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발 '학폭' 이슈에 금융권 모기업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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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발 '학폭' 이슈에 금융권 모기업도 '울상'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1.02.15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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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흥국생명, 남자배구 OK금융그룹···겨울 스포츠 주름잡는 금융 모기업들 "혹시 우리도?"
▲ 사진 왼쪽부터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 선수 (사진 = 연합뉴스 제공)
▲ 사진 왼쪽부터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 선수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여자 프로배구 쌍둥이 스타인 이재영·다영 자매로부터 시작된 학교폭력 가해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며 모기업들 역시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고 있다.

현재 학폭 가해를 시인한 이는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과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 등 4명이다.

하지만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선수나 소속팀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프로 여자배구 학폭 피해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꼬리를 물고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흥국생명은 소속 두 선수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고, 대한배구협회도 국가대표 무기한 선발 제외를 결정했다.

국내 프로배구 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 차원의 징계 여부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과 모기업 태광그룹은 곤혹스런 입장이다.

학교폭력 이슈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가 크고, 소속 선수가 가해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구단 차원에서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대응 등이 논란이 되며 급기야 불매운동에 대한 언급까지 온라인 상에서 등장했다.

소속 팀에서만이 아니라, 프로배구 간판 스타인 두 선수는 구단 모기업에 톡톡한 홍보효과를 가져왔다. 

국내 금융사들은 특히 겨울 스포츠 종목인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구단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자 프로배구는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 등 리그 6개 팀 중 두 곳을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다.

남자 프로배구는 OK금융그룹, KB손해보험, 우리카드,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등 모두 7개 팀 중에 5곳이 금융사가 모기업이다.

남자 프로농구 원주DB가 금융사 소속. 여자 프로농구는 우리은행 위비, KB스타즈, 신한은행 에스버드, 삼성생명 블루밍스, 하나원큐, BNK썸 등 리그 6개 팀이 모두 금융사가 모기업이다.

금융사들이 직접 프로스포츠 팀을 운영하거나, 각종 인기 종목에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홍보효과 때문이다.

안 그래도 소비자들의 신뢰와 긍정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데다가, 최근 소비자들이 부정적 이미지의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개진과 행동에 나서면서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선수들의 부적절한 행위나 구단의 비합리적인 운영 등에 대해 스포츠 팬들을 중심으로 모기업 불매운동까지 조직적으로 전개됐던 사례는 프로 종목 중 역사와 인기가 큰 야구의 경우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과거 쌍방울 해체 이후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2011년 홈 팬을 비롯해 야구 팬들의 지지를 받던 '야신' 김성근 감독 경질 이후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특히 당시 구단은 팬들의 항의에 대해 게시글 삭제, 구장 소요 팬들에게 법적대응 등을 운운하며 독선적인 모습을 보였고 결국 모기업의 이미지 실추에 한몫 했던 것.

프로야구 원년 멤버이자 연고팬이 많은 롯데 자이언츠도 구단 운영과 연계해 심심치 않게 모기업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문제는 이와 같은 '리스크'에 대해 소속 팀이나 체육단체 차원의 대응이나 재발방지 대책 미흡이 지속적이라는 점이다.

배구협회는 연맹(KOVO)와 더불어 학교폭력 재발 방지 및 근절을 위해 공동 대응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여자배구 대표팀의 회식 모습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여자배구 대표팀의 회식 모습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 없는데, 과거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운영과 관련한 협회 운영의 미흡한 점들이 여전히 '흑역사'로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0년 만에 중국을 꺾고 여자 배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땄을 때, 배구협회가 선수단에 김치찌개 회식을 제공한 사연은 두고두고 놀림감이다. 당시 주장이던 김연경이 사비로 선수들을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는 후문이다.

2017년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에서 대표팀 선수 12명 중 6명만 체코행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었던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오한남 배구협회장은 "정확한 기준이 없으니 내가 연구한 끝에 185cm 이상은 비즈니스로 하고 그보다 작은 선수는 이코노미로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해명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협회는 프로리그를 관할하는 연맹 창립 이후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데, 그렇다고 KOVO(연맹)가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여자배구의 인기에 힘입어 KOVO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IBK기업은행팀 선수식당 방문 콘텐츠 중 후배가 선배에게 국을 떠다 나르는 모습이 비춰지며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논란이 일자 KOVO는 "인터뷰 중인 선수를 배려한 행동"이라고 변명했지만, 같은 영상에서 후배 선수들이 선배와 코치진들에게 '국셔틀'하는 모습이 계속 비치며 오히려 빈축을 샀다. 현재 해당 콘텐츠는 삭제된 상태.

초유의 인기몰이 중인 여자배구는 악재가 반복되며 흥행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지난해 7월에는 현대건설 소속이다 임의탈퇴 처리된 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유족과 구단 간에 법적공방이 시작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들은 선수들의 교육과 육성, 관리, 구단의 운영과 존재의미에 대한 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에 총체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맨십을 모르고 성장한 프로 선수들, 문제가 생기면 땜질에나 급급한 모기업,  그걸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팬들까지 씁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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