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김범석 의장이 美증권시장에 쿠팡 상장한 이유는?..."차등의결권 부재에 반기업 정서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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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김범석 의장이 美증권시장에 쿠팡 상장한 이유는?..."차등의결권 부재에 반기업 정서 때문"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2.15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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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경 의원 “창업자에게 주당 29배 의결권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는 있기 때문”
- 나경원 전 의원 “‘혁신 발목잡기’만 해 온 문재인 정권은 쿠팡을 보며 축하 하기 전에 반성부터 해야”
-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차등의결권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기업가치가 약 55조 원에 이르는 쿠팡이 '차등의결권' 때문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결정했으며, 이로 인해 한국의 증권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를 중심으로 경영권 위협 방어 차원의 '차등의결권' 도입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왔지만 정부와 여당이 ‘기업 때리기’에 집중하느라 신생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창업자에게는 한 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이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는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혁신벤처기업 쿠팡이 한국 증시에 상장하면 경영권 탈취 위협이 있어 한국 증시를 버리고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고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장했다.

이어 “벤처기업은 대규모 외부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주의 상대 지분이 작아져 경영권 위협에 항상 시달린다”며 “키워놓으니 기업 뺏긴다면 누가 기업을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한 나라가 잘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업이 생겨나고 또 외국에서 국내로 유치돼야 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토착 기업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반기업 공화국이 되었다”며 “한국은 벤처기업 육성 말만 했지 벤처 창업주를 보호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은 도입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창업자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하 의원은 “대한민국은 반기업 공화국이 아니라 창업 공화국이 되어야 한다”며 “창업자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작은 출발이 될 것이다. 입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각종 규제와 정체불명의 제도를 이야기하며 ‘혁신 발목잡기’만 해 온 문재인 정권은 쿠팡을 보며 축하를 하기 전에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쿠팡 상장 추진을 환영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며 “쿠팡의 성장과 미국 증시 진출을 축하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솔직히 이 정권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숟가락 얹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오죽하면 ‘K-숟가락’이라는 웃지 못할 비유마저 나올까”라고 비꼬았다.

나 전 의원은 “쿠팡을 비롯해 수많은 혁신 기업이 미국행을 택하는 이유는,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이 지난 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 일반 주식인 클래스A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로, 김 의장의 1주는 다른 사람이 보유한 일반 주식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는다.

해외기업들에게 차등의결권은 익숙한 제도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한 미국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도 공동창업주들에게 20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김 의장의 클래스B 보유지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만 있어도 58%에 해당하는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향후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쿠팡이 미 증시 상장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차등의결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쿠팡에 34억달러(약 3조7600억원)를 투자한 투자자들이 김 의장의 그동안 경영성과를 인정하고,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선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반기를 든 이후 차등의결권 논란이 불거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차등의결권 제도가 스타트업을 비롯한 벤처기업의 발전과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제도라며 찬성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해당 제도가 악용돼 지배주주 권한만 강화시킬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반대론자들은 차등의결권 이외에도 경영권 방어수단이 존재하는 만큼, 제도 도입의 득보다 실이 많다고 반박한다.

현재 국회에서 관련 상법 개정안을 심의 중인데 지난해 11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도 “차등의결권을 허용했을 때 여러 재벌기업이나 아니면 일부 기업의 경영권을 승계하고 세습하는 데 악용하는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당시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은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허용하고 지배구조를 왜곡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 검토 의견”이라며 사실상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20일 총선 2호 공약 중 하나로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발행을 허용해 벤처 창업주가 안정된 경영권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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