는 거리가 멀고, 따라서 이들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REC) 등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나왔다. 

기후솔루션(대표 김주진), 환경운동연합, 공익법센터 어필은 24일 '아시아 바이오에너지 무역과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수진 기후솔루션 선임연구원은 바이오에너지 원료의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사회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수진 선임연구원 [사진=줌 화면 캡처]
김수진 선임연구원 [사진=줌 화면 캡처]

김수진 선임연구원은 “2050 넷제로(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바이오에너지 의존도가 늘어나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미(未)이용 바이오매스를 사용한다고 해도 100MW 이상의 대규모 발전소에서 바이오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기후 및 환경 측면에서 장점이 전혀 없다. 게다가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중유와 같은 수입산 팜유 계열의 연료들의 탄소발자국은 더욱 큰 데도, 정부는 계속해서 REC 가중치를 부여해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에너지의 수입 원료 의존도가 막대하다"면서 "목재 펠릿의 경우 베트남 등지에서 90% 이상을, 팜종실껍질(PKS) 바이오 고형연료(bio-SRF) 및 바이오연료의 경우 60% 이상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바이오연료의 주원료인 팜유는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환경파괴 및 인권침해 문제로 국내외 시민사회로부터 오랫동안 비판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환경단체인 NRDC(천연자원보호위원회)에 의하면 바이오매스 발전은 발전소 가동 초기부터 약 55년간 석탄발전소보다 누적 배출량이 더 크며, 탄소중립이 되는 데까지는 무려 7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 발급된 REC중 약 36.6%가 바이오에너지 발전에 대해 발급됐다. 지난 7년간 한전 자회사 4곳이 바이오매스로 받은 RPS정산금은 무려 1조원을 넘는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태양광·풍력 등 다른 건전한 재생에너지 사업의 상대적 경제성을 떨어뜨려 사업 동기를 상실시키고, 바이오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환경파괴가 발생하며, 연소과정에서 석탄발전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며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유럽 소재 시민단체가 함께 참가해 각국의 사례와 시사점을 공유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에서 팜유 생산을 위해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토착민들의 삶의 터진인 우림이 파괴되고 플랜테이션이 들어선 모습. 좌측에는 보전된 우림, 우측에는 단일식생이 들어선 플랜테이션 [사진=PUSAKA/기후솔루션]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에서 팜유 생산을 위해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토착민들의 삶의 터진인 우림이 파괴되고 플랜테이션이 들어선 모습. 좌측에는 보전된 우림, 우측에는 단일식생이 들어선 플랜테이션 [사진=PUSAKA/기후솔루션]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시민단체 인디스의 쿠르니아완 사바 국장은 “다른 나라의 재생에너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멸종 위기 동식물과 토착민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팜유 수입국은 재생에너지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산국의 환경과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해 재생에너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지지했다.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정책 또한 바이오에너지에 깊이 의존하고 있다. EU의 재생에너지의 최대 37%를 차지하는 바이오매스는 유럽 및 북미에서 심각한 수준의 벌목을 유발한다. 2011~2015년 대비 2016~2018년에 유럽 전역의 벌채된 산림 면적은 49% 증가하였고, 바이오매스 손실은 60% 증가했다. 특히 미국, 캐나다로부터 목재펠릿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 몇몇 곳이 멸종위기종 서식지라는 조사 결과가 밝혀지면서 공급망 리스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유럽 사례 발표를 맡은 알머스 언스팅 바이오퓨엘 와치 연구활동가는 “바이오에너지에 의한 대규모 기후, 환경 및 사회적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들을 재생에너지 및 기타 ‘녹색’ 정책에서 제외하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제도적 지원으로 바이오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바이오에너지는 재생에너지원 중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급량 1위였고, 2018~19년에도 여전히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바이오매스 발전은 지난 6년간 61배 이상 성장하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팜유 기반 바이오중유 생산은 2014년과 2019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의 바이오매스 발전량 증가 추이 [사진=기후솔루션/줌 캡처]

이어 국내에서 수년간 팜유 문제를 다뤄온 정신영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바이오에너지 생산과정에서 산림파괴, 인권침해 문제에 연루된 기업에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며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비율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인권침해로 생산된 팜유의 수입이 증가하지 않도록 공급망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 공익법센터 어필은 국내 바이오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를 반영한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 요구 사항을 담은 시민사회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성명서에서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정책  지원이 확대되면서 바이오에너지 생산 및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 및 연료 혼합 의무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이오매스와 팜유 기반 바이오 연료에 보조금을 포함한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바이오에너지 개발은 기후와 생태계, 지역주민의 삶에 악영향을 끼친 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바이오에너지 생산은 산림 파괴, 지역사회 대기오염, 토지 수탈, 인권침해와 같은 심각한 환경·사회문제와 연결된다. 산업적 규모의 바이오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우리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위협해 재생에너지 정책의 본 취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오에너지는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석유와 석탄을 발전 하던 시설에서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히고 "바이오에너지가 탄소 중립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믿음이다. 화석연료를 단순히 바이오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으로는 탈탄소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정부와 기업은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위한 산림 파괴를 중단하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바이오매스 및 바이오연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착취적이고 폭력적인 관행을 중단하고 원산국의 지역 사회, 소농, 여성, 토착민 및 소규모 자작농들의 권리를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기후 중심의 바이오에너지: 정부는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산업적 규모의 바이오매스 및 바이오연료에 대한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을 중단, 바이오매스 및 바이오연료의 지속가능성 기준 및 인증을 의무화하고, 바이오에너지 투자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채택할 것, 거버넌스 중심의 바이오에너지: 정부는 자국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 바이오에너지 의존을 멈추고, 에너지 전환 계획 수립의 전 과정에 걸쳐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라"고 주장했다. 

정신영 변호사는 "공급망 전반을 아우를 법·제도가 없는 상황"이라며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해외자원개발 지원 과정에서 인권 침해와 환경 파괴를 스크리닝할 기준이 없어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500여명의 과학자들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유럽 이사회 의장에게 바이오매스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달라는 성명서를 보내기도 했다.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주 프린스 조지에서 바이오매스 생산을 위해 천연림을 벌목한 현장 사진. 본 산림은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내륙 온대성 우림이다. 한국도 캐나다산 목재펠릿을 매년 수입하고 있다. [사진=Conservation North/기후솔루션]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주 프린스 조지에서 바이오매스 생산을 위해 천연림을 벌목한 현장 사진. 본 산림은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내륙 온대성 우림이다. 한국도 캐나다산 목재펠릿을 매년 수입하고 있다. [사진=Conservation North/기후솔루션]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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