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시장에 여자 대통령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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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시장에 여자 대통령 가능할까?
  • 정우택
  • 승인 2011.09.14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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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여자 시장에 여자 대통령! 이게 말이 되냐?”
“판을 깨려고 발버둥 치는 거지 뭐.”

미어터질 것 같은 지하철 2호선에서 대머리가 훌렁 벗겨진 중년의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 말이다. 그들은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누구로 내세울지 고민하고, 결국은 여전사 나경원을 내세울 것 같다는 신문을 읽으면서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두 대머리가 고개를 갸우뚱 한 것은 한나라당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을 넘어 걱정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대통령 후보로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한 말일 것이다.

               정우택 편집국장
한나라당은 어떻게든 서울시장을 차지해야 하는데 현재 돌아가는 꼴은 박원순 변호사가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박원순 변호사에게 추파를 보내고, 박 변호사 역시 민주당에 가입은 않겠지만 지원은 환영한다는 태토를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은 민주당과 박 변호사, 재야가 어떤 형태로든 한 팀이 된다는 징조인데 이럴 경우 한나라당은 정말 답답할 것이다. 이 사람을 내세워도 별 수 없고, 저 사람을 내세워도 별 수 없고.... 아마 속이 탈 것이다. 이를 두고 똥끝이 딴다고 하는 것일까?

한나라당은 나경원을 박원순의 상대로 내보내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언제든 바뀔 수 있어 누구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나경원을 박원순에게 보내든 다른 사람을 보내든 이는 한나라당의 마음이지만 결과는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한나라당은 우선 서울 시장도 여자, 대통령도 여자라는 ‘여자 패’가 승산이 있는 패인지, 실패를 부르는 패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여성 상위 시대가 되고, 여성이 정치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장과 대통령까지 모두 여자에게 넘기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어터지는 지하철에서 대머리 아저씨가 “야, 여자 시장에 여자 대통령! 이게 말이 되냐?” “판을 깨려고 발버둥 치는 거지 뭐.” 라고 말한 것은 두 사람만의 얘기가 아닐 것이다. 나경원도 좋아하고, 박 전 대표도 좋아하지만 여성시장, 여성대통령이라는 패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에는 젊은 층이 큰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20대 30대의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50대 60대의 저력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50대나 60대, 70대는 겉으로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속은 다 있다.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의 생각은 여자 시장에 여자 대통령이 아니다. 둘 중에 하나라도 남자에게 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속 좁은 생각이라고 하겠지만 만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여론조사를 툭하면 하지만 여자시장, 여자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론 조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론조사를 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정치권은 서울시장과 대선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한나라당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장가 못간 총각 놈이 앞집 순이 꼬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민이 클 것이다.

여성들이 이 글을 읽으면 ‘별 개 같은 소리를 다 한다’며 인상을 써댈 수도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정치는 감정으로, 인정으로 되는 게 아니다. 꼭 한 표 찍어주겠다고 해놓고 찍지 않으면 그만이다. 알 수도 없고,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정치는 앞에서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투표소에서 붓뚜껑으로 하는 것이다.

이번 일도 같을 것이다. ‘아, 남녀 차별이 어디 있어. 여자가 시장과 대통령을 다 하면 어때.’ 하지만 뒤에서는 호박씨 까는 게 유권자들이다. 이럴 경우는 남자들이 여자들 보다 훨씬 많이 깔 것이다. 젊은 층보다 연장자들이 더 그럴 것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여성들이 가정을 평정하고, 이제 정치까지 평정하려 하고 있다. 가정은 여성에게 쉽게 넘어갔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시장이나 대통령 한 사람이면 몰라도 두 자리를 다 여성에게 넘겨주기 까지는 고통과 시련이 따라야 할 것이다.

고통과 시련은 한나라당의 고통과 시련일 수도 있고, 지하철에서 중얼 대던 대머리 아저씨가 대변하는 평범한 국민들의 고통과 시련일 수도 있다. 여자 시장에, 여자 대통령! 과연 승산이 있는 패인지 한나라당은 깊이 따져봐야 한다.

정우택 편집국장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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