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삼성전자가 쏘아올린 '성과급 이슈'···직장인 '귀족VS평민' 양극화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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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삼성전자가 쏘아올린 '성과급 이슈'···직장인 '귀족VS평민' 양극화 가속도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1.02.05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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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줘도 시끌 덜 줘도 시끌···경쟁사와 비교에 내부 지급기준 문제까지 '후끈'

 

새해 첫달부터 '성과급' 논란이 뜨겁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뚜렷한 실적을 낸 기업들의 성과배분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급여소득 양극화는 심화되는 추세라 파장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29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과 프리미엄 TV 판매가 호조를 보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개인연봉의 50%를 OPI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 전해지며 성과배분 논란은 불이 붙었다.

매년 한 차례, 통상 1월 말, 목표 이익 초과시 이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올해 OPI 적용 비율은 경영지원실 48%, 글로벌기술센터(GTC) 48%, 삼성리서치(SR) 47%, DS부문 47% 순으로 전해졌다. 구미지원부문은 44%, CE부문 37%, 네트워크사업부 32%, 의료기기사업부 11%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지급한 총액은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2020년 삼성전자의 경영성과는 탄탄했다.

연 매출은 236조2600억원으로 2019년 230조4000억원에 비해 2.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5조9500억원으로 29.5%, 8조1800억원 늘었다.

그에 반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5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달성하고도 연봉의 20% 수준으로 PS가 책정되자 불만이 터져나왔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연간 매출 31조9004억원, 영업이익 5조126억원, 영업이익률 16%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8%, 영업이익은 84%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 노사는 2월 4일 중앙노사협의회에서 PS제도 개선 및 우리사주 지급 등의 내용에 합의를 이루기도 했다.

특히 PS 산정 기준을 그동안 모호하다고 지적 받았던 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에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골자다.

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도 전년대비 매출은 5.0%, 영업이익은 21.8% 증가한 18조6247억원, 1조3493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노조의 볼멘소리가 알려졌다.

특히 이번 지급되는 성과급 규모에 대한 제고와 함께 ▲실적과 성과급의 상관관계(산정기준) 공개 ▲전사성과급 평균금액 공개 ▲현 방식의 성과급 체계 전면 개편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그동안 성과배분과 관련해 그 규모나 제도 자체를 두고 설왕설래는 계속돼 왔지만, 올해처럼 이슈로 부각된 것은 조직문화 자체가 기업 내외로부터 거센 변화의 요구를 받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우선 한국 기업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충격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이 '분배'에 대한 선을 더 뚜렷하게 그었다.

삼성전자 직원이 찍어 올린 1월 급여명세서
삼성전자 직원이 찍어 올린 1월 급여

 

한국고용정보원(원장 나영돈)이 1월 24일 발표한 '지역별 임금 불평등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급여소득의 양극화는 심화됐다.

임금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 소득분배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0.306으로, 전년동기 0.294보다 0.012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심화를 뜻한다.

최근 5년간 상반기 지니계수는 2016년 0.335 → 2017년 0.317 → 2018년 0.309 → 2019년 0.294 등으로 꾸준히 하락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불평등 심화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추세를 세대별, 지역별로 나눠 살펴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29세 이하 청년층의 임금 불평등 심화는 더 두드러지는데, 2019년 상반기 0.197에서 지난해 상반기 0.214으로 0.017 상승하며, 같은 기간 30~54세(0.011), 55세 이상(0.014) 지니계수 상승폭보다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2020년 채용을 줄이거나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은 임금 수준이 더 낮은 일자리로 옮기며 격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2020년 상반기 기준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만7148원으로 전년동기 1만4817원보다 15.7% 증가했다.

본격화된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임금 수준이 소폭 올랐다는 건데, 통계상 맹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임시·일용직들은 코로나발 충격에 일자리를 잃으며 오히려 평균을 올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역대급' 경영성과를 구가한 기업들과 생존에 급급한 기업들의 보상 수준은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SNS나 온라인 공간 등에서 소통이 익숙한 요즈음의 직장인들의 눈에는 이와 같은 차이가 과거보다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과배분과 관련한 이슈가 주로 노동조합 차원에서 부각돼 집단적 노사관계 측면에서의 대응이 효과적이었는데, 개별 직원들이 각자의 케이스로 문제제기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대응이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감지한 각 기업들은 경영진부터 과거에 비해 활발한 내부소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결국 이와 같은 과정이 조직문화 변화의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란 진단도 나온다.

그동안 기업들은 문제가 시끄러워질 때마다 성과배분과 관련한 사안은 경영권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그에 반해 앞서 재계 관계자의 코멘트처럼 노사간 힘겨루기 끝에 그 규모가 결정돼 왔던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영계나 이들을 옹호하는 전문가들은 "성과배분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이익목표·경영계획의 100% 공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성과급 이슈가 집단적 노사관계 차원에서 다뤄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관건은 기업 내부서 얼마나 구성원들의 신뢰를 축적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느냐다. 성과급 명세표를 익명게시판에 찍어 올리는 문화가 자연스러운 지금의 근로자들과 회사는 어떤 소통을 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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