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백기' 홍남기, 이낙연 '보편+선별 4차 재난지원금'에 강력 반기..."다다익선 보다 적재적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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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백기' 홍남기, 이낙연 '보편+선별 4차 재난지원금'에 강력 반기..."다다익선 보다 적재적소 중요"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2.03 0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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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민주당 대표 교섭단체 연설 후 홍남기 부총리 즉각 반박 글 게재
- 3월 추경 논의는 가능...대규모 추경 편성은 반대
- 20조 추경 편성하면 채무비율 48%대로 상승...미래세대 부담
- 민주당 격앙 "곳간지기가 능력이 없으면 그만둬야"

코로나19 관련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면 충돌했다.

이 대표의 4차 재난지원금 준비 공식화에 홍 부총리는 민주당의 ‘슈퍼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압박에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이낙연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겠다”며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5월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주는 보편 지원 방식이었다. 이후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은 피해를 직접 본 소상공인에게 초점을 맞춘 선별 지원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가 꺼내든 4차 재난지원금 방안은 전 국민 지원으로 선회하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 연설 4시간여 뒤 페이스북에 “추가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기재부를 향한 어떠한 부당한 비판도 최일선에서 장관이 막을 것”이라고 강력 반발 했다.

지난 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보편·선별 지원 투트랙으로 4차 재난지원금을 진행한다는 여당 대표 제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홍 부총리는 “재정 운영상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 가치가 매우 중요하고 또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홍 백기'라 불렸던 홍 부총리의 즉각 반박은 이례적이다. 그간 홍 부총리는 여당 측에서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고 압박할 때마다 며칠 장고 끝에 재정 당국 수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대응은 그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대표 발언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4월 보궐선거 전인 3월에 20조~30조원 규모의 ‘수퍼 추경’을 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 전 국민에게 지원한 1차 재난지원금 규모(14조3000억원)와 선별 지원한 3차 재난지원금 규모(현금 지원금 4조5900억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에 홍 부총리가 곧장 민주당의 독주에 제동을 건 모양새다.

홍 부총리는 “필요 시 3월 추경 논의가 가능할 듯 보여진다”며 민주당과의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추가 지원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어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도 이미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는 1일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도 여당의 보편지원, 선별지원 병행 방침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얼굴을 붉히며 회의 자리를 뜨기도 했다. 결국 당정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이 대표가 ‘보편+선별’을 발표하자 , 홍 부총리가 즉각 공개 반대한 셈이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곳간지기가 능력이 없으면 그만둬야 한다. 감당할 수 없으면 결단해야 한다”, “국민 고통을 매일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이 당이라면, 정부는 곳간 열쇠를 쥐고 있거나 책상에서 전표를 끊어주는 사람들” 등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홍 부총리가 이 대표의 국회 연설에 공개 반발한 것에 주목한다. 홍 부총리는 이낙연 대표가 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며 손발을 맞춰왔다. 홍 부총리를 부총리 자리에 추천한 사람도 이 대표로 알려져, 정치권에서는 홍 부총리를 '이낙연 사람'이라고도 불린다.

홍 부총리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다. 정부는 올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7.3%에 이를 전만이다. 만약 20조원 규모의 추경이 더해지면 이 비율이 48%대 중반으로 높아진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20년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비율(39.8%)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 부담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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