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효자 노릇 '톡톡' 프리미엄 브랜드…이젠 건설사의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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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효자 노릇 '톡톡' 프리미엄 브랜드…이젠 건설사의 선택 아닌 필수?
  • 이우호 기자
  • 승인 2021.01.27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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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특별한 아파트' 수요 점점 늘어…시세 차익만을 위한 프리미엄 선호는 아냐
재건축·재개발 수요 타고 각 건설사 프리미엄 전략 강화
고급 아파트 전략 '제 살 깎기' 될 수도…자사 점유율 침해, 기존 브랜드 주민 불만↑

각 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장 주 이미지 구축 경쟁도 늘어날 전망이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DL 이앤씨]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DL 이앤씨]

DL이앤씨는 '아크로' 로고에 'e편한세상'의 오렌지 구름 이미지를 떼어냈다. 아크로를 e편한세상과 분리해 아크로의 고급 이미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당시 DL이앤씨는 주택 경기가 안 좋던 2013년 평당 약 3000만원 후반대 분양가를 내세우며 '아크로'라는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비싼 아파트로 이름을 알린 이유다.

임희석 DL이앤씨 상무는 "아크로라는 브랜드는 이미 1998년부터 있었으며, 서울 도곡동 주상복합 브랜드인 '대림아크로빌'이 그 주인공이다"며 "아크로(ACRO)는 '가장 높은, 넓은'이라는 의미로서 국내 최초의 초고층, 최고급 주상복합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롯데건설은 지난 1999년 '롯데캐슬' 이후 20년 만인 2019년에 롯데캐슬 상위 브랜드 '르엘'을 내놨다. 르엘(LE-EL)로고는 한정판을 뜻하는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 약자에서 따왔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기존 롯데캐슬 브랜드로는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롯데캐슬의 대중적인 이미지와 고급화된 르엘 이미지로 이분화된 전략을 택해야만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단 르엘의 출범은 성공적이다. 2019년 처음 분양한 '르엘 대치'와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이 각각 212.2대 1, 82.1대 1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르엘 신반포(신반포14차)가 124.7대 1,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신반포13차)는 114.3대 1를 기록했다.

한화건설은 2019년도에 프리미엄 브랜드 '포레나'를 만들었다. 포레나의 브랜드 철학(Essence)은 ‘Perfection of Life(삶의 완성)’이다. '사람과 공간의 연결을 통한 특별한 일상'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 프리미엄 아파트 '디에이치' [현대건설]
현대건설 프리미엄 아파트 '디에이치'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2015년 선보인 '디에이치'는 'THE'(단 하나의, 유일한 의미)와 △Hyundai(현대) △High-end(고급) △High Society(상류사회) 의미를 지닌 'H'를 결합한 의미다.

반포와 강남에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3차)와 '디에이치 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는 각각 6월과 8월에 입주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정상, 꼭대기'라는 뜻의 '써밋'(SUMMIT) 브랜드를 내세웠다. 통일성을 고려해 기존 브랜드 '푸르지오'에 '써밋'을 붙인다는 전략이다. 올해 재개발로 가장 주목받았던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에 '써밋'이 선정됐다

임희석 DL이앤씨 상무는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건설업계 냉각기가 시작됐는데, 2013년부터 서서히 U자 형태로 상승했다"며 "이때부터 건설사들의 고급화 전략이 속속 발표됐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입주시키는 데 있어 강남권 같은 고급입지 조건을 먼저 고려하지만, 이러한 공급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구매자 수요로 무조건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윤 연구원은 "요즘 주택 수요자들은 보편적인 아파트가 아닌 '나만의 아파트'라는 개성을 중시하는데,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서 이런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수요가 시세차익만을 기대하는 수요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건설사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 전략이 오히려 '제 살 깎기'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한 분양가 상승효과도 있지만, 오히려 자사 브랜드끼리 점유율을 침해하거나 기존 브랜드에 사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우호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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