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한국타이어그룹, 잇따른 사명변경으로 '망신살'...조현범 '뼈아픈 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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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한국타이어그룹, 잇따른 사명변경으로 '망신살'...조현범 '뼈아픈 과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2.09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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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앤컴퍼니로 잇달아 사명변경
한국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이 같은 다른 회사 버젓이 있는 데도 똑같은 이름으로 사명변경 단행해 소송 휘말려
사명변경을 추진한 인물이 조현범 사장설 유력...형제들과 경영권 분쟁 속 '뼈아픈 과오'되나

한국타이어그룹이 지주회사 사명을 잇달아 변경하는 과정에서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이름이 같은 다른 회사가 버젓이 있는 데도 똑같은 이름으로 사명변경을 단행한 것을 두고 "대기업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2019년 3월 당시 지주사명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주력 계열사 한국타이어 사명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바꿨다. 오랜 기간 타이어 전문기업 이미지를 굳혔지만 그룹 명칭에서 과감히 ‘타이어’를 떼면서 타이어 이외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사명을 바꾼 지 2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중소기업 한국테크놀로지와의 송사에 휘말리면서 다시 사명을 바꿨다. 지난해 12월 29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한국앤컴퍼니로 변경했다. 

2년 만에 한국타이어그룹이 한국앤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한 것은 소송에서 사실상 졌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은 기존에 한국테크놀로지라는 회사가 있음에도 무리하게 사명변경을 추진하다가 소송에 휘말렸다. 1997년 설립된 한국테크놀로지는 주로 IT 기기 유통, 건설업을 해온 회사다. 대우조선해양의 건설사업부(현 대우조선해양건설)를 인수하며 현재 건설업과 IT 통신기기 판매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처음에 '비젼텔레콤 주식회사'라는 상호로 설립됐다가 2001년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후 2004년 '주식회사 케이앤컴퍼니'로 상호를 변경했다. 2012년 3월 현 상호인 한국테크놀로지 주식회사로 상호를 또 한번 변경했다. 한국테크놀로지 측은 "2012년부터 사용해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무단 사용하면서 영업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그룹)에 지난 2019년 11월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며 상호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2020년 5월 서울중앙지법이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한국테크놀로지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은 "‘한국테크놀로지 주식회사’ 또는 ‘HANKOOK TECHNOLOGY GROUP CO. LTD.’를 상호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영업과 관련된 간판, 거래 서류, 선전 광고물, 사업계획서, 명함, 책자 등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구체적인 사용 금지 조치도 담겼다. 

재판문 일부 발췌.
재판문 일부 발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법원에 이의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기각했다. 이후 한국테크놀로지는 “법원의 상호 사용 금지 결정에도 상호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2019년 3월 한국타이어월드에서 한국테크놀로지 그룹으로 사명을 바꿨다가 다시 2020년 말에 한국앤컴퍼니로 사명을 바꾸는 등 2년 안에 두번이나 사명이 변경됐다. 사명변경은 회사의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상징하고, 기존 고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 기업들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한다. 하지만 2년 안에 사명이 두번이나 교체된 것을 두고 논란이 많다. 

특히 의구심을 자아내는 부분은 한국타이어그룹 같은 대기업이 상호변경을 추진하면서 한국테크놀로지라는 회사의 존재를 모르고 추진했냐는 점이다. 주력 기업인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매출액이 6조4540억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6284억원을 기록한 대기업이다. 한국테크놀로지라는 기업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상호변경을 추진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원도 지난 5월 판결문에서 "한국타이어그룹(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상호변경을 추진하면서 약 22개월의 시간을 들였고, 한국테크놀로지가 영위하는 사업의 범위 등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했다고 보인다"며 "한국테크놀로지의 상호를 사용함에 있어서 부정한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한국테크놀로지라는 기업을 알고도 이를 무시하고 사명변경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조현범 한국타이어테앤테크놀로지 사장 및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

여기에서 사명변경을 추진한 인물이 조현범 사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조현범 사장은 옛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사명 변경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테앤테크놀로지 사장과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는 실질적인 오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형태로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 조현범 사장은 기존 지분 19.31%에 더해 총 42.9%를 보유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조현범 사장과 후계자 경쟁을 했던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의 지분율은 19.32%에 머물러 있다. 

최대주식을 보유한 오너인 조현범 사장이 무리하게 상호변경을 추진하다가 소송에 휘말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조현범 사장이 타이어 외의 신사업 추진 의지가 강했고, 이를 새로운 사명에 반영시키기를 원했다"라며 "한국테크놀로지라는 코스닥 상장사가 있음에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사명변경을 추진한 것은 규모가 적다고 판단하고 무시했거나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간과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명변경은 조현범 사장의 뼈아픈 과오가 될 수 밖에 없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현범 사장은 형제들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조양래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을 매각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지난해 7월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희경 이사장이 청구한 성년후견 심판에는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도 참여한 상황이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10.82%를 보유한 차녀 조희원씨 역시 성년후견 심판에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다.

성년후견 심판 청구가 인용되면 조현범 사장에게 지주사 지분을 매각한 조양래 회장 결정에 효력이 없다는 후속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청구가 기각되면 그룹 경영권은 조현범 사장 체제로 굳어진다.

더욱이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11월 20일 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선고받았다. 다행히 실형을 면하면서 지주사 대표이사로 복귀했지만 차기 수장으로써의 자격이 의심받는 상황이었다. 무리한 사명변경 추진으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인데 실제 조현범 사장과 경영권 갈등을 겪고 있는 형제들도 이러한 실책을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법적 다툼에 따라 일단 상호를 변경했지만 한국테크놀로지와 법적인 다툼을 이어갈 계획이다. 법적 다툼의 최종 결론은 조현범 사장의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1위 타이어업체인 한국타이어그룹이 사명 변경 논란에 휘말린 데다 경영권 분쟁까지 겹쳐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데 조현범 사장이 모두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오너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사명변경 관련 재판에서 또 다시 패소하거나 경영권 분쟁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현범 사장이 사명변경을 주도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주도한 것이며 한국테크놀로지에 패소한 것이 아니라 상호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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