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국가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성추행" 결론..."성적 굴욕·혐오감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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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국가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성추행" 결론..."성적 굴욕·혐오감 느끼게 했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1.25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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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월여 조사 끝에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 묵인·방조는 확인 못해…다만 '성인지 감수성' 지적
- 인권위 "성희롱 보는 관점, 위계구조 문제로 봐야"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한 후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이라고 결론지었다.

인권위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을 직권조사한 결과에 대해 심의·의결해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피해자 측과 지원단체가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해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9년 동안 서울특별시장으로 재임하며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박 전 시장이 하위직급 공무원에게 행사한 성희롱”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자료,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 등의 객관적인 자료를 심층 조사했다. 

인권위는 “박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피조사자인 박 전 시장의 진술을 듣기 어렵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사실 관계를 더 엄격히 따졌으나, 성희롱으로 판단하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장위력성폭행사건공동행동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제대로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 결과를 촉구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인권위는 비서였던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샤워 전후 속옷 관리하는 등 사적영역에 대한 업무를 해야 했던 관행을 성추행 문제가 심화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박 전 시장과 피해자를 공적 관계가 아닌 사적 관계의 친밀함을 오인하게 했고, 비서실 직원들이 박 전 시장과 피해자를 ‘각별한 사이’나 ‘친밀한 관계’로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시장의 일정 관리 및 하루 일과의 모든 것을 살피고 보좌하는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을 대리처방 받거나 복용하도록 챙기기, 혈압 재기 및 명절 장보기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인권위는 "서울시의 동료와 상급자들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알고도 침묵했거나, 나아가 박 전 시장이 쉽게 성희롱을 하도록 도와주었다는 객관적 증거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는 파악하지 못했다.

인권위는 "피소사실 유출에 대해 경찰청, 검찰청, 청와대 등 관계기관은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인권위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는 입수하지 못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정책을 실천한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이 충격이었다"면서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을 권고했다.

다음은 인권위 발표 전문이다.

 서울시장위력성폭행사건공동행동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인권위는 정의로운 권고를' 기자회견에서 인권위에게 제대로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 결과를 촉구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전문] 인권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1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에 대해 심의·의결하였다. 인권위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하 ‘박시장’이라 함)이 업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

서울시에는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하였다. 여성가족부장관에게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모두 이수할 수 있도록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조직문화 등에 대한 상시 점검을 통해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예방활동을 충실히 할 것,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발생시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기구에서 조사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실효성 있는 2차 피해 예방 및 대처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매뉴얼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한편 상급기관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원칙을 천명하는 선언이나 입장표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위와 같은 자율규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조사 경과

인권위는 지난해 7월 30일 상임위원회에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서울시 시장 비서실 운용 관행, 박시장에 의한 성희롱 및 묵인·방조 여부,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절차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하였다. 인권위는 서울시청 시장실 및 비서실 현장조사를 비롯하여 피해자에 대한 면담조사(2회),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총 51명), 서울시, 경찰, 검찰, 청와대, 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피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감정 등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자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진정인 또는 피진정인(피조사자)의 사망시 사건 처리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는 수사기관의 수사와 달리 피조사자에 대한 조치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필요한 구제조치를 비롯하여 유사·동일한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관행 등의 개선에 주요한 목적이 있어 본 직권조사를 결정하였다. 다만, 박시장 사망으로 인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성을 감안하여 사실 여부는 좀 더 엄격하게 판단하였다.

◇쟁점별 판단

1. 서울시 비서 운용 관행

비서는 기관장을 근접거리에서 보좌하는 직원으로, 업무적으로 기관장과 긴밀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범위가 불명확할시 공사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사건 피해자는 시장의 일정 관리 및 하루 일과의 모든 것을 살피고 보좌하는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을 대리처방 받거나 복용하도록 챙기기, 혈압 재기 및 명절 장보기 등 사적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하였다.

한편, 위와 같은 비서업무의 특성은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친밀성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공적관계가 아닌 사적관계의 친밀함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 비서실 직원들이 박시장과 피해자를 ’각별한 사이‘나 ’친밀한 관계‘로 인지하면서 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나, 피해자 또한 비서 재직 당시 적극적으로 이러한 노동을 수행한 것도 그것이 비서 업무로 정당화되어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시장 비서실 데스크 비서에 20~30대 신입 여성 직원을 배치해 왔다. 이는 비서 직무는 젊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고정관념, 즉, 시장실 비서는 ‘서울시의 얼굴’이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등 타인을 챙기고 보살피는 돌봄노동·감정노동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인식과 관행이 반영된 결과이다.

2. 박 전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성희롱'은 1970년대 미국에서 남녀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고용상의 위법한 성차별의 새로운 유형으로 개념화되었다. 이후 유엔 및 ILO는 여성인권이나 남녀평등에 관한 각종 국제 문서를 통해 각국 정부와 사용자에게 성희롱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고, 그 영향으로 많은 국가에서 성희롱을 규제하는 법과 제도들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성희롱을 처음 법률로 규제하기 시작했으며, 인권위는 설립당시인 2001년부터 성희롱에 대한 조사와 구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성희롱에 대한 법제화는 성희롱이 개인 간에 발생하는 사적 문제가 아니라 직장 내 위계질서 또는 권력의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의 문제로 국가가 개입해 규제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성적 언동의 사실 여부와 관련하여,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및 박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이를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할 때 박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고, 이와 같은 박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

다만 인권위는 피해자의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의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피조사자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 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한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

3. 성희롱에 대한 묵인 방조 여부

묵인 혹은 방조는 참고인들이 박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알고도 침묵하였거나, 나아가 박시장의 성희롱 행위가 용이하도록 도와주었다는 의미로, 이는 참고인들이 박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인지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전보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한 사실 및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하였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참고인들이 박시장의 성희롱을 묵인·방조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

4. 4월 사건 대응 및 피해자 보호조치 미흡

서울시는 비서실 직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4월 사건’)을 인지한 후 가장 먼저 피고소인을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하였는바 피해자와 업무관련성이 있는 부서였다. 또한 피고소인이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여 외부에 유포하였음에도 이를 방치하였고 ‘4월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부서장은 사건 담당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는 등 피해자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한 전 서울시 파견경찰은 피고소인의 요청으로 지인에게 피해자와의 합의 및 중재를 요청하였다. 서울시는 피해자가 ‘4월 사건’에 대한 조사요구와 함께 2차 피해에 대한 조치를 요청했음에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이 같은 서울시의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서울시는 4월 사건 처리과정에서 일반적인 성폭력 형사사건 또는 두 사람간의 개인적 문제라고 인식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는바, 이로 인해 비교적 잘 마련된 서울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

5. 피소사실 유출

이와 관련하여 경찰청, 검찰청, 청와대 등 관계기관은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박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는 입수하지 못하였으며, 유력한 참고인들 또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피소사실이 박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제도에 대한 검토

1.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

지자체장이 성희롱 가해자일 경우 감독할 상급기관이 없어 당사자의 사퇴 및 형사처벌 외에는 이를 제재할 관련 규정이 없다. 또한 지자체장이 가진 사회적 지위와 자원, 권력과 피해자와의 불균형 정도가 심하여 내부 성희롱 고충처리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비밀 유지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거나 공정한 조사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단위에서 사건조사를 전담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지자체장 스스로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의지를 천명하는 선언이나 입장표명을 통해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능력을 키우고, 소속 구성원들에게 성희롱·성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장들이 자율적인 대응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바,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공동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설립된 협의체(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이 같은 공동선언 등 자율규제를 실시함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

2. 성희롱 2차 피해

성희롱 2차 피해란 성희롱 행위로 인한 직접 피해 이후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성희롱 가해자, 사업주, 상급자, 동료, 성희롱 업무담당자 등에 의해 발생하는 불이익 및 정신적 피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성희롱 자체를 문제 삼지 못하게 하거나, 문제제기 이후 원 사건보다 더 큰 고통을 야기하기도 하여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원 성희롱 사건보다 2차 피해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더 많다. 이처럼 2차 피해는 성희롱에 동반되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성희롱 못지않게 중요하거나 노동권 측면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이다.

2018년 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불이익조치 금지 행위를 구체화하여 시행중이고, 같은 해 11. 27. 제정된 「성희롱ㆍ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무원 인사관리규정」에는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 조치를 포함하였으며, 2019. 12. 25.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법조항에서 ‘2차 피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2018년 이후 관련법 정비를 통해 2차 피해 예방 조치가 의무화되었음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기관은 찾아보기 힘들고, 조직구성원들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시선이나 소문유포 등 가장 흔한 2차 피해 유형을 규율한 사례도 거의 없다. 따라서 성희롱 2차 피해 예방 및 피해 발생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정비하고 관련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3.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대응 시스템

이번 조사에서 파악한 바로는 피해자는 서울시장 비서실에 근무하는 4년 동안 성희롱 예방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시장실 직원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도 30%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다. 성희롱 예방교육은 성희롱이 무엇인지를 비롯하여 사건 발생시 대처방법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므로 공공기관 종사자는 의무적으로 이수하여야 한다. 더욱이 지자체장이나 기관장 비서실의 경우 권력의 정점에 있는 특성을 감안하여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반드시 이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피해자와 참고인들은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절차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고, 관리자들 역시 4월 사건에 대해 인지한 후 피해자 보호조치 및 2차 피해 예방 등 초동대응에 실패하였다. 서울시는 전 직원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절차에 대해 숙지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고, 특히 신규직원의 경우 필수적으로 관련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대부분 고충처리시스템은 가해자의 성희롱 여부 및 이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2차 피해 예방 및 대응을 통한 피해자 보호 책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시 역시 ‘4월 사건’ 처리과정에서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이 전무했다. 또한 사건이 공식적으로 내부 고충처리기구에 신고되지 않았더라도 피해사실 등이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의 모든 단계에서 피해자 보호 원칙이 견지되고 2차 피해가 중요한 이슈로 다뤄질 수 있도록 특화하여 동료, 관리자, 가해자 및 피해자 등 당사자별 가이드라인 혹은 행동수칙을 마련하는 등 사건처리절차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종합의견

성희롱은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다. 통상적으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남성이 여성에게, 직장 내 높은 지위에 있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성희롱을 행사하는 양상으로 드러난다. 박시장은 9년 동안 서울특별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으로,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라는 것은 명확하고, 이러한 위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조직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시장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서울대 교수 조교 성희롱 사건 등 여성 인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정책을 실천하려 했기에 그의 피소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충격만큼이나 성희롱을 법적으로 규제한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직장 내 성희롱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오히려 2차 피해가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성희롱 피해자들은 왜 근로를 지속하기 어려운지,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성희롱 발생에 조직의 책임은 없는지와 같은 많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점을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에서 ‘고용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거부의사 표시’ 여부가 아니라 ‘권력 관계의 문제’로, ‘친밀성의 정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인지 여부로, ‘피해자/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나 위계구조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공적 영역에서 표현되는 모든 성적 언동은 노동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성희롱에 해당하며, 이 경우 구성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이 없을 경우 직장 내에서 누군가를 동료나 부하직원이 아닌 성적 대상화하는 성희롱의 본질이 가려지고 개인의 성적 일탈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현장은 성적언동이 허용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며, 그 유형이나 정도, 당사자 간 동의 여부를 막론하고 공적으로 제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는 이번 직권조사를 실시하면서 우리 사회가 성희롱 법제화 당시의 인식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음에 주목한다.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이 외견상 많은 진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 정치 등 주요 영역에서의 성별격차는 여전하고, 성희롱에 대한 낮은 인식과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피해는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향후 인권위는 성희롱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 뿐 아니라 차별적 환경과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이다. 피해자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기 바란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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