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막내' 정상영 KCC 명예회장 별세 '범 현대가 1세대 폐막'...정몽진·정몽익·정몽열 3남 독립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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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막내' 정상영 KCC 명예회장 별세 '범 현대가 1세대 폐막'...정몽진·정몽익·정몽열 3남 독립경영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1.31 0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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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년 86세…KCC 창업주로 60여년간 경영현장 지켜
- 1987년 국내 최초 반도체 EMC 양산화, 반도체용 접착제 상업화 성공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 남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사진)이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이로써 '영(永)'자 항렬의 현대가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가 막을 내렸다.

고인은 이미 사망한 정주영 명예회장, 정인영(1920~2006) 한라그룹 명예회장, 정순영(1922~2005) 성우그룹 명예회장, 정세영(1928~2005)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정신영(1931~62) 동아일보 기자 등 다섯명의 형과 누나 정희영(1925~2015) 한국프랜지 명예회장을 뒀다. 

고인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는 21살 차이로, 생전에 자신을 누구보다 아꼈던 정주영 명예회장을 아버지처럼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투나 걸음걸이, 외모 등도 정주영 명예회장을 닮아 '리틀 정주영'이라 불렸다.

고인은 1936년 강원도 통천 출생으로 한국 재계에서 창업주로서는 드물게 60여년을 경영일선에서 몸담았다. 국내 기업인 중 가장 오래 경영현장을 지켜온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

고인은 22살 때인 1958년 8월, 지붕·천장용 슬레이트를 만드는금강스레트공업이란 이름으로 KCC를 창업했다. 당시 자동차와 토건 사업을 하던 형인 정주영 회장이 해외 유학을 권했지만, 정 명예회장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건축 자재 사업에 뛰어드는 길을 택했다.

그는 이후 KCC를 창문과 유리·석고보드·단열재·바닥재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974년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 사업에 진출했고 1989년에는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 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2005년에 금강고려화학㈜을 ㈜KCC로 사명을 변경해 건자재에서 실리콘, 첨단소재에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화학기업으로 키워냈다.

고인은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에 성공했으며, 반도체용 접착제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 재료 국산화에 힘을 보탰다. 1996년에는 수용성 자동차도료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도료기술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2003년부터는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모노머)를 국내 최초로 독자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로써 한국은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기술을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경영 철학은 핵심 기술의 국산화로 이어졌다. 1987년에는 국내 최초로 D램 메모리 반도체를 메인 보드에 붙이는 데 사용되는 접착제를 개발했다. 1996년 물에 희석해서 쓸 수 있는 수용성 자동차 도료에 대한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2003년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던 실리콘 원료 중 하나인 모노머를 직접 생산했다. 한국을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 기술을 보유한 7번째 나라로 만들었다.

소탈하고 검소한 성격으로 평소 임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인 경영자였다. 고인은 국가에 필요한 인재육성을 위해 용산고, 동국대, 울산대 등에 사재 수 백억원을 기꺼이 쾌척했다. 

KCC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은 산업 보국의 정신으로 한국 경제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하며 현장을 중시했던 경영자였다"며 "건축·산업 자재의 국산화를 위해 외국에 의존하던 도료와 실리콘을 자체 개발해 엄청난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둔 공로가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까지 매일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봤을 정도로 창립 이후 60년간 업(業)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현재 KCC 계열사로는 토목·건설업을 하는 KCC건설, 일본 아사히글라스와 함께 세운 자동차용 유리 생산업체 코리아오토글라스(KAC), 금강레저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3남이 있다.

KCC그룹 총괄 경영은 첫째 정몽진(61) 회장이, KCC글라스는 둘째 정몽익(59) 회장이, KCC건설은 셋째 정몽열(57) 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3형제는 각각 KCC와 KCC글라스, KCC건설을 맡아 독립경영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서는 KCC그룹의 교통정리 작업이 지난해 12월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KCC 측은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라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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