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에 대한 오해와 진실②]기본소득=포퓰리즘?...기본소득은 국민경제주권에 관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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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에 대한 오해와 진실②]기본소득=포퓰리즘?...기본소득은 국민경제주권에 관한 얘기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9.0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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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주권이 투표권이라면 기본소득제는 국민의 경제기본권
- 정 전 총리 "지구상에 기본소득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한 나라 없어...포퓰리즘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 기본소득제 제대로 시행한 나라가 없는 것...성공 사례는 있어도 실패한 적은 없어

설연휴 기간 기본소득에 대한 많은 논쟁이 오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을 앞세워 차기 대권 1위를 독주하면서 여권 후보들이 집중 견제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책을 두고 정치인들이 갑론을박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기본소득에 대해 이른 바 대권 후보들조차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기본소득제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일방적으로 누군가가 시작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기본소득론자들 대부분은 민주 국가의 정치주권인 투표권과 같은 수준에서 경제주권으로서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논의가 성장하고 결실을 맺으려면 기본적인 상식과 최소한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녹색경제는 기본소득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건전한 정책 논의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기본소득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 주(註)>> 

두번째 오해,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외신 인터뷰에서 “지구상에 기본소득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없다”며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기본소득제를 몇몇 나라들이 시행했는데 성공한 나라가 없고 기본소득제는 포퓰리즘이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팩트는 아직 기본소득제도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한 나라도 없지만, 실패한 나라도 없다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실험이나 시도가 이뤄진 나라는 미국의 알래스카주를 비롯해, 나미비아 공화국, 마카오, 브라질의 보우사 파밀리아, 핀란드 등이 있고,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부결됐다. 알래스카주는 여전히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본격적인 시행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실패했다고 할 만한 사례를 찾기도 어렵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근거로 많이 드는 사례 중 하나가 지난 2016년 스위스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된 것이다. 

사실 스위스 국민투표는 ‘월 300만원의 기본소득 실시 여부’를 묻는 투표가 아니라 ‘기본소득 보장을 헌법에 명시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었다. 300만원이라는 금액은 기본소득 국민투표 운동을 벌인 ‘스위스 기본소득 이니셔티브’라는 단체가 ‘얼마 정도가 적당하냐’는 질문에 응답한 사람들이 ‘이 정도는 필요하다’고 답한 평균 금액에 불과하다.간접 민주주의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국민투표가 대단한 이벤트지만, 직접 민주주의가 발달한 스위스에서는 잦은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기본소득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과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이 당시 투표에 대한 평가의 주를 이뤘다. 

핀란드에서 있었던 기본소득 실험은 실업자 2000명에게 한달에 약 7~80만원의 돈을 2년간 지급한 것이다. 핀란드는 훌륭한 복지제도를 가졌지만, 노동을 신성시하는 나라다. 실업수당을 받으려면 엄청나게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까다롭게 관리된다. 당초 실험의 목적도 기본소득을 통해 이들의 취업동기가 강화되는지를 살피려고 했던 것이다. 당시 주목받았던 것은 취업동기 강화효과는 미미했지만, 정신적 건강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기본소득론자들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공유부(富)를 모든 국민에게 조건없이, 지속적으로, 균등하게 지급하는 것으로 민주국가에서의 투표권과 같은 기본권이다. 국민이라는 것 외에 다른 조건은 없다. 민주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주인으로서 국가의 부를 일정 부분 배당받을 권리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국민을 주인으로 보지 않는 모든 정책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화폐금융경제 체제에서 비롯되는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격차를 해소하고 시장경제가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다.

화폐발행권은 한 국가의 경제주권을 상징하고,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면 화폐발행에 따른 이익이 국민에게 배당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소득론자들의 시각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베푸는 혜택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흔히 복지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래서는 기본소득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포퓰리즘이라는 인식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국가의 부는 정부의 것이면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것이다. 국민의 몫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포퓰리즘이라면 누구에게나 주는 투표권도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 

지난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세계의 석학들과 정·재계 지도자들이 손꼽은 것이 기본소득제다. 

같은해 6월 개최된 유엔미래포럼에서는 오는 2030년 전세계 국가의 절반이 기본소득제를 실현하고, 2050년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기본소득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정당 중에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기본정책으로 '기본소득'과 '경제민주화'를 채택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경제민주화를 주장해왔던 김종인 대표도 그해에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국내 최초의 원 이슈 원내정당인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이라는 한가지 목적으로 지난해 창당했고, 원내 진입에도 성공했다. 기본소득당은 창당한지 1년 남짓하지만, 2만여명의 당원이 모여있고, 이들의 평균 나이는 24세다. 이들보다 더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정당은 없다. 포퓰리즘으로 나라가 망하기를 이들이 바랄까?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틈이 나면 초등학생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당연한 권리인 기본소득에 대해 알아야한다고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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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좌측)과 용혜인 원내대표 [사진=녹색경제 DB]

1920년대 클리포드 더글러스가 주창한 사회신용론이 기본소득의 경제적 이론의 토대다. 토머스 모어, 앙드레 고르 같은 사상가와 철학가의 깊은 사유도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더글러스가 1920년 처음 펴낸 책의 제목은 '경제적 민주주의'다. 그리고 두번째 책 '신용권력과 민주주의'를 거쳐 세번째 책 '사회신용'으로 그의 사회신용론과 기본소득제가 완성된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으로 비판했다면, 더글러스가 자본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기본소득이다. 

밀턴 프리드먼과 폴 크루그먼 등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과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 혁신적인 기업가들도 기본소득제를 주장하거나 지지한다. 

지난해 타계한 故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수십년 동안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관련 서적과 논문도 엄청 많다. 

같은 기본소득도 이재명 지사가 하면 포퓰리즘이 되는 걸까? 아니면 기본소득을 주장한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포퓰리스트일까?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간단히 갖다 붙이기에는 상당히 정교하고 복잡한 경제이론을 이해해야 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본소득을 실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경제관료들이 기본소득제를 잘 이해해야 실행할 수 있다. 단순히 정부가 예산을 쪼개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형태로 설계하고 지속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살피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할 수 없다면 당장은 실행하기 어려운 제도다. 기본소득론자들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기본소득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기존의 경제이론이나 진영논리로 접근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재난 지원금을 기본소득과 같은 형태로 일시적 지급을 통해 얼마나 실효적인지 실제로 예측하지 못한 문제는 없는지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거기에는 기본소득이 갖는 국민에 대한 존중과 시장경제 활성화라는 실효적 효과에 대한 믿음도 자리하고 있다. 

굳이 코로나19나 4차 산업혁명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세계 최고의 자살율을 10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수백조의 예산을 써도 청년일자리와 주거문제, 출산율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본소득에 대해 별다른 대안이나 근거없이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함부로 비판하게 되면 과거 쇄국정책으로 겪었던 아픔을 후손들에게 한번 더 안길 수도 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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